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크볼-체인지업 노력, 퀵모션 보완 중
사실상 2년차 시험대, 성장세 지속에 주목
“다들 제가 두 가지 구종만 던지는 줄 아시더라고요. 알고 보면 빠른 공 계통도 똑같은 궤적이 하나도 없는 데 말이죠”

지난해 SK 마운드의 최고 수확이었던 박종훈(25)은 리그에서 보기 드문 정통파 언더핸드 투수다. 공을 놓는 지점이 리그에서 가장 낮은 선수 중 하나다. 생소한 궤적에 공 끝의 변화도 적지 않다. 타자들은 제구만 잘 잡히는 날에는 공략이 쉽지 않은 투수라고 입을 모은다. 그런 박종훈은 흔히 빠른 공과 커브의 ‘투 피치’ 투수로 오해하기 쉽다. 실제 취재진에 제공되는 구종분석 자료에도 빠른 공과 커브로만 구분된다.
내심 억울(?)할 법도 하지만 박종훈은 “전력분석원 분들도 궤적 등을 놓고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고 하더라. 그게 또 장점 아니겠는가. 그럴 리는 없겠지만 상대가 모르면 더 좋다”라고 웃어넘긴다. 그래서 그럴까. 박종훈은 전력분석원들이 한 눈에 다른 구질임을 알 수 있는, 즉 상대 타자로서는 당황스러운 새 무기에 목말라 있다. 올해 이상의 성적을 거두기 위해서는 필수적인 조건이기도 하다. 박종훈은 “포크볼과 체인지업을 꾸준하게 연습하고 있다”라고 털어놨다.
박종훈을 처음 보는 타자가 공 궤적을 따라가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리그에 그렇게 던지는 투수가 없기 때문이다. 생소함 때문에 이 유형에 극단적으로 약한 타자들도 있다. 그러나 내년은 다르다. 박종훈은 지난해 33경기에 나가 118이닝을 던지며 6승8패 평균자책점 5.19를 기록하며 나름대로 성공적인 시즌을 보냈다. 그럴수록 상대의 분석은 더 집요해질 수밖에 없다. 생소함이라는 무기도 갈수록 희석된다. 이를 보완할 무기가 필요하다는 것은 박종훈 스스로가 더 잘 알고 있다. 롱런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전제조건이기도 하다.
이 잠수함의 신형 어뢰는 아직 개발 단계다. 박종훈은 “포크볼을 던져봤는데 커브와 비슷한 궤적으로 솟구치더라. 차별화를 두기가 어렵다. 체인지업도 싱커와 다른 궤적을 만들어야 한다”라며 머리를 긁적인다. 그러나 이번 캠프를 통해 실마리를 찾는다는 각오다. 포심을 비롯, 싱커, 투심, 슬라이더, 커브를 던졌던 박종훈이 포크볼과 체인지업까지 장착한다면 목표물에 따라 사용할 후보군이 넓어진다. 프리미어12 상비군 소집 당시 우규민(LG)으로부터 배운 ‘무심 패스트볼’ 또한 장기적 연구 대상이다. 옆구리 유형 계통의 투수였던 조웅천 투수코치가 도움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잠수함의 업그레이드는 신형 어뢰 장착에서 끝나지 않는다. 선체부터 잠수함을 조종하는 소프트웨어도 동시에 개량이 이뤄지고 있다. 올해 연봉이 대폭 상승해 겨울이 좀 더 따뜻해진 박종훈은 “비시즌 동안 하루도 쉬지 않고 운동을 했다. 어깨나 팔꿈치 등 몸에 아픈 곳은 없다”라면서 “다치지 않으려면 유연성이 있어야 한다. 유연성과 밸런스 위주로 훈련을 했다”라고 설명했다. 플로리다 캠프에서 서서히 컨디션을 끌어올려 올해도 1군 한 자리를 고정적으로 차지할 수 있는 발판을 놓는다는 심산이다.
‘사실상의 2년차’를 맞이해 부담은 있다고 솔직히 털어놓는 박종훈이다. 박종훈은 “지난해보다는 캠프가 편해질 것이라 생각했는데 또 그렇지 않다. 생각이 더 깊어지는 것 같다”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1년 동안 많은 것을 보고 느꼈기에 아무 것도 모르고 덤벼들었을 때와는 또 다른 기분이 드는 것이다. 그러나 박종훈은 캠프에서 땀을 흘리며 부담을 털어버리기로 했다. 미국과 일본에서 SK의 잠수함이 업그레이드를 마치고 돌아올 수 있을지 주목된다.
2016년 프리뷰
부동의 에이스인 김광현, 그리고 두 외국인 선수(크리스 세든, 메릴 켈리)에 이은 팀의 4선발 후보로 손꼽힌다. 현재로서는 긍정적이다. 지금 현 상황에서만 놓고 보면 지난해 박종훈 이상의 실적을 보여준 경쟁자가 마땅치 않다. 팀에서도 좋은 컨디션을 유지할 경우 중간보다는 선발에서 쓰는 것이 더 좋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다. 발판은 마련한 만큼, 스스로가 이 기회만 움켜쥐는 일만이 남았다. 모든 것이 물음표 일색이자, 1군 롱릴리프 요원의 후보 중 하나였던 지난해보다는 분명 신분이 상됐다. 새 구종의 장착뿐만 아니라 기복을 줄이는 것, 그리고 퀵모션 보완 등 보완해야 할 점은 아직 많다. 긍정적인 것은 박종훈이 그 과제를 너무나도 명확히 알고 있다는 것으로 기대가 모인다. 박종훈의 목표는 “작년보다 더 나은 시즌을 보내는 것”이다. 단순하다. 이 목표가 현실이 돼 지난해 6승 이상을 거둘 수 있다면 10승 투수로서의 발판을 놓을 수도 있다. 물론 SK는 내심 박종훈이 올해 그런 투수가 되기를 바라고 있을지 모른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