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졸 신인 화제, 대한항공 장기적 플랜
올 시즌 급성장, 무궁무진 가능성 기대
2013-2014 V-리그 남자부 신인드래프트가 열린 지난 2013년 8월 12일. 전광인(한국전력)을 비롯한 선수들이 큰 이변 없이 예상대로 호명되고 있었던 식장 분위기가 한순간 술렁였다. 대한항공이 첫 지명권을 송림고 졸업 예정자인 정지석(21, 194㎝)에게 행사한 순간이었다.

대졸 선수들이 거의 100%를 이루는 남자부 신인드래프트에서 고졸 선수가 등장한 것은 박철우(삼성화재) 이후 실로 오래간만의 일이었다. 여기에 대한항공이 자신들의 1순위 지명권을 아낌없이 투자한데다 루머까지 무성했던 터라 큰 화제가 됐다. 그러나 대한항공은 확신에 차 있었다. 당시 상황을 기억하는 김종민 대한항공 감독은 “3~4년 뒤를 보고 선택했다”라면서 “무엇보다 기본기가 워낙 좋았다. 그거 하나 보고 뽑았다. 프로에서도 충분히 통한다고 봤다”고 회상했다.
그리고 그로부터 2년 반이 지난 지금. 대한항공과 김 감독은 당시의 선택이 적중했음을 직감하고 있다. 서서히 자신의 자리를 넓혀가고 있는 정지석이 올 시즌에는 팀의 당당한 주전으로 자리 잡을 만큼 뛰어난 활약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지금 상황에서 무엇을 더 바라겠는가”라고 흐뭇한 미소를 숨기지 않는다. 현재 활약도 뛰어난데, 아직 만 21세로 앞길 또한 창창하다. 미래까지 고려하면 가치는 계산하기 쉽지 않다.
정지석은 26일까지 올 시즌 26경기에 나가 54.21%의 공격 성공률을 기록하며 총 290점을 올렸다. 첫 두 시즌 동안 공격 성공률이 모두 50%에 이르지 못했던 정지석이 공격에 눈을 뜨며 외국인 선수, 토종 거포 김학민과 함께 삼각편대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수비도 가치가 크다. 세트당 5.547개의 리시브를 기록하며 서재덕(한국전력, 5.602개)에 간발의 차로 뒤진 2위를 기록하고 있다. 리시브 성공률은 무려 60.92%에 달한다. 보통 신진급 선수들이 가장 고전하는 부분에서 리베로 못지않은 성적을 내고 있다.
당초 김학민 신영수 곽승석과 같은 전·현직 국가대표 선수들이 즐비한 대한항공이었다. 정지석이 쉽게 치고 들어갈 만한 틈은 아니었다. 그러나 공·수에서의 알토란같은 활약으로 이제 정지석 없는 대한항공은 상상하기가 쉽지 않아졌다. 김 감독은 “공격, 블로킹, 서브 리시브 등에서 모두 제 몫을 하고 있다. 곽승석을 제친 것에서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다”고 정지석의 살림꾼 임무를 극찬했다.
아주 큰 키는 아니지만 배구 센스를 타고 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여기에 대한항공의 판단처럼 기본기가 탄탄하다. 김 감독은 “섬세한 면도 있고, 욕심도 많은 선수”라며 앞으로는 더 좋은 선수가 될 것이라 자신한다. 정지석도 “경기 출장 기회가 늘어나다보니 전체적으로 시야가 많이 넓어진 것 같다. 경험도 조금 생기는 것 같다”고 의의를 뒀다.
물론 앞으로도 고비는 계속 찾아올 것이다. 김 감독은 “잘 나가고 있는 지금부터가 더 중요한 시기라고 생각한다. 어려운 경기에서 얼마나 버텨주느냐가 관건이다. 지금 처지면 오히려 퇴보할 수도 있다. 후위 수비력도 좀 더 보왆야 한다”라고 조언을 남겼다. 때로는 다소간 들쭉날쭉한 경기력을 다잡고 큰 경기에서의 안정감을 더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정지석이 방심을 경계하며 앞으로 계속 뻗어나갈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