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자존심 싸움이 치열했다. 현대캐피탈 외국인 선수 오레올과 대한항공 외국인 선수 모로즈가 양팀의 물러서지 않는 기 싸움의 대리전을 벌였다. 그 과정에서 두 선수가 구두경고를 받기도, 대한항공 코칭스태프 한 명이 퇴장 당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대한항공과 현대캐피탈의 5라운드 경기가 열린 25일 인천계양체육관은 팬들이 경기장을 가득 메운 가운데 열띤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2위 대한항공(승점 52점)과 3위 현대캐피탈(승점 50점)은 이 경기 결과에 따라 순위가 바뀔 수도 있었다. 선두 OK저축은행을 쫓아야 하는 대한항공, 8연승으로 2위를 차지하려는 현대캐피탈 모두 사력을 다해야 할 판이었다. 덩달아 신경이 날카로워질 법한 경기이기도 했다.
1세트는 현대캐피탈이 초반부터 몰아붙인 끝에 여유 있게 따냈지만 갈등의 싹은 이미 트고 있었다. 오레올과 모로즈가 플레이마다 약간의 언쟁을 벌이며 신경전을 시작한 것이다. 러시아에서 뛰던 시절 팀 동료이기도 했던 두 선수지만 서로에 대한 감정이 다소간 상한 듯 보였다. 결국 진명운 주심은 한 차례 두 선수를 모아 자제를 요구했다. 경기에 집중하라는 의미였다.

한국배구연맹(KOVO) 관계자는 “두 선수의 신경전이 시작돼 확대 방지 차원에서 가벼운 구두경고를 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신경전은 끝나지 않았다. 급기야 대한항공 벤치에 앉아 있던 슈빠 코치가 지나친 항의를 해 세트 퇴장을 당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역시 달아오른 분위기를 가라앉히려는 심판진의 의도였다. 규정상 주심은 페어플레이 정신에 입각해 불법 행위 제를 할 수 있고 공격적인 행위의 경우 세트 퇴장을 준다. 이 규정을 적용한 것이다.
그 후에는 특별한 신경전 없이 진행됐지만 두 선수는 코트에서 양보 없는 승부를 벌였다. 두 선수는 전위에서 맞물려 돌아가는 경우도 적지 않아 물러설 수가 없었다. 이 기 싸움에서 이기는 쪽이 승부에 유리한 고지를 점령할 수 있는 것은 당연했다. 1세트 오레올이 먼저 기세를 올렸지만 모로즈도 만만치 않은 공격력으로 2세트부터 팀의 공격을 견인하기 시작했다.
이날 모로즈는 16점에 공격 성공률 48.14%, 오레올은 블로킹 4개를 포함해 16점(공격 성공률 57.14%)을 올렸다. 득점이 동일한 가운데 범실(10개)은 모로즈가 훨씬 더 많아 오히려 오레올의 기록이 더 돋보였다. 또한 역시 최후에 웃은 자는 팀이 이긴 오레올이었다. 오레올은 득점은 적었지만 범실(2개)도 적어 안정적인 경기를 했다. 반면 모로즈는 4세트 들어 좀처럼 힘을 내지 못하고 팀을 수렁에서 건져내는 데 실패했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