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인 대결? 주인공은 송명근이었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6.01.26 20: 51

로버트랜디 시몬(OK저축은행)과 괴르기 그로저(삼성화재)라는 세계 최정상급 공격수들의 자존심 대결로 관심을 모았던 경기였다. 그러나 주인공은 따로 있었다. 경기를 지배한 것은 OK저축은행의 토종 거포 송명근(23, 195㎝)이었다.
송명근은 26일 안산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2015-2016 NH농협 V-리그’ 남자부 삼성화재와의 경기에서 맹활약을 펼쳤다. 경기 초반부터 몸이 가벼웠다. 외국인 선수 그로저가 앞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쾌하게 공을 때리며 삼성화재 코트를 폭격했다. 이날 송명근은 총 22점에 공격 성공률 76.92%를 기록하며 펄펄 날았다. OK저축은행도 승부처에서의 집중력을 발휘한 송명근의 활약 덕에 적은 점수차에도 3세트만에 경기를 마무리지으며 선두를 굳게 지켰다.
당초 시몬과 그로저의 대결로 큰 관심을 모은 경기였다. 선두를 지켜야 하는 OK저축은행, 3위를 추격해야 하는 삼성화재의 승패가 두 선수의 어깨에 달린 듯 했다. 물론 두 선수 모두 이날도 팀에서 중추적인 몫을 하며 팀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 3세트 막판의 불꽃 튀는 자존심 싸움은 하지만 승자와 패자의 차이는 외국인 선수가 아닌, 송명근이 쥐고 있었다.

1세트부터 조짐이 심상치 않았다. 송명근은 1세트 6번의 공격 시도를 모두 성공시키는 괴력을 발휘했다. 서브 득점 하나를 포함해 7득점이었다. 송명근의 ‘100% 행진’은 2세트에도 이어졌다. 2세트에서는 오히려 시몬을 대신해 주포로 나섰다. 퀵오픈 공격은 물론, 시간차와 후위 공격까지 자유자재로 날아오르며 자신의 경기 득점이 19점이 될 때까지 단 하나의 공격도 실패하지 않았다. 공격 외 범실만 2개 있었을 뿐이었다.
2세트는 자신의 힘을 끝내기도 했다. 24-24 듀스에 돌입한 상황에서 시간차 공격과 서브 득점을 연달아 꽂아 넣으며 스스로 세트를 마무리했다. 마지막 서브 에이스는 비디오 판독으로 봤을 때도 공이 라인에 살짝 물렸을 정도였다. 운까지 따라주는 모습이었다. 외국인 선수를 넘어서는 괴력이었다.
송명근의 100% 행진은 3세트 7-2 상황에서 깨졌지만 이미 기세는 OK저축은행으로 상당 부분 넘어온 뒤였다. 시몬이 이날 35점, 그로저가 33점을 기록하며 득점에서는 큰 차이가 없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결국 송명근이 나름대로 팽팽했던 승부를 가른 주인공이었던 셈이다.
올 시즌 삼성화재전에서는 자신의 기록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성적을 냈던 송명근이었다. 시즌 공격 성공률 54.41%, 세트당 서브 0.287개를 기록한 송명근이었지만 삼성화재와의 4경기에서는 50.81%의 공격 성공률과 세트당 서브 0.125개에 그쳤다. 그러나 이날은 그간의 빚까지 깨끗하게 갚으며 팀의 승리를 이끌었다. /skullboy@osen.co.kr
[사진] 안산=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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