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km 파이어볼러, 순조로운 회복세
이르면 2월 ITP 돌입, 중반 이후 기대
“재활이요? 사실 별로 재미는 없어요. 힘들기도 하구요. 하지만 해야 할 일이니까요. 재활하면서 몸을 잘 만들겠습니다”

지난 11월 강화 SK퓨처스파크 주변을 말없이 뛰고 있던 서진용(24, SK)은 가볍게 웃었다. 투수에게 러닝이 중요한 것은 분명하지만, 당시의 서진용은 러닝과 웨이트 트레이닝 외에는 할 수 있는 다른 게 없었다. 6월 팔꿈치인대접합수술(토미존 서저리)을 받은 서진용은 당시 막 기초적인 재활 프로그램에 돌입한 상황이었다. 다시 기초 체력을 만드는 수준이라고 했다. 공을 잡지는 못했다. 물론 병상에 있었던 시간을 생각하면 차라리 뛸 수 있는 것조차 행복했다.
화끈한 프로 데뷔였다. 지난해 5월 데뷔 후 첫 1군 무대에 데뷔한 서진용은 18경기에서 21⅓이닝을 던지며 평균자책점 5.91을 기록했다. 평균자책점만 놓고 보면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다. 그러나 코칭스태프, 구단 관계자, 그리고 팬들까지 모두 희망을 봤다. 말로만 들었던 ‘150㎞에 육박하는 공’을 직접 실감한 모두가 환호를 질렀다. 빠른 공과 예리한 포크볼, 사실상 두 가지 구종을 가지고 21⅓이닝 동안 24개의 탈삼진을 솎아냈다. ‘숫자 이상의 희망’이라는 표현이 잘 어울렸다.
그러나 이내 브레이크가 걸렸다. 지난해 6월 23일 팔꿈치 통증을 느껴 강판됐고 결국 인대가 손상됐다는 진단을 받아 곧바로 수술대에 올랐다. 한창 1군 무대에 적응하고 있을 때 찾아온 시련이었다. 서진용은 “분명 기회가 오긴 했는데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라고 아쉬움을 숨기지 않았다. 하지만 누구를 원망할 생각은 없었다. 차라리 잘 됐다고 마음을 고쳐먹는 중이었다.
“등판 간격은 괜찮았다.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라고 강조한 서진용은 “상무 시절부터 팔꿈치 상태가 썩 좋지 않았다. 그래서 항상 불안감이 있었다. ‘언젠간 수술을 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두려움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차라리 이번 기회에 확실히 재활을 하는 게 어쩌면 더 나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다”고 털어놨다. 어차피 한 번 받을 것 같은 수술이라면, 적은 이닝에도 망가질 팔꿈치라면, 차라리 시작 단계인 지금 깨끗하게 털고 가는 것이 낫다는 이야기였다. 그래서 그런지, 말투는 그렇게 어둡지 않았다. 인터뷰는, 좀 더 상황이 진전된 뒤에 하자고 다음을 기약했다.
그로부터 2달 후. 서진용의 표정은 더 밝아졌다. 서진용은 “재활은 예정대로 잘 흘러가고 있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최근에는 가볍게 공도 만지기 시작했다. 날이 추워 제한적이지만 점점 회복되는 팔꿈치 상태를 실감 중이다. 한 구단 관계자는 “현재 추세라면 2월 중순부터는 단계별투구프로그램(ITP)에 들어갈 수 있을 것 같다. 재활은 무난하게 잘 진행되고 있다”고 기대했다. 서진용은 내심 속도를 더 붙이고 싶은 눈치지만 주변에서 만류다. 지금도 빠른 페이스다.
서진용은 “지금 추세라면 5월에는 2군 마운드에서 던질 수 있을 것 같다. 그게 목표다. 1군은 그 다음에 생각할 문제”라고 이야기했다. ITP 과정에서 후퇴를 거듭하는 선수들이 부지기수라 긴장감도 감추지 않는다. 하지만 점점 복귀 일자가 다가오고 있음은 분명하다. 전력(?)이 많아 재활 선수에 워낙 보수적인 잣대를 들이대는 SK지만 내심 후반기 가세는 기대를 하고 있다. 그동안 마음 한구석을 짓눌렀던 팔꿈치 고민이 사라진 서진용의 목표도 크게 다르지 않다.
사실 팔꿈치인대접합 수술의 회복 기간은 대개 1년, 실전 적응기간까지 합치면 그 이상이다. 이를 고려하면 페이스는 순조롭거나, 혹은 그 이상이라고 볼 수 있다. 운동도 열심히 한다는 것이 재활 파트의 귀띔이다. 빠른 회복 속도의 비결을 묻는 질문에 서진용이 머리를 긁적이며 쉽게 답을 내지 못하자 주위에서는 “젊어서 그렇다”라는 반 농담이 나온다. 사실 “젊다”라는 이야기에는 많은 것이 함축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아프지만 큰 암초를 치워내고 있는 서진용은 이제 앞길만 똑바로 쳐다보고 가면 된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