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프 스토리] '투수 컨디션은 우리 손 안에' 삼성의 불펜 포수 3인방
OSEN 손찬익 기자
발행 2016.01.25 12: 59

"나이스 피칭!". "오케이 한 번 더!". "와~ 좋다 좋아!".
삼성 라이온즈의 괌 1차 캠프가 차려진 레오 팔레스 리조트 야구장. 한해 농사를 준비하는 중요한 이 시기에 불펜이 가장 활력이 넘친다. '맏형' 변선웅 씨를 비롯해 전진형 씨, 김지원 씨 등 3명의 불펜 포수들이 투수들의 공을 받으며 분위기를 띄운다.
이들은 포수 미트에 공이 꽂히는 소리가 불펜 전체에 울려 퍼질때면 힘찬 목소리로 외친다. "나이스 피칭! 한 번 더!". 불펜 피칭을 마친 투수들은 불펜 포수들과 심도있는 이야기를 나눈다. '제2의 투수 코치'라고 불릴 만큼 투수들의 컨디션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안다. 이들은 화려하지 않지만 없어서는 안될 존재다.

변선웅 씨는 불펜 포수 가운데 맏형. KIA에서 12년간 일했던 변선웅 씨는 지난 시즌을 앞두고 삼성으로 이적했다. 2003년 KIA에 불펜 포수로 입단한 그는 선수에 대한 꿈을 포기하지 못했고 해마다 육성 선수 테스트를 봤으나 아쉽게 탈락하고 말았다.
기회가 없는 건 아니었다. 2008년 자체 평가전 때 포수가 없어 안방 마스크를 쓰는 기회를 얻었고 조범현 감독에게서 확실한 눈도장을 받았다. 이듬해 육성 선수로 입단하는 기회를 얻었으나 부상과 불운에 신음하다 현역 유니폼을 벗어야 했다.
변선웅 씨는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대표팀의 불펜 포수로 참가해 불펜 포수 뿐만 아니라 배팅볼 투수까지 소화했다. 당시 대표팀 사령탑이었던 류중일 감독은 변선웅 씨를 가만히 두지 않았다. "삼성 올래?" 그렇게 변선웅 씨의 삼성행이 이뤄지게 된 것.
그는 외국인 투수들과 소통하기 위해 영어, 스페인어 공부까지 할 만큼 열정적이다. 변선웅 씨는 "그저 단어 몇 마디 하는 정도"라고 자신을 낮췄지만 구단 관계자에 따르면 변선웅 씨는 공부 잘하는 친구에게 자존심을 굽혀가면서 알파벳부터 하나 하나 배웠다고 한다.
2011년부터 삼성의 불펜 포수로 활동 중인 전진형 씨는 '여우같은 곰'이라 불린다. 큰 덩치에도 두뇌 회전이 아주 빠르다는 게 구단 측의 설명. 2013년부터 2년간 삼성에서 뛰었던 릭 밴덴헐크(소프트뱅크)는 전진형 씨를 두고 "최고의 불펜 포수"라고 엄지를 세우기도 했다. 밴덴헐크는 전진형 씨에게 받았던 고마움을 잊지 못해 아직도 안부를 묻고 지낸다.
전진형 씨는 지난 시즌을 앞두고 삼성 출신 투수들의 강력한 추천으로 모 구단의 러브콜을 받았다. 하지만 그는 "삼성에서만 뛰고 싶다"고 정중히 거절했단다. 비시즌 때마다 재능 기부 차원에서 지역 초등학교 야구부원들을 가르친다. 친근한 외모와 재치 넘치는 입담 덕분에 아이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는다는 후문이다.
지난해부터 삼성의 불펜 포수로 활동 중인 김지원 씨는 차분한 성격을 바탕으로 투수들의 신망이 두텁다. 그는 머릿속에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불펜 포수 업무 뿐만 아니라 전력 분석까지 배우고 싶단다.
이들이 가장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언제일까. 전진형 씨는 "승리 투수들의 '고맙다'는 한 마디가 정말 큰 힘이 된다"고 했고 김지원 씨는 "투수들이 나의 의견에 귀기울여줄때 뿌듯하다"고 미소를 지었다.
변선웅 씨는 "이제 불펜 포수를 바라보는 시선도 많이 달라졌고 처우도 상당히 개선됐다. 책임감을 갖고 더 열심히 뛰겠다"고 다짐했다. 음지에서 양지를 지향하는 이들이 있기에 선수들이 최상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지 않을까. /what@osen.co.kr
[사진] 변선웅-전진형-김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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