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류군 강화에서 훈련, 동기유발 성공적
2월 대만 전지훈련 앞두고 경쟁 시작
SK의 퓨처스팀(2군)이 위치한 강화 SK퓨처스파크는 본능적으로 옷깃을 추스르게 하는 날씨였다. 날은 추웠고, 바람은 찼다. 관계자들은 “그나마 지금은 좀 낫다. 지난주에는 정말 추웠다”라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SK 퓨처스팀은, 적어도 위치만 본다면 국내 선수 중 가장 추운 곳에서 훈련을 하고 있는 선수들이었다.

날씨보다 더 추운 것은 마음이었다. SK는 지난 15일 주축 선수들을 포함한 올 시즌 핵심 전력들이 1차 전지훈련지인 미국 플로리다로 향했다. 그리고 남은 선수들이 15일부터 강화에서 단체 훈련을 하고 있다. 어쩌면 플로리다에 가지 못했다는 것은, 이 선수들에게 올 시즌 경쟁이 험난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었다. 사람인 이상 마음을 편하게 먹기는 불가능하다.
김경기 SK 퓨처스팀 감독 또한 그 심정을 잘 안다. 김 감독은 “캠프에 가지 못한 선수들이라 의욕이 떨어질 수도 있다”라고 인정했다. 그래서 몸보다는 마음부터 다독이기 위해 코칭스태프가 팔을 걷어붙였다. 김 감독은 “그런 상황에서도 어쨌든 해야 하는 선수들이다.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좋은 분위기 속에 훈련을 유도하는 것이 1차 목표였다”라면서 “다행히 선수들이 자신의 위치를 알고 적극적으로 훈련하고 있다. 분위기는 좋다”라고 미소 지었다.
현재 강화에서는 전지훈련에 가지 못한 선수들, 루키팀 선수들, 그리고 재활군 선수들이 모여 훈련을 하고 있다. 출·퇴근을 하는 선수들도 있기는 하지만 극소수고 나머지는 모두 강화에서 합숙을 한다. 오전 9시에 훈련을 시작해 야간훈련까지 마치면 한밤중이 된다. 선수마다 부여된 훈련 일정은 다르다. 신인 선수들로 구성된 루키팀은 아무래도 체력과 몸 상태에 방점을 찍고 훈련을 한다. 퓨처스팀 선수들은 오는 2월 12일 대만 타이중에서 시작될 전지훈련에 맞춰 몸 상태를 끌어올리며 기술 훈련을 병행하고 있다.
일정은 점심시간을 제외하고는 빡빡하게 돌아간다. 실내연습장의 난방을 최대한 활용하고는 있지만 날이 추워 경기장에는 나가지 못하는 등 훈련 여건이 그렇게 좋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선수들의 땀이 추위를 녹인다. 김 감독은 “플로리다에서 (2차 전지훈련지인) 오키나와로 가지 못하는 선수들이 10명 정도 있을 것이다. 이들을 데리고 대만에 가면, 여기서도 대만에 가지 못하는 선수들이 분명 있다. 선수들도 이 명단에 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충격은 있겠지만 동기유발은 잘 되는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적극적인 자세로 눈에 띄는 선수들 또한 있다. 특히 투수들이 그렇다. 김 감독은 “2군 투수들 중에서도 눈에 띄는 선수들이 있다. 당장은 어려워도 장기적으로 키워볼 만한 재목들은 많은 편이다. 신체조건이 좋고 좋은 구질을 갖췄다. 어떻게 다듬느냐가 관건”이라며 스스로도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었다. 몸이 부쩍 좋아진 정동윤 전종훈 김찬호 등의 선수들은 기본적인 웨이트 트레이닝과 함께 투구폼 교정과 구질 개발을 병행하며 관계자들의 기대를 한몸에 모으고 있다.
야수 쪽에서도 안상현 김민재를 비롯, 2차 드래프트에서 영입한 최정용 등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올해 2군에서 경쟁이 될 것이라는 계산이다. 재활군 선수들도 자신의 프로그램에 따라 무난하게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있다. 이건욱은 가벼운 투구를 시작했고 서진용은 단계별투구프로그램(ITP)을 당초 예상보다 빠른 2월 중순에는 시작할 수 있을 전망이다. 윤희상은 강화 캠프에서 컨디션이 가장 좋은 선수 중 하나로 손꼽힌다. 팔꿈치 수술을 받은 백인식의 얼굴에도 서서히 미소가 돌아오고 있다.
이처럼 코칭스태프의 조련 속에 훈련에 임하고 있는 선수들은 대만 캠프에 맞춰 착착 진도를 밟는 중이다. 무리하는 것보다는 발판을 확실하게 마련한다는 심산이다. 이런 상황에서 따뜻한 대만에 넘어가면 좀 더 선수들의 잠재력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김 감독의 생각이다. 대만 프로팀 및 대학팀, 그리고 NC 2군 등 다섯 차례의 연습경기도 잡혀 있다. 김 감독은 “투수들이 완벽히 준비되는 데까지 시간이 필요해 연습경기는 모두 3월 이후로 잡았다”고 설명했다.
대만에서 오키나와 1군 캠프로 넘어가는 것은 쉽지 않겠지만 두각을 드러내는 선수가 있다면 분명 기회는 올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한다. 김 감독은 “좋은 모습을 보이는 선수는 시범경기에는 뛸 수 있는 기회가 있다”라면서 입김을 감추며 훈련하는 지금의 상황이 마음 속의 독기로 이어지길 바랐다. 새롭게 마음을 다잡은 선수들의 마음처럼, 다행히 날도 조금씩 풀리고 있다. 기회를 잡기 위한 SK 퓨처스팀 선수들의 경쟁은 지금부터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