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전북 현대에서 가장 바쁜 사람을 꼽자면 이재성(24, 전북 현대)이었다. 데뷔 2년 차에 전북의 중심으로 성장한 이재성은 A대표팀에도 입지를 넓혀갔다. 시즌 초인 3월에 A대표팀의 첫 부름을 받은 후 지속적으로 소집 명단에 포함됐다. 전북과 A대표팀을 오고가며 뛴 경기는 총 57경기. 다른 선수들이 A매치 기간에 휴식을 취할 때 이재성은 쉬지도 못했다. 이 때문에 전북 최강희 감독은 시즌 중에서 특별 휴가를 내주기도 했다.
시즌 종료 후에도 이재성은 바빴다. 전북의 우승 행사, 그리고 대한축구협회의 연말 행사에 이재성은 언제나 얼굴을 내밀었다. 이후에도 쉬지 못했다. 이재성은 지난달 28일 4주간의 기초군사훈련을 받기 위해 훈련소에 입소했다. 2014 인천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병역 면제 혜택을 받은 이재성은 엄동설한 속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의무를 모두 마치고 퇴소했다. 그리고 며칠의 휴식을 취한 직후 다시 전북으로 돌아와 새로운 시즌을 위한 몸 만들기에 들어갔다.
- 기초군사훈련은 어땠나?

▲ 대한민국 남자라면 누구나 가야 하는 곳이다. 4주 동안 잊지 못할 추억을 남겼다. 평소 하던 것들을 하지 못하면서 소중함과 감사함을 느꼈다. 그런데 난 군대 체질이 아닌 것 같다. 사격도 (20발 중) 9발밖에 못 맞췄다. 수류탄도 제대로 못 던졌다(웃음). 주위에서 축구하길 잘했다고 하더라. 같이 간 (김)신욱이형은 사격에서 18발을 맞춰서 비교가 됐다. 행군이 가장 기억이 나는데, 군장을 메니깐 어깨가 너무 아프더라. 인천 아시안게임 때 다쳐서 그런가 생각했는데, 다들 아프다고 하더라(웃음). 그곳에서 만난 친구들 중에서 진로를 정하지 못한 친구들이 많았다. 그런 걸 보면서 내가 좋아하는 걸 하면서 사랑까지 받고 있어서 행복했다. 무엇보다 훈련을 모두 마친 만큼 홀가분하다.
이재성은 지난해 정규리그 34경기에서 7골 5도움을 올리며 전북의 우승을 이끌었다. 공격 포인트로는 이재성의 활약을 설명하는 것이 부족하다. 다른 기록도 살펴봐야 한다. 공격 지역 패스 성공률은 75.8%를 기록해 전체 2위에 올랐고, 태클 시도(3위), 패스 시도(5위), 가로채기(1위) 등에서 모두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이재성은 중앙 미드필더에 기용된 만큼 수비적인 임무, 그리고 공격 전개의 시발점 역할이 돼 전북을 이끌었다.
- 2015년에는 여러 기록이 좋았다.
▲ 공격과 수비의 연결고리 역할을 해야 했다. 우리 팀에는 (이)동국이형부터 레오나르도까지 좋은 선수들이 많다. 내가 좋은 패스를 하면 득점 기회는 자동적으로 생길 것이라고 생각했다. 세밀하고 좋은 패스를 연결해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지난해 이상의 기록을 올해에 세우고 싶다. 그리고 패스 능력이 탁월한 (김)보경이형이 합류하면서 마음이 편해지기도 했다. 내가 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사라졌다. 내가 공격적으로 움직이면 보경이형으로부터 좋은 패스를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생겼다. 공격에서의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을 것 같다.
- 본래 포지션이 공격쪽이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가로채기가 매우 많은 편이다.
▲ 전북에 온 이후 내 역할 중 하나가 공이 있는 곳에 많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공을 빼앗는 것도 마찬가지였다. 상대가 공을 어떻게 움직일 것인지 예측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리 팀을 상대로 수비적으로 나서는 팀이 많다. 그런 팀을 무너뜨리기 위해서는 상대가 공격을 할 때 끊은 이후 빨리 공격으로 나가야 한다. 공을 가로채는 것이 나름 재밌기도 하다. 희열을 느끼기도 한다. 상대의 수를 읽는 다는 것이 재미를 느끼게 한다.
