올해 1월 6일 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 후보에 올라있던 개인통산 홈런 1위(762개) 배리 본즈(52)와 사이영상 7번 수상자이자 통산 354승을 기록했던 로저 클레멘스(54)가 다시 낙방했다. 이번이 4번째다. 개인 성적만 놓고 보면 당연히 입성해야 마땅하지만 금지약물 복용의 전과가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반면 금지약물 복용 혐의는 있으나 증거가 없는, 이를테면 ‘심증은 가지만 물증이 없는’ 포수 출신 마이크 피아자(48)는 4수 만에 입성에 성공했다.
배리 본즈와 로저 클레멘스는 아직 기회가 6차례 남아 있어 투표인단(전미야구기자협회, BBWAA 소속 경력 10년 이상)의 판단에 따라 명예의 전당에 들어갈 가능성은 남아 있지만 득표율이 여전히 50%(입성은 75% 이상) 낮다.

선수 시절 공적을 평가해 ‘명예’를 실어주는 명예의 전당 입성은 그만큼 심사가 까다로운 좁은 문이다.
한국 프로야구도 앞으로, 빠르면 2년 안에 야구박물관에 설치될 명예의 전당에 들어갈 후보를 고르고, 주인공을 가려내게 될 것이다. 당초 올해 개관할 예정이었던 야구박물관이 부산시, 기장군의 사정으로 2018년으로 늦춰지긴 했지만 간헐적으로 초대 헌액자의 하마평이 매스컴에 오르내리고 있다.
앞으로 박물관 건립 진척에 따라 투표인단과 후보자 선정 기준 마련 등 구체적인 작업을 하게 될 것이다.
후보자 선정은 여러 가지 기준을 내세울 수 있겠다. 공로자와 선수분야를 나누어 일반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일정한 틀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메이저리그 사례에서 보듯 우리도 엄정하게 후보자들의 ‘도덕성’을 따져볼 필요가 있고, 반드시 그 기준에 부합하는 인물을 뽑아야할 것이다.
그와 관련, 승부세계의 3대악이라 할 수 있는 ‘승부조작, 도박, 약물복용’에 연관된 사람은 절대로 명예의 전당에 발을 들이도록 하는 일이 없어야한다.
해외 원정도박 혐의를 사 법원으로부터 1000만 원 벌금형을 받았던 오승환(34. 세인트루이스)과 임창용(40) 등은 아예 후보 명단에 올려서도 안 될 것이다.
성적만 따진다면 개인통산 세이브 1위 오승환(277세이브)과 국내 현역 세이브 1위 임창용(199세이브)이 후보로 오를 수 있는 자격은 갖추었다고 할 수 있다. 순간의 선택이 영원을 좌우한다지만, 이들의 잘못된 선택, 자신의 욕망에 충실한 행보는 애써 쌓아올렸던 선수 성과를 무너뜨리고도 남음이 있다. 하다못해 평소 이들이 재능기부라도 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에 올라탄 이들의 행위는 그들을 좋아했던 팬에 대한 진한 배신이다. 게다가 범법 행위에 대한 바른 각성이 없었다는 점에서 지탄 받아 마땅하다.
사과도 때가 있다. 시기를 놓치면 그저 얄팍한 변명에 지나지 않게 된다. 그게 세상살이의 이치다. 오승환이 법원의 판결 후 뒤늦게 사과의 기자회견을 한 것은 애초 발뺌했던 그의 태도에 대해 비난의 기름을 부은 격이다. 팬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그들이 스스로 먹칠한 명예는 앞으로 회복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오승환과 임창용은 그렇다 치고, 함께 해외원정 도박 의혹을 사고 있는 삼성 라이온즈의 두 투수 안지만(33)과 윤성환(35)은 끝까지 침묵을 지키고 있다. 만약 도박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면 적극 해명하는 것이 옳다. 무엇이 두려운가.
의혹을 안고 살겠다면, 그렇게 하시라.
승부조작과 도박, 약물 복용의 3대 해악 행위에 대해 KBO측도 야구박물관 전시 후보 선정 과정에서 원천 배제하는 등 충분히 고려하겠다는 공감대를 갖고 있다. 비리에 연루된 선수들이 ‘선수 이후’ 적어도 명예와 관련된 부분에서 불이익을 받는 게 정당하다.
/홍윤표 OSEN 선임기자 [사진] 오승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