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를 잘 모르는 중학생들이 보기에도 조 잭슨(23, 오리온)은 대단한 선수였다.
고양 오리온은 24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 벌어진 2015-2016 KCC 프로농구 5라운드에서 서울 삼성을 87-68로 제압했다. 28승 15패의 오리온은 모비스와 공동선두를 형성했다. 3연패에 빠진 삼성(24승 20패)은 5위를 유지했다.
이날 경기장에는 삼성구단이 초청한 ‘삼성 드림클래스’ 1200명의 중학생들이 단체관람을 왔다. ‘드림클래스’는 서울대, 연세대, 성균관대 학생들이 방과 후 무상으로 영어, 수학 과외를 해주는 재능기부 프로그램이다. 오랜만에 어린 학생들의 열띤 함성으로 농구장이 가득 차 활기를 띄었다.

2000년대 이후 출생한 중학생들에게 농구는 생소한 비인기 종목이다. 1990년대 한국농구가 얼마나 인기가 좋았는지 전혀 모르는 세대다. 그들에게 이상민은 ‘산소 같은 남자’가 아니라 그냥 잘생긴 ‘감독아저씨’였다.
이런 학생들이 가장 좋아한 선수는 바로 조 잭슨이었다. 180cm에 불과한 흑인선수가 나와 화려하게 코트를 휘젓는 것만으로도 중학생들에게 엄청난 볼거리였다. 잭슨이 화려한 드리블을 칠 때마다 코트에 엄청난 함성이 쏟아졌다. 농구를 잘 몰라도 멋있는 장면이라는 것은 누구나 단박에 느낄 수 있었다.
중학생들은 대부분 처음 농구장을 찾았다. 홈팀 삼성에 대한 충성도는 낮을 수밖에 없었다. 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선수들이 얼마나 재밌는 장면을 연출하느냐다. 그런 의미에서 잭슨이 최고의 선수였다.
잭슨은 2쿼터 종료 6분을 남기고 단독 속공에 나섰다. 잭슨이 180도 회전덩크슛을 터트리자 함성이 폭발했다. 2미터가 넘는 한국선수들도 못하는 엄청난 덩크슛이 터졌다. 팬들은 열광했다. 잭슨은 2쿼터 종료와 동시에 엄청난 점프로 버저비터를 넣었다. 옆 사람 말을 알아듣기 어려울 정도의 큰 비명이 쏟아졌다. 이날 잭슨은 23점, 10어시스트로 대활약하며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전통적으로 농구는 젊은 선수들에게 인기가 많은 종목이다. 요즘 세대들에게도 예외는 아니었다. 일단 농구장으로 학생들을 한 번 데려오는 것은 어렵지만, 매력을 느끼게 하는 것은 별다른 노력이 필요치 않았다. 1200명 중 잭슨의 플레이에 매료돼 프로농구 전체에 관심을 가지게 된 학생들이 분명 있을 것이다.

중학생 관중들은 프로농구가 흥행할 수 있는 힌트를 제공했다. 매니아가 아니라면 어느 팀이 얼마나 조직적인 수비전술을 펼치는지는 사실 큰 관심거리가 아니다. 개인기가 없어 밋밋한 국내선수들은 보기에 재미도 없는 것이 사실. 잭슨처럼 단번에 관중을 휘어잡을 수 있는 화려한 공격농구가 더 멋지게 다가오게 마련이다.
프로농구가 일반 관중들에게 어필하기 위해서는 잭슨 같은 선수가 더 많아져야 한다. 비단 흥행을 위해서만은 아니다. 이기기 위해서도 잭슨을 따라할 필요가 있다. 잭슨이 구사하는 화려한 기술 이면에는 탄탄한 기본기가 깔려 있다. 상대수비 한 두 명 제칠 능력이 없는 국내선수들은 잭슨의 플레이를 보고 배워야 한다. / jasonseo34@osen.co.kr
[사진] KBL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