이재성은 확실히 성장했다. 실력은 물론 정신적인 성장도 느껴진다. 데뷔 시즌에도 좋은 모습을 보였지만, 지난해의 이재성은 좋은 모습과 더불어 여유와 자신감이 넘쳤다. 단순히 패스를 하는 것을 떠나 자신이 직접 드리블 돌파로 상대를 제쳐 기회를 만드는 모습이 많았다. 기록적인 측면에서도 데뷔 시즌보다 득점과 도움이 모두 늘어났다. 최강희 감독이 이재성을 전북의 핵심 선수로 분류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 스스로 성장했다고 느끼나?
▲ 데뷔했을 때보다 시간적으로 많이 경험을 했다. 경기도 더 많이 뛰었다. 여유가 생겼다는 점이 가장 크게 느껴진다. 공을 잡았을 때 자신감이 있다. 자신감이 있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 자신감을 가지면서 여유가 생긴 것이 가장 크고, 체력은 물론 정신적으로 성장했다고 본다.
- 연말 개인상도 성장해야 할 것 같다. MVP는 어떤가?
▲ 개인 타이틀로 MVP를 노려야 하는 건 맞다. 나를 떠나서 모든 선수가 욕심을 가져야 하는 타이틀이다. 우리 팀에는 팀을 상징하는 동국이형이 있다. 동국이형과 경쟁을 통해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 같은 어린 선수들이 욕심을 내면 선배들 입장에서도 뿌듯하게 느끼실 것 같다. 그래도 무엇보다 성장을 해야 하는 건 팀의 우승이다. 올해에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을 하고 싶다.
프로 데뷔 이후 이재성을 설명하는 단어는 '순탄'과 '승승장구'라고 할 수 있다. 데뷔 첫 해 주전 자리를 꿰차서 자신의 이름을 알림과 동시에 첫 정규리그 우승을 경험했고, 2년 차에는 A대표팀 승선, 영플레이어상 수상, 정규리그 2연패의 주인공이 됐다. 많은 경기를 소화하면서 체력적인 문제는 생겼지만, 부상과 같은 시련은 아직 경험하지 못했다. 그 부분은 이재성도 걱정을 하고 있다.
- 너무 잘 나가는 것 같다.
▲ 사실 걱정이 된다. 우승을 계속한 만큼 유지하면서 그 이상을 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생기기도 한다. 부상 걱정도 있다. 축구를 시작한 후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를 거치면서 큰 부상과 큰 슬럼프가 없었다. 그런 것들이 올까봐 걱정이 된다. 물론 어려움을 겪지 못한 만큼 겪어서 경험을 쌓아야 하는 것도 있다. 또 다른 쪽으로는 부상과 슬럼프 모두 안 올 수도 있다고 생각을 하기도 한다.
- 지금이 어려운 시기 같다. 동계훈련도 빠졌고, 군사훈련으로 몸상태도 좋지 않다. 시즌 시작까지 1달밖에 안 남았다.
▲ 맞는 말이다. 축구를 시작한 후 지금처럼 2달을 쉬어본 적이 없다. 몸상태를 올리는 것이 가장 걱정이 된다. 근육량도 줄었고, 런닝을 하면 예전과 다르게 힘들다는 것이 느껴진다. 다음주에 동료들이 동계훈련에서 돌아오는 만큼 빨리 몸상태를 올려야 하는데, 성급하면 부상이 올 수 있는 만큼 걱정이 크다. 나만 몸을 만들면 되는 상황이다. 이번 시즌이 어떻게 흘러갈 것인지, 그리고 팀의 새로운 전술에 대해서도 걱정이 된다. 그래도 하나 좋은 건 군사훈련을 소화하는 동안 만큼은 아무 걱정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정신적으로 푹 쉰 건 만족한다. /sportsh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