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kt가 너무나 무기력한 패배를 당했다.
kt는 26일 부산사직체육관에서 벌어진 2015-2016 KCC 프로농구 5라운드 고양 오리온전에서 시종일관 무기력하게 끌려 다닌 끝에 69-91로 대패했다. 6위 kt(18승 26패)는 정규시즌 10경기를 남겨둔 가운데 6위 동부(23승 21패)와 승차가 5경기로 벌어졌다. 사실상 6강 플레이오프에 대한 꿈은 좌절된 상황이다. 반면 오리온(29승 15패)는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져도 너무나 무기력한 패배였다. 경기가 시작되기 전부터 kt가 지고 들어간 경기였다. kt 선수들에게서 ‘오리온을 한 번 잡아보겠다’는 투지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여기에 오리온 선수들이 쾌조의 슛 감각을 보이며 참사가 빚어졌다.

kt는 경기 시작 후 단 3분 12초 만에 첫 작전시간을 소진했다. 팀이 0-7로 끌려가며 갈피를 잡지 못했기 때문. kt는 1쿼터 종료 5분 12초를 남기고서야 첫 득점에 성공했다. 조성민의 패스를 코트니 심스가 덩크슛으로 연결했다. 경기 시작 후 4분 48초 동안 kt가 던진 슈팅이 모두 빗나갔다는 소리다.
심스의 덩크슛도 반전계기가 되지 못했다. 계속 점수 차가 벌어졌고, 1쿼터 종료 1분 51초를 남기고 오리온이 25-4로 리드했다. 사실상 승부는 여기서 끝났다.
화가 난 조동현 kt 감독은 다시 두 번째 작전시간을 불렀다. 어처구니없는 경기력에 할 말을 잃은 조 감독이었다. 그는 “지금 서서 공 받고 뭐하는 거야? 미드아웃도 안하고 아무도 움직이는 선수가 없어. 몸도 제대로 안 풀고 뭐했어. 그래, 너희들끼리 한 번 해봐”라며 선수들을 다그쳤다. 선수들은 적극성을 잃고, 이미 패배를 인정한 듯 보였다. 이런 상황에서 조 감독은 강력한 질책으로 선수들의 집중력을 환기시키려 했다. 스승이었던 전창진 감독이 자주 써먹던 심리요법이다.
작전시간 뒤에도 kt의 경기력은 썩 나아지지 않았다. kt는 전반전을 32-48로 크게 뒤졌다. 조동현 감독은 씁쓸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주포 조성민은 상대의 밀착마크에 막혀 전반전 무득점에 그쳤다. 제스퍼 존슨(20점)과 장재석(14점) 둘이 친정팀을 상대로 합작한 34점이 kt 전체가 올린 32점보다 많았다.
후반전 이재도(16점)와 조성민(7점)이 조금씩 터지기 시작했지만 대세를 거스를 수준은 못됐다. 존슨이 24점, 3점슛 4개를 기록한 오리온이 대승을 거뒀다. 장재석(23점, 9리바운드), 조 잭슨(16점, 6리바운드, 5어시스트), 문태종(17점, 3점슛 3개, 2스틸) 등 오리온 선수들은 고르게 잘했다.
프로선수라면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홈팬들이 지켜보는 앞이라면 더욱 그렇다. 추운 날씨에 바쁜 시간을 쪼개 돈을 주고 입장한 관중들에게 최소한의 예의를 보여야 한다. 팬들은 질 때 지더라도 상대 바짓가랑이라도 붙잡고 늘어지는 끈질긴 모습을 원한다.
‘초짜 감독’ 조동현 감독의 프로 첫 시즌이 순탄치 않은 모습이다. / jasonseo34@osen.co.kr
[사진] KBL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