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브론 제임스(32,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는 과연 감독교체에 영향을 미쳤을까.
동부컨퍼런스 1위 팀이 시즌 중 감독을 교체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미국프로농구(NBA)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는 23일(한국시간) 데이빗 블랫(59) 감독을 경질하고 타이론 루(39) 코치를 감독으로 승격시켰다. 구단은 지난 시즌 파이널 준우승을 달성했던 감독을 내치고 NBA 감독경험이 전혀 없는 코치에게 다년계약을 안겼다. 그 과정에 슈퍼스타 르브론 제임스(32)가 깊게 관여했다는 뒷말이 나오고 있다.
데이빗 그리핀 캐벌리어스 단장은 기자회견을 갖고 “제임스가 압력을 행사했다는 소문에 답할 수 있다. 제임스는 팀을 위해 뛰고, 우리 팀의 리더다. 누구보다 우승을 원한다. 하지만 제임스가 구단을 운영하지는 않는다. 우리가 제임스와 상의를 해서 감독을 바꿨다는 소문이 있다. 정당하지 않다. 솔직히 나와 우리 구단에게 말지 되지 않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제임스의 측근은 “제임스가 감독경질이 결정되기 전 그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변호했다. 제임스는 공식석상에서 블랫을 옹호하는 인터뷰를 주로 해왔다.
구단의 공식성명발표에도 불구 소문은 잦아들지 않고 있다. 캐벌리어스를 전담 취재하는 ‘클리블랜드닷컴’ 크리스 헤인즈 기자에 따르면 블랫 감독의 경질에 선수단과의 불화가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 특히 블랫은 제임스 등 슈퍼스타들과의 관계가 원만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블랫은 경기 중 코트에 없는 선수의 이름을 호명하며 작전지시를 내리는 등 NBA 감독직에 심한 부담감을 느꼈다고 한다.
지난 시즌 동부컨퍼런스 결승전에서 클리블랜드는 애틀란타 호크스를 4-0으로 물리쳤다. 이미 승부가 크게 갈린 4쿼터 가비지 타임에 블랫 감독은 트리스탄 탐슨을 계속 기용했다. 케빈 러브의 어깨탈골로 탐슨은 팀의 핵심 중 한 명이었다. 그런데 블랫이 탐슨의 체력을 관리하지 않자 선수단 내부에서 ‘어처구니가 없다’는 반응이 나왔다. 제임스는 블랫에게 ‘다른 선수를 기용하자’고 말했다고. 그제야 블랫이 다른 선수를 넣었다. 블랫 감독이 선수들에게 신용을 잃은 사건 중 하나다.
팀내 연습에서도 불화가 많았다. 블랫은 잘못을 범한 스타선수들을 크게 꾸짖어 자존심을 상하게 했다. 점점 선수들의 불만이 많아지게 됐다. 자연스럽게 블랫 감독은 코트에서도 리더십을 잃게 됐다. 선수들이 작전시간에 감독의 지시를 따르지 않으며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제임스는 블랫을 어깨로 밀치고 벤치로 향하기도 했다. 이에 구단이 나서 리더십을 잃은 감독을 교체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신임감독 타이론 루는 현역시절 마이클 조던, 코비 브라이언트와 함께 뛴 사이다. 슈퍼스타들과 원만하게 지내는 법을 알고 있다. 클리블랜드가 골든스테이트에게 34점 차로 패했을 때 제임스는 루와 나란히 앉아 하소연을 했다. 루는 블랫 감독보다 선수들과 훨씬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클리블랜드가 감독경험이 전혀 없는 루에게 선뜻 다년계약을 안긴 점은 의아하다. NBA 감독경험이 전무한 루가 갑자기 팀을 맡아 지휘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루의 전술적 역량은 아직 검증되지 않은 상황. 구단이 제임스의 눈치를 보고 스타의 입맛에 맞는 지도자를 앉힌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 jasonseo3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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