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글러브 한 번 봐봐요".
넥센 히어로즈 스프링캠프가 열리고 있는 미국 애리조나 서프라이즈 스타디움. 29일(한국시간) 넥센을 찾은 조성환 KBS N 스포츠 해설위원은 서건창이 내야 수비 훈련을 하고 난 뒤 그가 끼고 있던 글러브를 들여다 보며 감탄을 아끼지 않았다.
보통의 글러브는 낀 손을 오므리면 안쪽에 공이 들어갈 만한 공간이 있지만 서건창의 글러브는 손바닥 부분이 평평한 판처럼 돼있어 공이 들어갈 자리가 없다. 조 위원은 "건창이의 글러브는 공을 잡는 것이 아니라 멈추게 하는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서건창에게 평평한 글러브를 쓰게 된 계기를 물어보니 "2년 전쯤 (김)민성이 형이 쓰는 것을 보고 배웠다"는 답이 돌아왔다. 서건창에게 평평한 글러브를 전파한 주인공 김민성은 "2007년 롯데에 있을 때 박기혁 선배가 쓰는 것을 처음 봤다"고 '출처'를 밝혔다.
김민성은 "글러브의 바닥을 그냥 손바닥이라고 생각한다. 보통의 글러브로 공을 잡을 때는 공이 오면 본능적으로 손을 오므리게 돼 있는데 그렇게 되면 다시 글러브를 펴고 오른손으로 공을 잡아 던져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걸린다. 이 글러브는 그냥 공을 손바닥에 댄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건창 역시 "글러브를 오므렸다가 다시 펴고 잡으려면 번거롭다. 공을 손바닥에 댄다고 생각하고 오른손으로 잡아 바로 던져야 수비에 더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건창은 "처음에 이 글러브를 쓰면 힘들다. 오른손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조 위원은 "이 글러브를 보통 사람들이나 아마추어 선수들에게 주면 공이 잡히지 않아서 쓰지도 못하는 글러브라고 한다"며 "건창이나 민성이처럼 끊임없이 자신을 발전시키기를 갈구하는 선수들이기에 쓸 수 있다. 손에 익히기까지 노력을 많이 해야 하는 고급 기술"이라고 두 선수를 칭찬했다.
두 선수는 같은 모양의 글러브를 쓴다는 것 외에 백업 생활과 트레이드, 신고선수 등 우여곡절을 거쳐 넥센의 주전 선수로 거듭났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조 위원은 "한 팀의 주전이 된다는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 두 명 모두 굉장한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라며 두 선수이 흘린 땀을 높이 샀다. /autumnbb@osen.co.kr
[사진] 서프라이즈(애리조나)=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