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두 수성-3위 추격 중대 갈림길
시몬 vs 그로저, 최고 외국인 자존심 대결
소속팀은 갈 길이 바쁘다. 주포인 외국인 선수 어깨에 걸리는 짐은 더 무겁다. 여기에 코트 반대편의 상대는 긴장을 놓지 못하게 만든다. V-리그 최고 외국인 선수로 뽑히는 로버트랜디 시몬(29, OK저축은행, 206㎝)과 괴르기 그로저(32, 삼성화재, 200㎝)가 팀과 개인의 자존심을 걸고 대충돌한다.

OK저축은행과 삼성화재는 26일 안산상록수체육관에서 5라운드 맞대결을 벌인다. 두 팀 모두 이번 경기가 매우 중요하다. 후반기 시작 이후 다소 주춤했던 리그 선두 OK저축은행(승점 56점)은 정규시즌 우승을 위해 2위와의 승점차를 벌려야 한다. 포스트시즌 진출을 위해 총력전을 예고 중인 삼성화재(승점 44점)은 이 경기에서 패할 경우 전선이 어두워진다. 반드시 잡아야 3위권과의 승점차를 5점으로 유지할 수 있다.
전운이 감도는 가운데 최대 관심사는 역시 시몬과 그로저의 한 판 승부다. V-리그를 벗어나 전 세계적인 공격수로 뽑히는 두 선수는 올 시즌 명성대로의 활약을 펼치고 있다. 712점을 기록 중인 그로저는 득점 1위, 시몬은 676점으로 득점 2위다. 시즌 최다 트리플크라운을 놓고도 경쟁 중이다. 최근에는 불같은 서브로 장외대결을 벌이기도 했다. 최고와 최고의 만남인 만큼 서로를 의식하지 않을 수도 없다. 먼저 꺾이면 이는 곧 팀 패배로 직결될 공산이 매우 높다.
팀에서의 중요성은 계속 높아져만 간다. OK저축은행은 최근 주전 센터인 김규민이 결국 부상으로 남은 정규시즌 출전이 어려워졌다. 센터와 라이트를 오가는 시몬의 공격 비중이 더 늘어날 수밖에 없는 여건이다. 그로저는 확실한 국내파 거포가 없는 삼성화재에서 높은 공격 점유율을 떠안고 있다. 그로저가 무너지는 경기에서 삼성화재는 거의 다 졌다. 어쩌면 시몬에 비해 부담은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위기 때마다 에이스의 본능을 발휘하며 팀을 이끌어 온 두 선수다. 신뢰는 절대적이다. 시몬은 1월 5일부터 16일까지 OK저축은행이 시즌 두 번째로 긴 3연패에 빠져 있을 때도 홀로 제 몫을 다했다. 외국인 선수로는 보기 드물게 선수단의 리더 몫도 충실히 하는 선수다. 그로저는 국가대표팀 차출에서 돌아온 후 피곤한 상황에서도 3경기에서 모두 50% 이상의 공격 점유율을 기록했다. 그러면서도 합계 117점, 경기당 평균 39점을 쏟아부었다.
상대전적에서도 약하지 않았다. 시몬은 올 시즌 삼성화재전 4경기에서 58.52%의 높은 공격 성공률을 기록하며 총 127점을 기록했다. 상대전적별로 봤을 때 최다 득점이다. 그로저는 OK저축은행과의 2경기에서 51.52%의 공격 성공률과 함께 경기당 44점을 폭격하는 괴력을 발휘했다. OK저축은행전 세트당 서브 성공은 무려 1.778개다.
시몬으로서는 설욕의 의지도 불태울 법하다. 그로저가 뛴 삼성화재와의 2경기에서 모두 팀이 패했기 때문이다. 그로저는 지난해 11월 18일 대전에서 열린 2라운드 경기에서 48점을 기록하며 팀의 세트스코어 3-1 승리를 이끌었다. 11월 29일 역시 대전에서 열린 3라운드 경기에서는 서브 에이스 7개를 포함, 40점에 트리플크라운을 작성하며 시몬 앞에서 또 한 번 승리를 거뒀다. 당시 40득점을 기록한 그로저, 38점을 기록한 시몬은 불꽃 튀는 접전을 벌였다. 26일 팬들의 시선이 안산으로 향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