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즌 후 숨겨왔던 감상샘암 수술
벤에서 자며 사진작가와 8개주 다큐여행
[OSEN= LA(미국 캘리포니아주), 박승현 특파원]메이저리그 선수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오프시즌을 보낸다. 디트로이트 타이거즈 좌완 투수 대니얼 노리스의 이번 오프시즌은 그 중에서도 특별한 무엇인가가 있어 보인다.

ESPN은 1일(이하 한국시간) 노리스의 오프시즌에 대해 전했다. 지난해 7월 31일 데이비드 프라이스가 토론토 블루제이스로 트레이드 될 때 디트로이트로 이적한 노리스는 시즌이 끝난 뒤 그 동안 숨겨 왔던 사실을 밝힌다. 갑상샘 암 수술을 받았다는 이야기였다.
아직 토론토 소속이던 2015년 스프링 캠프 때 발병 사실을 알았지만 즉시 수술 받고 시즌의 상당 부분을 포기하는 대신 미뤘던 일이었다. 노리스는 자신의 암투병 사실을 가족은 물론 동료 선수들에게도 알리지 않았다. 디트로이트가 토론토와 트레이드를 결정할 때 이 사실을 통보 받기는 했지만 완치가 가능하다는 판단에서 트레이드가 이뤄졌다.
지난해 10월 수술을 받은 노리스는 또 하나의 의미 있는 일을 실행에 옮겼다. 사진촬영과 다큐멘터리 영화제작 여행이었다. 지난해 11월 16일부터 12월 5일까지 자신이 살고 있는 미국 동부 테네시주 존슨 시를 출발해 켄터키, 일리노이, 미주리, 캔자스시티, 콜로라도, 유타주를 거쳐 오레곤주까지 이어지는 긴 여행이었다.
목적이 있는 여행인 만큼 동반자가 있었다. 저명한 사진작가이자 영화제작자인 벤 문이었다. 둘은 SNS를 통해서 친분을 쌓았다. 문이 노리스가 자신의 계정에 올리는 사진에 대해 언급했고 노리스는 ‘내 아이콘 중의 한 명이 당신’이라고 답했다.
둘은 그 뒤 SNS를 통해 자주 연락을 주고 받는 사이로 발전했고 문이 오랫동안 사용했던 인물 촬영 전용 85MM렌즈를 온라인 거래시장에 내놓기 전에 노리스에게 구입 여부를 물어 볼 정도로 사이가 발전했다. 노리스는 "영광"이라며 렌즈를 샀고 지난 해 9월 팀이 캔자스시티와 클리블랜드 원정경기에 나섰을 때는 지역의 홈리스들을 찾아가 사전 동의를 얻은 뒤 이들의 사진을 찍고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지난 시즌이 끝나고 문은 노리스에게 사진 촬영 겸 다큐멘터리 영화 제작을 위한 여행을 제안했다. 스스로 노리스를 더 알고 싶은 마음에 함께 여행하면서 일어나는 일을 다큐멘터리로 제작하고 싶다는 의사였다. 노리스 에게는 사진에 더 몰두하고 문의 전문가적 기술을 배울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문 역시 젊은 시절 직장암 투병 경험이 있다. 당시 문은 데날리라는 개와 함께 자신이 암과 싸우던 과정을 영상에 담아 ‘데날리’라는 단편 영화를 만든 적이 있다.
둘은 노리스가 마이너리그 시절 숙소로 사용하기도 했던 폭스바겐 벤에서 잠자리를 해결하면서 이번 여행을 마쳤다. 중간에 버스가 고장나 갖고 있던 모든 옷을 꺼내 추위를 피해야 하는 어려움도 있었지만 무사히 계획했던 여행을 마쳤다.
그 사이 찍고 싶었던 사진을 원없이 찍었고 많은 사람들과 만나는 경험도 쌓았다.
훈련이 최우선일 수 밖에 없는 직업야구 선수지만 노리스의 이번 오프시즌은 ‘이색적’인 것을 넘어서는 무엇이 있는 것 같다.
2011년 드래프트 2라운드에서 토론토에 지명된 노리스는 메이저리그에는 2014년에 데뷔했다. 지난해는 토론토와 디트로이트에서 모두 13경기에 선발 등판하면서 3승 2패 평균자책점 3.75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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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AFPBBNews = News1(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대니얼 노리스 인스타그램(아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