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민석, 한화 이적 첫 캠프에서 본 코피
백업 아닌 주전 목표, 신인으로 돌아가
"코에서 뭐가 흘러내리는데 피더라".

한화 외야수 장민석(34)은 지난 24일 아침 기상과 함께 흔치 않은 경험을 했다. 6시30분쯤 잠자리에서 일어난 화장실을 향한 그는 코에서 무언가 흘러내리는 것을 느꼈다. 처음에는 콧물인 줄 알고 닦았는데 자세히 보니 붉은 피였다. 연일 강도 높은 지옥훈련에 그만 코피가 터진 것이다. 코피뿐만 아니라 입술도 여기저기 심하게 부르터 있다.
장민석은 지난해 11월 열린 2차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5순위로 한화에 지명 받았다. 발 빠른 강견의 외야수를 필요로 하던 한화는 1라운드 지명 차례가 되자 주저하지 않고 장민석을 불렀다. 넥센과 두산에 이어 한화가 장민석의 3번째 팀이 된 순간이었다.
장민석은 "한화에 외야수가 많은 편이라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감독님께서 수비와 주루에서 저를 필요로 하신 만큼 불러주신 것이라고 들었다. 의외였지만 좋은 계기가 되고 있는 것 같다"고 반겼다. 새로운 팀에서 야구 인생에 또 다른 터닝 포인트를 마련한 것이다.
특히 지옥훈련을 통해 다시 태어나고 있다. 장민석은 "그동안 (훈련량이 많지 않은) 넥센과 두산에 있다 한화에 오니 아무래도 몸이 적응 안 된 부분도 있었다. 생각한 것보다 훈련 시간도 길고 양도 많다. 힘들기는 힘들다"며 처음 경험하는 김성근 감독의 훈련에 혀를 내둘렀다.
하지만 고된 훈련 속에서 즐거움을 느끼며 김성근 감독에 대한 존경심도 피어오른다. "이런 생각도 든다. '우리 선수도 이렇게 힘든데 직접 펑고를 쳐주시는 감독님은 얼마나 힘드실까' 하는 것이다. 선수들만큼 감독님도 힘드실 것이다. 힘들어도 감독님 모습을 보면 힘을 내지 않을 수 없다. 감독님이 엊그제 펑고를 쳐주시면서 한 번 웃으셨다. 처음 보는 미소였는데 더 힘내라는 의미인 것 같다".
나아가 장민석은 외야 주전 한 자리까지 꿰찰 각오를 보이고 있다. 그는 "팀이 필요로 하는 외야 송구와 주루에서 자신 있다. 한화에 왔지만 백업으로 뛸 생각은 없다. 어떻게든 기회를 잡아서 주전으로 뛰고 싶다. 신인의 마음으로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해보겠다"고 의지를 불태웠다.
코피를 흘릴 정도로 지쳐있지만 이제는 훈련을 즐기는 단계에 이르렀다. 장민석은 "코피가 난 것은 처음이었다. 몸은 힘들어도 계속 훈련을 할수록 재미가 생긴다. 힘들지만 재미있다"고 밝게 웃었다. 한화에서 초심으로 돌아가 한계와 싸우고 있는 장민석, 한화 외야의 새로운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waw@osen.co.kr
[사진] 고치=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