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손해보험이 평소 그림자 속에 가려져 있었던 조연들의 맹활약에 힘입어 귀중한 승점 2점을 따냈다. 마지막 순간 기운을 차린 마틴의 서브 쇼 발판은 이들이 마련했다. 결국 몇몇 선수들의 활약만으로는 승리에 쉽게 이르지 못한다는 것을 다시 느낄 수 있는 한 판이었다.
KB손해보험은 23일 구미박정희체육관에서 열린 ‘2015-2016 NH농협 V-리그’ 한국전력과의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2의 극적인 역전승을 거두고 귀중한 승점 2점을 보탰다. 3연패에서 탈출한 KB손해보험은 6위 자리를 지켰다. 포스트시즌 시즌 진출 가능성은 떨어졌지만 만원 관중 앞에서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경기로 시즌 막판 분전을 예고했다. 팬들로서는 관전이 후회없을 법한 짜릿한 경기였다.
외국인 선수 마틴과 국내파 거포 김요한을 앞세운 KB손해보험은 1세트를 따냈지만 2세트를 내줬다. 2세트에서는 김요한이 4점, 마틴이 2점에 그치며 좀처럼 추격의 동력을 만들지 못했다. 3세트에서도 마틴의 공격 성공률이 15%까지 떨어지는 등 컨디션이 살아나지 않았다. 어깨 상태가 불편해보였다. 그러나 세트 막판 추격을 허용한 것을 제외하고는 비교적 무난하게 리드를 잡은 끝에 3세트를 가져왔다. 주전 선수들의 고른 활약 덕분이었다.

초반 김요한의 득점이 불을 뿜으며 리드를 가져온 KB손해보험은 세트 중반 이후 손현종 하현용 이수황이 적시적소에 활약하며 한국전력의 추격을 뿌리칠 수 있었다. 부상에서 돌아와 점차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있는 하현용은 1·2세트에서 7점을 올림은 물론 3세트 중반 블로킹과 속공으로 팀의 리드를 벌렸다.
손현종은 19-17에서 서재덕의 시간차 공격을 가로막은 것에 이어 연속 오픈 공격으로 팀의 20~22점을 책임졌다. 3세트 승기를 잡는 결정적 활약이었다. 이수황은 24-23까지 추격당한 위기 상황에서 엔드라인을 보고 때리는 기습적인 속공으로 세트를 마무리 지었다. 사실상 마틴 없이도 한 세트를 따낸 것은 결국 이날 승리의 결정적인 밑거름이 됐다.
비록 패하기는 했지만 4세트에서도 4-10으로 뒤진 팀의 추격 동력을 그림자들이 제공했다. 손현종은 4-10에서 연속 퀵오픈 공격으로 팀에 활력을 불어넣었고 하현용은 6-11에서 블로킹으로 팀의 기를 살렸다. 그러자 5세트에서는 김요한과 마틴이 다시 살아났다. 특히 마틴은 10-13으로 뒤진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강서브로 상대 리시브 라인을 폭격하며 연속 5득점의 수훈갑이 됐다.
이날 KB손해보험은 김요한이 21점, 마틴이 20점을 올렸으나 공격 성공률은 모두 45%를 밑돌았다. 범실도 적지는 않았다. 하지만 손현종이 50%의 공격 성공률과 함께 14점을 보탰고 하현용이 블로킹 3개를 포함해 12점을 올렸다. 마지막 순간 얀 스토크의 공격을 블로킹으로 잡아내며 승리를 확정지은 것도 이강원이었다. 리베로 백계중은 주전 리베로 부용찬의 갑작스러운 부상에 투입되는 상황에서도 자신의 몫을 했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