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식구 보우덴 적응 적극 도와
올해는 정규시즌 개인 성적도 기대
오래 뛴 외국인 선수는 적응을 따로 하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생긴다. 그리고 오래 뛰었다는 기준을 넘으면 다른 선수의 적응까지 돕는 단계가 된다. 더스틴 니퍼트(35, 두산 베어스)가 그렇다.

니퍼트는 벌써 두산에서 6번째 시즌을 맞는다. 한국 생활에 누구보다 익숙한 외국인 선수고, 아내 역시 한국인이다. 통역과 함께하기는 하지만 간단한 의사소통은 우리말로 한다. 전지훈련을 위해 호주로 출국할 때는 일부 선수가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는 것을 보고는 “빨리 와”라고 말하며 재촉하는 모습도 보여 웃음을 줬다.
호주에 가서도 니퍼트는 새 식구를 도와주고 있다. 닉 에반스가 28일 선수단에 합류할 예정인 가운데 우완투수 마이클 보우덴은 스프링캠프의 시작부터 새로운 동료들과 함께하고 있었는데, 니퍼트가 많은 팁을 주고 있다는 게 구단 관계자의 설명이다.
일례로 유희관이 엄지와 검지를 이용해 하트를 만드는 법을 알려주자 옆에 있던 니퍼트는 두 손가락이 뜻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이야기해줬다. 팀플레이 훈련을 할 때는 사인에 대해 지도하는 것도 니퍼트의 몫이다. “(니퍼트 덕분에) 보우덴도 성공적으로 팀에 녹아들고 있다”는 것이 두산 관계자의 의견이다.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언젠가부터 니퍼트는 새로운 외국인 선수들이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옆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지난해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서 그를 처음 만난 잭 루츠도 “처음 봤는데도 인성과 인품이 최고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잘 도와줘 정말 고맙다”고 말한 바 있다.
이제는 팀 내 선수들의 나이도 모두 알고 있고, 한국 특유의 선후배 문화에도 이질감을 보이지 않는다. 두산 관계자는 “한국에 돌아가면 (보우덴에게) 더 제대로 전파가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도 전했다. 가끔 스스로 나서 투수조 회식도 개최하는 니퍼트인 만큼 보우덴도 그의 영향권 안에 있게 될 것이다.
외국인 선수가 한 팀에서 6년이나 뛰는 것은 인성만으로 가능한 일이 아니다. 성적을 내줘야 한다. 그런 점에서도 니퍼트는 최고의 외인 중 하나다. 5년간 58승을 거뒀고, 지난해에는 정규시즌에 주춤했지만 포스트시즌 역사에 남을 역투를 펼쳐줬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규시즌에 3개월이나 쉬어 몸값이 삭감됐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이번에는 확실히 몸을 만들어 가능하면 개막전부터 던지고 싶은 욕심도 있을 것이다. 2015 시즌에는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다 골반 통증을 느껴 개막전 선발의 영광까지 유네스키 마야에 내줬다. 새 동료의 적응도 도우면서 자신도 다시 10승 투수 대열에 합류하는 것이 니퍼트가 바라는 2016 시즌의 그림이다. /nic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