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세터’가 찍은 강민웅, 한전 리빌딩 중심
OSEN 조인식 기자
발행 2016.01.28 06: 18

27일 대한항공전 효과적 볼 배분으로 승리 견인
토스워크, 공격수와의 호흡 점차 발전 기대
한국전력의 신영철 감독은 팀을 총체적으로 바꾸려 하고 있다. 그 중심은 새로 데려온 세터 강민웅(31)이다.

한국전력은 현재 10승 16패, 승점 34점으로 5위에 머물러 있다. 지난 27일 수원에서 대한항공을 3-1로 꺾었지만 3위 대한항공과의 승점 격차는 여전히 18점이다. 신 감독도 사실상 봄 배구가 어렵다는 것을 인정했다. 다만 남은 경기를 통해 다음 시즌을 위한 준비를 한다는 점에 의미를 두고 있다.
신 감독은 이날 경기가 있기 전 “다음 시즌에 대비해 (경기를 하면서) 어떻게 하면 이기고 지는지를 선수들이 알아야 한다. 그리고 어떻게 강민웅과 팀플레이를 만들어 가느냐가 중요하다”라고 이야기했다. 강민웅을 중심으로 팀을 재편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대한항공을 제압하는 과정에서 강민웅은 매끄러운 토스워크로 공격수들을 지원했다. 서브 리시브가 나쁘지 않자 자유자재로 공격수를 활용했다. 경기 후 적장이자 최근까지 한솥밥을 먹었던 김종민 감독도 “민웅이 정도라면 서브 리시브만 되면 좋을 플레이를 할 수 있다. (한국전력은) 공격수도 우리 팀보다 좋으면 좋았지 나쁘지는 않다”라고 칭찬했다.
명 세터 출신인 신 감독도 “민웅이가 온 뒤 공격이 다양해졌다. 그래서 서브 캐치만 조금 되면 공격하기가 좋아졌다”고 거들었다. 팀 동료인 전광인 역시 “우리는 속공을 많이 쓰는 팀이 아니었는데 민웅이 형이 오고 나서 속공을 쓰다 보니 다양화가 됐다. 상대도 신경을 쓰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강민웅은 자신감을 통해 발전하고 있다. 27일 경기를 마친 그는 “감독님이 연습을 할 때도 (속공을 하려면) 높은 곳에서 빠르게 주라고 말씀하셨다. 내가 자신감이 없었으면 볼이 낮아져 점수가 나오지 않았을 텐데, 오늘은 자신감 있게 해서 통했다”고 털어놓았다. 새 팀에서 주전이 된 뒤 자신감을 갖고 편한 마음으로 임한 것도 비결이 됐다.
현역 시절 신 감독은 ‘컴퓨터 세터’로 불렸다. 공격수들의 능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능력은 신 감독을 따라올 이가 적어도 동시대에는 없었다. 그런 그가 강민웅을 찍었다. 특별히 어떻게 지도해주고 있는지 묻자 신 감독은 “항상 공격수가 뛰어오는 타이밍에 맞게 공을 주면 좋은 리듬을 가져갈 수 있다고 했다. 공이 늦으면 공격수가 늘어지고 파워가 떨어진다. 그런 부분을 강조했다”고 답했다.
강민웅은 백업의 설움을 누구보다 잘 아는 ‘한 많은 세터’다. 삼성화재 시절에는 유광우에 가렸고, 대한항공에 가서는 한선수가 복귀한 뒤 입지가 좁아졌다. 그랬던 그가 다시 얻은 기회 속에 ‘컴퓨터 세터’의 조언을 몸과 마음에 새겼다.
시간이 지날수록 동료들과의 호흡도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가 생긴다. 전광인은 “(세터와) 대화보다는 (공을) 때려 봐야 호흡이 맞게 된다. 서로 믿고 (세터는) 밀어주고 (공격수는) 때리는 것을 반복하다 보면 맞아 떨어지는 것이 있다”고 말한다. 새로운 세터를 축으로 한국전력이 팀 재건에 성공할지도 지켜볼 일이다. /nick@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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