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선수, KBO리그 진입 가능...타국 외인과 동등여건
MLB 성공 NPB에선 부진...외인 몸값 폭등 해답될 수도?

메이저리그와 일본프로야구에 이어 KBO리그에도 쿠바 열풍이 불까? 당장 현실이 되지는 않고 있으나, 가능성은 충분하다. KBO리그 외국인선수 몸값이 폭등하고 있는 만큼, 쿠바가 해결책이 될 수도 있다.
지난해 11월 5일 프리미어12 쿠바 야구대표팀 빅토르 메사 감독은 적극적으로 자국 선수들을 홍보했다. 당시 메사 감독은 한국 대표팀과 친선 경기를 마친 후 “한국에 와서 반갑고 좋고 너무 집중해서 경기에 관심 가져줘서 감사하다”면서 “만약 한국에서 쿠바 선수들 영입을 원한다면 우린 항상 오픈돼있다. 여기보다 강한 선수들 많다. 어린 선수들도 많다”고 말했다.
쿠바선수들의 기량은 두 말하면 잔소리다. ‘아마최강’이란 수식어에 걸맞게, 매년 특급선수들을 배출하고 있다. 당장 메이저리그만 봐도, 겨울마다 쿠바 출신 선수 영입을 위해 여러 팀이 경쟁을 벌인다. 미국과 쿠바 두 나라간의 장벽도 많이 낮아졌다. 불과 2, 3년 전만해도 쿠바 선수들은 빅리그 진출을 위해 목숨을 걸고 국경을 넘었다. 하지만 이제는 합법적으로 취업비자를 받고 메이저리그에서 뛸 수 있다.
이는 한국도 마찬가지다. KBO리그 정금조 운영기획부장은 26일 OSEN과 전화통화에서 “2년 전에 출입국관리소에 이와 관련해 문의를 했었다. 답은 ‘얼마든지 가능하다’였다”며 “배구만 봐도 쿠바 선수들이 우리나라 리그에서 활약하고 있지 않은가. 만일 당장 쿠바 선수가 KBO리그에 온다면, 다른 외국인선수와 마찬가지로 1년 취업비자를 받고 한국에서 뛸 수 있다”고 전했다.
덧붙여 정 부장은 “KBO리그 각 구단들도 쿠바에 대한 관심이 어느 정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단장님들이 모여서 쿠바와 도미니카 등 중남미국가의 야구 시스템을 직접 보시려는 계획도 하시는 것 같더라”며 “아무래도 최근 외국인선수로 메이저리그급 선수를 데려오고 있고, 몸값도 폭등하다보니 이에 대한 해결책을 찾으려는 듯싶다”고 밝혔다.
실제로 KBO리그 몇몇 구단은 이미 쿠바에 스카우트를 파견하기도 했다. 지난해 쿠바를 다녀온 수도권 A구단 스카우트는 “쿠바에 좋은 선수들은 확실히 많다. 신체조건 좋고, 재능 넘치는 선수들이 예상했던 것보다 많았다”며 “문제는 역시 적응이다. 최근 쿠바선수들이 일본에 진출하고 있는데, 아직까지는 잘 된 경우보다는 안 된 경우가 많다. 일본 구단측 이야기를 들어보니 쿠바 선수들과 다른 중남미국가 선수들은 또 다르다고 하더라. 프로의식의 차이가 크다는 의견도 들었다”고 이야기했다.
