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포스트시즌 진출 불발
자존심 건 탈꼴찌 싸움, 상위권도 긴장
사실상 봄 배구는 어려워졌지만 마지막 자존심은 살려야 한다. V-리그 남자부 하위권에 처져 있는 KB손해보험과 우리카드의 탈꼴찌 경쟁이 본격 시작됐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팬들에게 다음 시즌의 희망을 줘야 한다는 점에서도 이 명제는 대단히 중요하다. 팀의 자존심도 걸려 있다.

올 시즌 남자부 판도의 다크호스로 불렸던 KB손해보험과 우리카드는 기대 이하의 성적을 내고 있다. 24일까지 KB손해보험이 승점 19점으로 리그 6위, 우리카드가 승점 15점으로 리그 7위다. 포스트시즌 진출 안정권인 3위 현대캐피탈(승점 50점)과의 승점차는 이미 크게 벌어졌다. 산술적으로도 희박해졌다. 5위 한국전력(승점 31점)과의 격차도 쉬이 좁혀지지 않는다.
고전의 연속이었다. KB손해보험은 시즌 초반 팀 컨디션이 급격하게 추락하며 연패에 시달렸다. 중반 이후 조금씩 살아나는 모습을 보였지만 고비를 넘기지 못하는 경기가 속출했다. 서브 리시브 등 기존의 고질적 문제를 말끔하게 해결하지도 못했다. 우리카드는 비교적 좋은 국내파 진용을 갖추고도 단추를 잘 꿰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외국인 선수 군다스의 부진, 그리고 알렉산더로 교체하는 과정에서 까먹은 승점도 아쉬웠다.
하지만 시즌은 계속되어야 한다. 두 팀 모두 끝까지 시즌을 완주하겠다는 각오다. KB손해보험은 외국인 선수 마틴과 김요한이라는 기본적인 쌍포, 부용찬이라는 리베로는 건재하다. 팀 전력을 잘 추스른다면 언제든지 좋은 경기를 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는 팀이다. 강성형 KB손해보험 감독도 “팀이 가진 몇몇 문제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차츰 보완해 더 좋은 경기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며 마지막까지 분전을 다짐하고 있다.
우리카드는 알렉산더가 예상보다는 괜찮은 모습을 보여줌에 따라 공격에는 숨통이 열렸다. 직전 경기였던 대한항공전에서는 다소 부진했지만 그 전 3경기에서는 모두 30득점 이상을 올리며 주포 몫을 했다. 세터 김광국이 부상으로 이탈한 것은 큰 악재지만 대신 살림꾼 안준찬이 제대해 전력 플러스 요소도 있다. 김상우 감독은 최홍석과 짝을 지울 레프트 한 자리가 항상 고민이었다. 안준찬은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최적의 자원이다. 두 시즌 연속 꼴찌를 할 수는 없다는 팀 내 각오도 읽힌다.
두 팀이 분전한다면 탈꼴찌 싸움은 물론 상위권 팀들의 승점을 뺏는 조연도 될 수 있다. 가뜩이나 치열하게 흘러가는 상위권 순위 경쟁에 또 다른 변수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 상위권 팀 관계자는 "승점을 잃어서는 안 되기 때문에 오히려 부담이 더 크다"라고 이야기했다. KB손해보험과 우리카드의 탈꼴찌 싸움이 리그 전체 판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