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자세 첫 인상 모두 합격점
박진만, "레이예스와 비슷한 느낌" 관심
첫 인상은 합격이다. 훈련에서는 타협이 없는 후쿠하라 코치도, 현역 최고 수비력을 가진 유격수였던 박진만 코치도 일단 엄지를 올릴 준비를 마쳤다. SK 새 외국인 선수 헥터 고메즈(28)의 이야기다.

고메즈는 지난 15일 시작된 SK의 플로리다 1차 전지훈련에 맞춰 팀에 합류했다. 합류 전부터 남다른 행보였다. 컨디션을 조절하기 위해 도미니카 윈터리그에서 최소한의 경기에 나서는 등 심혈을 기울였다. 이어 비자 문제를 하루라도 빨리 처리하려고 동료들보다 일찍 플로리다에 들어가는 등 의욕적인 자세로 관계자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여기에 예사롭지 않은 수비력으로 시선을 한눈에 모으고 있다.
어린 시절 유격수 유망주로 불렸던 고메즈는 2루와 3루 등 내야 전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다. 메이저리그(MLB)에서도 세 포지션을 모두 소화할 수 있는 선수로 수비적인 활용도를 인정받았다. 지난 2년간 내야수들의 기복 심한 수비에 머리가 아팠던 SK 또한 고메즈가 ‘메기 효과’를 내주길 바라고 있다. 김용희 감독 또한 “고메즈의 포지션을 정해두지 않았다. 캠프에 가서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결정할 생각”이라며 팀 내야에 긴장을 불어넣고 있다.
공격이야 실전에 나서지 않았으니 아직 그 진가를 알기는 어렵다. 하지만 수비는 훈련에서도 어느 정도의 ‘내공’을 읽을 수 있다. 스텝의 효율성이나 송구 능력, 수비 범위 등 기본기는 모두 확인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일단은 합격점이다. 강훈련으로 소문난 후쿠하라 SK 수비코치는 “역시 아시아인들이 가지지 못한 탄력과 부드러움을 모두 지니고 있다. 동작에서 역동성이 느껴진다.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좋은 선수”라고 단언하며 첫 인상에 후한 점수를 줬다.
MLB와 KBO 리그는 투수들의 승부 성향과 작전이 다른 만큼 좀 더 세밀한 부분에 신경을 서야 한다. 동료들과 호흡을 맞춰야 할 플레이가 많은 내야수는 더 그렇다. 이에 대해서도 후쿠하라 코치는 큰 걱정을 하지 않는 눈치다. 후쿠하라 코치는 “움직임이 아주 샤프하다. 큰 체격에 비해 수비폭도 아주 넓은 편이다. 번트 수비 등 세밀한 부분도 매우 뛰어나다”라면서 적어도 현 시점에서 보여주는 수비력에 대해서는 합격점을 아끼지 않았다.
고메즈의 수비 장면을 유심히 지켜본 박진만 코치 또한 후쿠하라 코치의 생각과 다르지 않다. 역시 MLB에서 뛸 만한 수비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박 코치는 “호세 레이예스(콜로라도)와 비슷한 스타일이다. 템포, 스텝, 스로잉 등이 모두 흡사하다”라며 기대를 드러냈다. 만 33세가 된 지금이야 발이 많이 무뎌졌지만 레이예스는 초창기 수비에서 뛰어난 평가를 받았던 선수였다. 그런 선수가 연상될 정도니, 고메즈의 수비가 뿜는 아우라를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다.
기술도 기술이지만 자세도 합격점이다. 후쿠하라 코치는 “필사적으로 훈련하는 모습이 보인다. 지금 같은 마음으로 열심히 한다면 경기에서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칭찬했다. 고메즈의 모습을 눈으로 직접 본 김용희 감독도 구체적인 평가는 아끼면서도 기대감은 숨기지 않고 있다. 김 감독은 “팀에 잘 녹아드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운동을 할 때도 누구보다 열심히 한다”라면서 “어깨가 강하기 때문에 깊은 타구도 쉽게 처리한다. 장타력도 가지고 있고 주루플레이도 능할 것 같다”고 흐뭇해했다. 공·수·주 3박자를 모두 갖춘 내야수로 팬들 앞에 나타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