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소금 장수와 우산 장수 자식을 둔 어머니의 심정과도 같다. 류중일 삼성 라이온즈 감독이 리드 오프를 놓고 고심에 빠졌다. 현재로선 배영섭과 구자욱의 2파전이 전개되는 분위기다.
2011년 삼성의 1번 중책을 맡으며 통합 우승 달성에 큰 공을 세웠던 배영섭은 류중일 감독이 선호하는 유형의 1번 타자. 이승엽, 박한이, 채태인, 최형우 등 팀내 좌타 자원이 워낙 많다보니 오른손 1번 타자를 선호한다.
신인왕 출신 구자욱은 정확성과 파괴력을 고루 갖췄다. 어린 나이에도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승부 근성까지 갖췄다. 구자욱은 "1번이든 9번이든 타순은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장차 이승엽의 계보를 잇는 간판 타자가 될 소질을 갖춘 구자욱을 1번으로 쓰긴 아깝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류중일 감독은 "구자욱이 1번이 되려면 무조건 주전이 돼야 한다. 배영섭이 1번이 될 경우 구자욱 또는 박해민이 벤치를 지켜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고민을 늘어 놓았다. 이어 "둘 중 한 명이 리드 오프를 해줘야 하는데 단순히 둘만의 경쟁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삼성의 외야 자원은 넘쳐난다. 그렇기에 배영섭과 구자욱 모두 확실한 자기 자리가 없는 가운데 주전 경쟁에서 살아 남는 게 우선이라는 의미다. 이들 모두 동등한 출발선상에서 경쟁시킬 계획. 류중일 감독은 "일본 오키나와 2차 캠프에서 열리는 연습 경기를 통해 배영섭과 구자욱을 번갈아 기용하며 잘 하는 선수가 1번 타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은 지난해 마땅한 1번 타자가 없어 골머리를 앓았다. 2014년 1번 중책 역할을 맡으며 만점 활약을 펼쳤던 야마이코 나바로가 부진하자 박해민, 김상수 등이 나섰지만 이렇다할 성과가 없었다.
박한이가 1번 타자로서 제 역할을 해주며 타선이 안정되는 듯 했으나 뜻하지 않은 부상을 당해 전력에서 이탈하게 됐다. 이후 구자욱이 라인업 맨 위에 안착하며 류중일 감독의 고민을 말끔히 해소했다. 과연 올 시즌 사자 군단의 리드 오프는 누가 될까. /wha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