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리다 캠프 휴식일마다 2시간 강의
'살아있는 노하우' 전수, 선수들 대만족
플로리다판 ‘주경야독’이다. 낮에는 강훈련, 밤에는 공부다. SK 포수들의 훈련 일정이 그렇다. 최고의 과외 선생님까지 떴다. 다른 팀에서는 돈 주고도 사지 못할, ‘박경완 선생님’의 포수 강의다. 노하우 전수와 서로간의 활발한 토론 속에 수강생들의 잠재력도 뻗어나가고 있다.

미 플로리다주 베로비치의 히스토릭 다저타운에서 1차 전지훈련을 진행 중인 SK 포수(허웅 이재원 김민식 이현석)들은 박경완 배터리 코치의 강훈련으로 조련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가고시마 특별캠프에서 명성을 떨친 ‘박경완표 지옥훈련’은 플로리다에서도 명성을 날린다. 힘들지만 불평을 늘어놓을 시간은 없다. 이 훈련을 버티지 못하면 그 자체가 경쟁에서의 낙오인 까닭이다. 다행히 선수들도 의욕을 가지고 따라오고 있다. 박 코치가 내심 흐뭇해하는 지점이다.
코치로서 ‘첫 제자’를 맞이한 박 코치는 의욕적으로 움직인다. 공식 훈련은 물론, 휴식일에도 쉬지 않는다. 박 코치는 이번 전지훈련 들어 휴식일 밤에 포수들과 따로 만난다. 오후 7시에서 9시까지 2시간 정도 강의를 진행한다. 강의 주제는 다양하다. 포수의 기본적인 조건은 물론 볼 배합 등 박 코치가 가지고 있는 노하우도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다. 즉석에서 질의응답도 가능하다. 선수들은 언제든지 강의 도중 궁금한 점을 묻고 살아있는 답을 얻을 수 있다. 포수들끼리만 모이다보니 의사소통과 집중력도 으뜸이다.
박 코치는 “훈련 도중 포수들에게 틈나는 대로 유익한 이야기를 해주려고 하는데 상황상 선수들이 알아듣지 못하는 경우도 생기고 또 시간적인 여유도 부족하다. 오키나와에 가면 당장 경기에 들어가기 때문에 여기서 진행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하면서 “생각 끝에 마련한 것이 휴식일 오후 강의다. 강의를 하면서 궁금한 점을 질문하면 바로 답하는 시간을 가지고 있다”라고 이야기했다.
중점을 두는 것은 포수들이 자칫 쉽게 지나칠 수 있는 부분들이다. 실전에는 그 기본의 차이가 승패를 가른다는 것이 박 코치의 생각이다. 박 코치는 “사실 이미 알고 있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간과하고 넘어가는 부분들이 있어 되짚어 봤다. 10가지를 이야기해서 1~2가지만 터득해도 강의는 충분히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방향을 설명했다.
사실 박 코치는 이 부분에 있어 팀에 다소 미안한 감정도 가지고 있다. “팀 전력의 절반”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박 코치는 현역 시절 SK의 경기 판도를 좌우했다. 그러나 스스로가 너무 큰 그릇이었던 탓에, 상대적으로 후배들은 그것을 따라가기가 버거웠다. 박 코치는 “내가 선수일 때는 나로부터 시작되는 운영이 많았다. 하지만 내가 빠지고 나서 2~3년은 뒤에서 봤을 때 볼배합이 혼잡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내가 죄인이라는 생각이 들더라”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이런 노하우를 좀 더 체계적으로 전달하는 방안을 고민했던 박 코치는 강의를 택했다. 박 코치는 “전체적인 포수 부분을 정립해줘야 할 시기가 가까워지고 있는 것 같다”고 전망했다. 이런 흐름이 계속 이어진다면, SK 포수진은 지속 가능한 성장이 가능해진다. 박경완의 노하우가 이재원을 거쳐 그 다음 세대로 이어지는 원활한 물줄기를 만들어하고 싶어 한다. 강의는 후배들에게 자신을 내놓는 그 첫걸음이다.
선수들은 당연히 대만족이다. 당대 최고 포수의 노하우를 하나도 빠뜨리지 않으려 눈을 반짝인다. 이재원은 “코치님과 조금 더 많은 대화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이 기회를 통해 코치님의 장점을 흡수해 경기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반겼다. 김민식도 “볼 배합이나 타자가 무엇을 노리는지 알아보는 방법 등에서 내가 몰랐던 부분도 많이 알게 됐다. 포수가 머리를 많이 써야 하는 자리인 줄은 알았지만 한 번 더 느낀 것 같다”고 의욕을 다졌다. ‘포수 왕국’ SK가 이제는 체계적인 시스템까지 갖추며 그 전통을 이어가려 하고 있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