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프 토크] 다섯 번째 유니폼, 넥센 황덕균이 뛰는 이유
OSEN 고유라 기자
발행 2016.01.23 13: 00

넥센 히어로즈 우완 황덕균(33)은 올해 팀에 입단했음에도 스프링캠프에서 3번째 최고참이다.
지난해 kt wiz에서 전력외 통보를 받은 뒤 넥센에 테스트를 받고 입단한 황덕균은 스프링캠프 명단에 포함됐다. 이번 애리조나 넥센 스프링캠프에서 황덕균보다 나이가 많은 선배는 마정길(37)과 이택근(36) 뿐. 황덕균은 입단하자 마자 고참들만 쓸 수 있다는 1인실을 쓰게 됐다.
황덕균의 인터뷰를 위해 자료를 검색해보니 그는 많은 팀의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 황덕균은 2002년 두산에 2차 4라운드로 지명됐으나 2004년 방출됐다. 그는 사회인 야구를 거쳐 2011년 일본 독립리그인 서울 해치에서 뛰었고 2012년 창단팀 NC 다이노스의 유니폼을 입었다. NC에서 방출된 뒤에는 2014년 kt가 창단되면서 입단했다.

KBO 팀으로만 4번째, 독립리그까지 포함하면 그에게 넥센은 5번째 유니폼이다. 그에게 "먼 길을 돌아왔다"고 말을 건네자 그는 "고생이라기보다는 기쁨이라고 생각한다. 야구선수는 이벤트라고 생각한다. 언제 그만둘지 모르니까. 나중에 돌아봤을 때 내가 야구선수였구나 하는 기쁨이 있을 것이다. 적은 나이는 아니지만 계속 해왔던 것이기 때문에 실패하더라도 계속 도전하고 싶다"고 답했다.
사실 은퇴를 생각한 적도 있었다. 그때마다 그를 잡아준 사람이 바로 아내였다. 그의 아내는 "나는 선수 황덕균의 아내가 되고 싶지, 직원 황덕균의 아내가 되고 싶진 않다"며 그를 응원했다. 황덕균은 "아들, 딸에게 '아빠가 이렇게까지 1군에서 절실하게 했구나'하고 보여주고 싶은 생각 때문에 지금까지 온 것 같다"고 웃었다.
이제 새 팀에서 다시 기회를 받아야 한다. 그는 "스피드가 월등하지는 않지만 컨트롤이 좋고 다양한 구종을 갖고 있다. 염경엽 감독님은 볼넷을 싫어하신다고 하더라. 저도 집중해서 차라리 안타를 맞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피안타율은 높은데 실점은 적다는 것이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인식이 낮은데 오늘(21일) 박승민 코치님이랑 이야기를 나눠보니 신경쓰지 말라고 하시더라"며 새 팀에서 훈련한 느낌을 전했다.
황덕균은 "창단팀들은 유망주들을 키워야 하기 때문에 기회가 많지 않았는데 올해는 뛸 기회를 꼭 얻고 싶다. 넥센은 훈련이 메이저리그식이고 강한 팀인 것 같다. 이제 실패는 그만 하고 이번 캠프에서 감독님의 눈에 들어가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보여드리는 게 먼저"라고 간절한 각오를 밝혔다.
그를 잡아준 이는 또 있다. kt 안상빈은 황덕균이 앞길을 고민할 때 "그만두지 마십시오. 우리 팀은 어린 선수를 키워서 그렇지 다른 팀에서는 충분히 통할 수 있는 실력인데 왜 그만두십니까"라며 그에게 힘을 북돋아줬다. 황덕균은 "100승, 200승은 아니지만 사람들이 기억하는 그런 투수가 되고 싶다"며 다시 신발끈을 묶는 마지막 이유를 전했다. /autumnbb@osen.co.kr
[사진] 서프라이즈(애리조나)=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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