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SK 프리뷰5] ‘안방마님’ 이재원, 팀 리더 시험대 올랐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6.01.24 06: 24

명실상부한 SK 안방마님 등극
공수 겸장 포수-리더십 기대
지난 15일 시작된 SK의 플로리다 전지훈련 명단이 나온 직후. 이재원(28, SK)은 곰곰이 캠프 명단을 살폈다. 총 46명에 이르는 캠프 참가 선수를 연차별로 따질 때 자신은 어느덧 중간 위로 가 있었다. 이재원은 “형들이 몇이나 있나 살폈는데 이제는 20명이 안 되더라”라고 이야기했다. 베테랑 비중이 높아 타 팀에 비해 순번이 아래였던 2~3년 전과 비교하면 확연하게 달라졌다.

명단을 굳이 연차로 나눠 본 것은 다 이유가 있다. 이재원은 SK 관계자들, 그리고 선수들이 자타 공인하는 ‘차세대 리더’다. 2015년 SK의 주장을 역임했던 조동화는 “주장은 물론 감독이나 단장까지 할 것”이라고 반 농담을 할 정도다. 워낙 성격이 좋고 청소년 시절부터 리더십도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다. SK는 이재원의 그런 잠재력이 그라운드 안은 물론 바깥에서도 발휘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재원도 “형들을 잘 모시고, 후배들을 잘 이끄는 중간의 위치가 된 것 같다. 안 좋을 때는 쓴소리도 좀 하고, 위치가 있으니 책임감을 갖겠다”라고 올 시즌 출사표를 던졌다.
그라운드 안에서도 상황은 사뭇 달라졌다. SK는 이번 프리에이전트(FA) 시장에서 포수 정상호가 LG로 이적했다. 이제 이재원은 정상호와 출전 시간을 나눠 갖는 것이 아닌, 명실상부한 팀의 주전 포수로 팀을 이끌어야 한다. 그라운드 안에서도 포수로서 리더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재원도 달라진 공기를 실감하고 있다. “책임감이 생긴다. 준비를 많이 하겠다”라는 각오와 함께 플로리다로 향했다.
주안점은 수비에 두고 있다. 이재원은 포수로서는 최정상급의 공격력을 자랑하는 선수다. 다만 수비에서는 아직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박경완 신임 배터리 코치의 진단도 다르지 않다. 박 코치는 “공격에서는 분명 이재원이 낫다. 그래서 주전으로 나갈 것이라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하지만 수비에서는 김민식이나 이현석이 이재원보다 떨어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끊임없이 위기의식을 불어넣고 있다. 이재원도 자신의 부족한 점을 너무 잘 알고 있다. 때문에 수비력 보강, 투수들과의 의사소통 강화는 이번 전지훈련의 최고 목표가 됐다.
이재원은 “포수로 경기에 나갈 가능성이 커진 만큼 투수들과도 대화를 더 많이 해야 할 것 같다. 포커스를 투수 쪽에 맞추려고 노력하겠다”라고 다짐했다. 주전이 자신의 자리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후배들과의 선의의 경쟁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생각이다. 오히려 좋은 자극제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재원은 “좋은 후배 포수들이 있어 긴장도 하고 있다. 타격도 잘하고, 수비도 잘하는 포수가 되고 싶다”고 궁극적인 목표를 밝혔다.
그래서 더 열심히 준비했다. 이재원은 오프시즌 중 살이 훌쩍 빠진 모습으로 나타났다. “빠진 것이 아니라 찌지 않도록 노력한 것”이라고 손사래를 쳤지만 “꾸준히 훈련을 했다. 사이판 훈련도 다녀왔다. 아내와 같이 한 시간이 너무 적어 미안했는데 이해해줘서 고마웠다”라고 말하는 모습에서는 다부진 각오가 느껴졌다. 이재원은 “이제는 벌써 11년차다. 그간 박경완 코치님, 조인성 선배님, 정상호 선배님께 배운 것도 있고 들은 것도 많다. 운동장에서 이를 잘 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이야기했다. 이재원이 그라운드 안팎에서 리더가 될 수 있을지, 2016년은 그 진정한 첫 시험대다.
2016년 프리뷰
김용희 감독은 내심 이재원이 포수로서 120경기에 출장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이재원은 한술을 더 떠 “남들이 볼 때 우습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144경기 전 경기를 다 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이야기했다. 그간의 경력에서 부상이 자주 발목을 잡았지만 지난해는 큰 탈 없이 한 시즌을 보냈다는 점도 자신감을 뒷받침한다. 그렇게만 된다면 이재원의 가치는 어마어마할 수 있다. 3할, 15홈런, 100타점 이상을 기록할 수 있다는 잠재력은 이미 충분히 검증이 된 상태다. 최정 정의윤이 건재하다면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한 자리에서 자신의 해결사 능력을 마음껏 뽐내는 것도 가능하다. 생애 첫 20홈런, 그리고 지난해 고전했던 몸쪽 공략이 이재원의 타격 쪽 목표. 한편 우려를 모으는 투수리드에 있어서도 지난해 한층 발전했다는 평가로 기대를 모은다. 이재원의 공격적인 리드를 선호하는 투수들이 점점 늘어났다는 점은 의사소통의 가능성이자 이재원이 좀 더 꼬아 생각을 해야 할 지점이다. 어쨌든 수비력 보강이 관건이지만, 박경완 코치의 눈은 이미 호랑이가 되어 있다는 점에 기대를 걸 만하다. 이재원이 무너지지 않아야 SK도 “약해졌다”라는 세간의 평가를 뒤집을 수 있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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