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SK 프리뷰4] ‘절치부심’ 김승회, 21번째의 반격 기대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6.01.23 05: 58

보상선수로 SK 이적, 절치부심 새 출발
'몸 상태 OK' 윤길현 대체 임무 기대
구단의 ‘21번째’ 선수라는 것은 복잡한 의미를 지닌다. 부정적으로 보면 이런 저런 사정 탓에 팀에서 아깝게 버림(?)을 받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긍정적으로 보면 타 팀으로서는 ‘영입 1순위’일 만큼 매력이 있다고도 풀이할 수 있다. 김승회(35)는 두 번이나 ‘21번째’ 선수가 된 흔치 않은 경우다. SK는 김승회의 어깨에 기대가 크고 김승회도 새 출발을 벼르고 있다.

SK는 지난 프리에이전트(FA) 시장에서 롯데로 이적(4년 38억 원)한 윤길현의 보상선수로 김승회를 지명했다. 명단을 확인한 뒤 프런트와 코칭스태프가 회의를 거쳤는데 별다른 이견이 없이 가닥을 잡았다. 그만큼 당시 시점에서 SK가 선택할 수 있는 최적의 카드였다. 윤길현의 이적을 그대로 대체한다는 의미가 컸고 선발·롱릴리프·불펜에서 모두 뛸 수 있는 활용성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SK는 만족스러운 지명이었지만 김승회로서는 혼란스러울 수도 있는 겨울이었다. 내심 보호선수 명단에는 묶일 줄 알았던 터라 소식을 듣는 순간 낙담한 면도 있었다. 그러나 베테랑답게 흔들리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김승회는 “고향(서울) 근처로 오다보니 두산에서 롯데로 갈 때보다는 마음이 편한 부분도 있다. 발표가 나자마자 비행기를 타고 와서 인천에 집도 바로 구했다”라고 떠올렸다. 그리고 더 이를 악물었다. 공을 잡지는 못했지만 운동을 게을리 하지 않으며 이번 전지훈련을 기다렸다.
김승회는 스스로 “나는 항상 스타급 선수가 아니었다”라고 말한다. 그래서 자존심을 내세운 적도 없다. 베테랑이 되면 으레 자신의 기용 방법에 대해 한 번쯤은 불만이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김승회는 “야구하면서 어떤 보직에서 뛰고 싶다는 욕심은 없었다”라고 강조했다. 밑바닥부터 시작해 군말 없이 뛰며 잡초처럼 버텼고 지금까지 프로 무대에서 뛸 수 있었다. SK 이적 후에는 더 특별한 생각이 없어졌다. 여기에 SK의 세대교체 흐름에 졸지에 최고참이 됐다. 김승회는 “후배들을 잘 도와서 팀이 좋은 성적을 냈으면 좋겠다. 팀이 잘해야 선수들이 빛을 본다”라고 자신을 낮춘다.
김승회는 2015년 39경기에서 7승3패2세이브2홀드 평균자책점 6.24를 기록했다. 평균자책점이 다소 높은 감은 있었다. SK로서는 지명 당시 적잖은 나이도 신경을 써야 했다. 하지만 SK는 김승회의 2015년보다는 2014년을 더 주목했다. SK의 한 관계자는 “2015년의 경우 선발과 불펜을 오가느라 다소 혼란스러운 감이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불펜으로 꾸준히 뛴 2014년은 그렇지 않았다. 2014년 기록, 그리고 몸 상태를 모두 파악한 뒤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김승회 지명 당시 SK는 “제구력 저하에 대한 이슈가 전혀 없고, 다양한 구종 활용 측면에서 노쇠화로 인한 구속 저하에도 충분히 대처가 가능하다. 2015년에는 불규칙한 보직 및 등판 간격으로 성적에서 손해를 봤다. 2014년과 같이 보직이 정해진 상황이라면 구속 상승과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있다”라고 조사 결과를 내부에 공유했다. 여기에 올 시즌이 끝나면 FA 자격을 얻는 터라 강한 동기부여까지 기대할 수 있다는 계산까지 마쳤다.
김승회도 “핑계라면 핑계일 수 있지만 오히려 몸 상태는 준비를 더 잘한 작년이 2014년에 비해 더 좋았다”라고 말한다. 30대 중반에 이르렀지만 체력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자신하는 것이다. 올해 캠프도 마찬가지다. 여기에 귀중한 동기부여도 있다. 김승회는 올해 2월 첫 아이가 세상과 만난다. “부담이 있다. 잘해야 한다는 부담은 있다”라고 난감한 듯 살짝 미소 짓는 김승회의 표정에서 또 다른 각오를 읽을 수 있다. 자존심 회복, 첫 아이의 출산, 그리고 FA 시장에서의 좋은 대접까지. 김승회가 복 터지는 2016년을 보내야 SK도 불펜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2016년 프리뷰
팀 적응에 시간이 필요한데, 시작부터 만만치 않은 과제가 놓여 있다. 지난해 마무리와 중간을 오가며 팀에서 가장 믿음직한 우완 불펜으로 활약했던 윤길현의 몫을 고스란히 대체해야 한다. 그러나 SK는 김승회가 2014년의 모습을 되찾는다면 2015년 윤길현의 성적에 비해 떨어질 것이 없다고 보고 있다. 불펜으로 보직이 고정될 전망인 만큼 몸 관리만 잘한다면 지난해 이상의 성적은 기대할 만하다. FA에 대한 강한 동기부여도 플러스 요인. 불펜에서 한 시즌을 뛴다면 50경기 이상에 출전할 만한 체력은 검증이 된 상태다. 때로는 짧게, 때로는 길게 경기에 나설 이런 투수들에게 SK 특유의 불펜 휴식 관리는 득이 될 수 있다. 만약 윤길현의 공백을 지운다면 김승회는 적어도 1년 9억5000만 원의 몫을 하는 셈이 된다. 남는 장사라는 것은 이럴 때 쓰는 말일 수도 있다. 쉽지는 않겠지만 불가능한 목표도 아니다. /skullboy@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