최근 일본에 진출한 쿠바 선수 중 가장 주목받았던 이는 내야수 율리에스키 구리엘(32)이다. 구리엘은 2006 WBC 당시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로부터 “당장 메이저리그 드래프트에 나온다면 1라운드에서 뽑힐 것”이란 평가를 받았다. 2008 베이징 올림픽서도 쿠바 대표팀의 중심으로 활약했고, 한국과는 결승전에서 맞붙기도 했다. 구리엘은 2014년 5월 요코하마와 1억엔에 계약, 62경기서 타율 3할5리 11홈런 30타점 OPS 0.884로 활약했다. 이후 구리엘은 요코하마와 2015시즌 연봉 5억엔의 대형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구리엘과 요코하마의 인연은 오래가지 못했다. 시즌에 앞서 햄스트링 부상을 당한 구리엘은 쿠바로 돌아가 치료와 재활을 하기를 원했고, 요코하마는 계약서에 적혀있는 그대로 일본에서 재활을 요구했다. 구리엘이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자, 요코하마는 내야 센터라인 공백을 일찍 메우고, 팀 케미스트리를 우려해 구리엘과 계약을 파기하기로 합의했다.
결국 구리엘은 지난해 자국리그에서 23경기를 뛰었고, 자국을 대표해 프리미어 12에 참가했다. 올해에는 2월부터 쿠바서 열리는 캐리비안 시리즈를 소화할 예정이다.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이 다시 구리엘을 바라볼 예정. 2014시즌과 2015시즌 지바 롯데 마린스에서 뛰었던 알프레도 데스파이네도 일본에 남지 않고 캐리비안 시리즈에 참가한다. 데스파이네는 일본에서 2014시즌 45경기 타율 3할1푼1리 12홈런 33타점 OPS 1.001, 2015시즌 103경기 타율 2할5푼8리 18홈런 62타점 OPS 0.814를 기록했다. 2015시즌이 끝나고 구리엘과 함께 프리미어 12 쿠바 대표팀에 합류, 한국과 친선경기에도 뛰었다.
구리엘과 데스파이네 사례에서 보듯, 메이저리그와 달리 일본에서 쿠바 열풍은 다소 주춤해졌다. 그러나 KBO리그에선 또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 KBO리그 구단 관계자는 “우리나라와 일본은 외국인선수 관리에 있어 천지차이다. 일단 우리나라는 외국인선수에게 편의시설을 다 제공한다. 집은 물론, 가족들이 한국에 방문할 수 있게 비행기 티켓을 끊어주는 경우도 많다”며 “무엇보다 우리나라 구단은 통역이 외국인선수의 개인 매니저 역할까지 한다. 구단에서 외국인선수가 한국무대에서 성공하도록 정성을 다하는 만큼, 적응하기는 한국이 일본보다 훨씬 편할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어느 구단이 됐든, 이대로라면 2, 3년 안으로 쿠바 선수를 KBO리그에서 볼 수 있을 것 같다. 꼭 구리엘처럼 몸값 높은 선수만 잡으라는 법은 없지 않나. 쿠바에는 경험만 조금 더 쌓으면 크게 성장할 선수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지금처럼 외국인선수 몸값이 높아진 상황이라면, 누군가는 새로운 길을 찾을 것 같다. 물론 그게 우리 팀이 될 수도 있다”고 웃었다.
정금조 부장 역시 “쿠바 선수가 언제 KBO리그에 진출할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당장 내년 WBC도 그렇고, 앞으로 꾸준히 국제대회가 있다. 우리나라와 쿠바가 마주하게 경우가 또 생길 수 있다”며 “2008년에 처음으로 쿠바를 불렀을 때만해도 우리가 조바심도 많이 느끼고 걱정도 했었다. 하지만 2008년을 시작으로 양 국가가 신뢰도를 많이 올리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한국은 2008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쿠바 대표팀을 초청, 쿠바 대표팀은 올림픽에 앞서 한국에서 아시아의 기후와 시간에 적응했었다.
한편 두산에서 뛰었던 유네스키 마야(34)는 쿠바에서 태어났지만, 이전에 망명을 택했다. 마야는 2009년 9월 쿠바를 탈출, 9개월 동안 도미니카에 있다가 2010년 7월 워싱턴 내셔널스와 계약을 맺었다. 반면 프로배구 V-리그의 레오, 산체스, 시몬 등은 쿠바 국적을 유지하고 있다. 이들은 취업 비자를 통해 한국에서 뛰었다. / drjose7@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