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태 감독의 확실한 베테랑 예우
함평 베테랑조, 책임감 갖고 구슬땀
“야구 인생 말년에 복 받은 것 같아요”.

KIA 타이거즈는 지난 시즌 아쉽게 7위에 그쳤지만 희망을 볼 수 있는 시즌이었다. 최약체 평가를 뒤집었고, 시즌 막판까지 5강 경쟁을 펼쳤다. 젊은 선수들에게도 차례로 기회가 돌아가며 리빌딩도 순조롭게 진행됐다. 리빌딩과 함께 순위 싸움을 할 수 있었던 원동력 중 하나는 베테랑들이었다.
투수 파트에선 최영필, 김광수 등 30대 중반을 넘어선 투수들이 필승조로 버텼다. 야수에선 규정 타석을 채운 주장 이범호를 비롯해 김원섭, 김주찬, 김민우 등 베테랑들이 쏠쏠한 활약을 펼쳤다. 이들 모두 적지 않은 나이에도 팀의 모범이 됐다. 여기에는 김기태 감독의 리더십이 크게 작용했다. 김 감독은 베테랑들을 확실히 예우해준다. 어느 정도 자율이 보장되지만 선수들은 스스로 책임감을 갖고 김 감독의 주문을 착실히 따르고 있다.
현재 함평 기아 챌린저스 필드에서 훈련하고 있는 베테랑들은 하나 같이 김 감독을 두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야수조 최고참인 김원섭은 “작년 캠프 시작 때부터 야구가 너무 재미있다”면서 “훈련을 할 때 트로트를 틀어놓고 같이 따라 부르면서 운동을 했다. 처음에는 감독님께 적응 안 된다고 할 정도였다. 이제는 감독님 스타일을 잘 안다. 틀에서 벗어나지만 않는다면 모든 걸 선수들에게 맡겨주신다. 말년에 정말 복 받은 것 같다”라고 말했다.
내야수 김민우 역시 “원섭이형과 ‘말년에 복 받았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김기태 감독님 같은 분이 없다. 고참들 대우, 배려를 많이 해주시면서도 쫓아오지 못하면 단칼에 잘라버리신다.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인정받으면 써주신다. 이런 부분에 정말 행복을 느낀다”면서 “야구 생활을 잘 마무리하면서 KIA에서 우승하는 걸 보고 은퇴하고 싶다”며 웃었다.
투수 김광수도 LG 시절에 이어 김 감독과 다시 만나 지난 시즌 재기에 성공했다. 김광수는 “감독님이 LG 2군 감독으로 계실 때, 블론 세이브를 많이 하고 2군에 내려간 적이 있었다. 그 때 잠깐 뵀는데, 감독님이 많이 잡아주셨다. 감독님도, 저도 서로 솔직한 편이다. 그 점을 좋게 봐주신 것 같다. KIA에 왔을 때도 정말 반겨주셨다”라고 회상했다.
올해 처음 시행한 캠프 이원화도 베테랑들에 대한 예우가 담겨있다. 또한 김 감독은 미국에서 함평으로 꾸준히 연락을 취하면서 선수들의 상태를 파악하고 있다. 베테랑들은 김 감독의 배려에 더 책임감을 느끼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선수들은 “누구나 한 번쯤 원했던 시스템이다. 정말 좋다”라고 입을 모은다. 베테랑들에게 확실한 동기부여를 해주는 김 감독의 리더십, 그리고 의중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 선수들이 있기에 올 시즌 KIA의 성적이 기대된다. /krsumin@osen.co.kr
[사진] 스캇츠데일(애리조나)=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