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의 자율훈련, 시간표 밖을 행군하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6.01.26 06: 03

아침-저녁으로 자율훈련 분위기 정착
훈련 효율성 배가, 경쟁 효과 톡톡
미 플로리다주 베로비치는 조용한 동네다. 그런 동네를 깨우고, 또 마무리하는 이들이 바로 1차 전지훈련에 임하고 있는 SK의 선수들이다. 훈련 일정 자체는 지난해와 크게 다른 것이 없는데, 오히려 훈련 시간은 더 늘었다. 자발적인 참여 때문이다.

SK의 전지훈련 일정은 다른 팀과 크게 다를 것은 없다. 보통 오전 8시 50분에 얼리버드조부터 훈련장에 모습을 드러낸다. 본진은 9시 정도부터 미팅을 시작해 몸을 푼다. 점심식사 후 오후 훈련을 끝내면 저녁식사를 하고 7시부터 야간 훈련이 들어가는 일정이다. 야간 훈련은 주로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진행된다. 그 후로는 개인 정비를 마친 뒤 잠자리에 든다. 일상적인 일정이다.
일정에 손을 대지 않은 대신 훈련의 강도는 높아졌다. 이미 김용희 SK 감독이 공언한 사항이고, 선수들도 이에 대비해 개인훈련으로 몸을 잘 만들어왔다는 게 코칭스태프의 평가다. 그런데 시작부터 코칭스태프가 예상하지 못한 일이 생겼다. 훈련 일정표대로 움직이지 않는 선수들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분이 아닌, 대부분이 그렇다. 일찍 나와서, 늦게까지 훈련을 한다.
SK가 머물고 있는 히스토릭 다저타운은 숙소에서 경기장까지 거리가 그리 멀지 않아 도보로도 5분이면 이동이 가능하다. 가장 먼 경기장까지 해봐야 7~8분이다. 이런 편의성을 이용, 대부분의 선수들은 훈련 시작 한참 전인 8시면 모두 경기장에 나온다는 후문이다. 정작 지정된 ‘얼리버드’보다 더 빠른 새가 속출하는 것이다. 차분하게 몸을 푸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훈련에 임하는 몸과 마음은 가뿐해질 수밖에 없다. “훈련 효율성이 높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 중 하나다.
야간훈련도 마찬가지다. 일정이 잡힌 것은 보통 7시부터 9시까지. 하지만 좀 더 일찍 시작해 좀 더 늦게까지 하는 선수들이 많다. 야수들의 경우 별도의 티배팅을 자율적으로 판단해 하는데 9시를 훨씬 넘긴 시간에도 방망이를 돌리는 선수들이 제법 있다는 게 현지 관계자의 귀띔이다. 한 선수가 그렇게 훈련을 하면, 나머지 선수들도 의식을 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전체 훈련 시간은 조금씩, 조금씩 늘어난다. 경쟁의 효과다. 한 구단 관계자는 “예정된 시간보다 늦게 숙소에 들어오는 선수들이 많다”라고 이야기한다. 결과적으로 일정 외의 훈련 시간이 아침·저녁을 합쳐 1시간 이상 추가되는 셈이다.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팀에 불기 시작한 웨이트트레이닝 열풍은 올해 광풍으로 돌변했다. 웨이트의 중요성을 실감한 선수들이 경쟁적으로 기구에 매달리고 있다. 지난해 전지훈련, 시즌 중 체계적인 관리, 그리고 가고시마 캠프에서의 웨이트 훈련까지 모두 소화한 선수들은 웨이트의 소중함을 몸으로 확인하고 있다. 선수들은 “몸에 힘이 조금씩 들어간다. 더 단단해진 것 같기도 하다”라며 의욕을 보이고 있다.
구단 관계자는 “훈련량이 지난해보다 많아진 상황이다. 사실 선수들이 힘들다고는 한다”라면서도 “그런데도 불평이나 불만은 없다. 다들 열심히 하고, 신진급·선임급 가릴 것 없이 빼는 선수들은 없다”라고 캠프 분위기를 설명했다. 타인에 의해 훈련 시간이 늘어나는 것은 사실 효율성 측면에서 그다지 긍정적인 영향이 없다. 하지만 자율은 다르다. 그런 측면에서 그림 자체는 이상적으로 돌아가고 있는 SK 캠프다. 그 땀방울 속에 캠프도 두 번째 휴식일을 지나 반환점을 향해 가고 있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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