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변수’ 기형적 타고투저 완화될까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6.02.02 13: 00

지난 2년간 KBO 리그를 관통하는 가장 굵직한 키워드 중 하나는 타고투저였다. 타자들은 경기를 지배했고 투수들은 뻗어나가는 타구를 보며 달라진 환경을 실감했다. 타자들의 성장 속도가 투수들에 비해 더 빠르다는 것이 근본적인 원인으로 뽑히지만, 그 이유로 모든 것을 설명하기에는 변화가 너무 극적이었다.
실제 2012년 리그 평균자책점은 3.82, 리그 타율은 2할5푼8리였다. 2013년은 평균자책점이 4.32, 팀 타율은 2할6푼8리로 뛰었다. 여기까지는 비교적 원만했다. 그러나 2014년은 평균자책점이 5.21, 리그 타율이 2할8푼9리까지 치솟았다. 2015년은 평균자책점 4.87, 팀 타율이 2할8푼으로 다소 떨어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타고투저로 분류할 수 있는 시즌이었다. 그렇다면 2016년에는 이런 흐름이 완화될 수 있을까. 4가지 변수가 있다.
▲ 공인구 도입, 반발계수 낮아진다

타구에 똑같은 힘을 실어 보내더라도 공에 따라 비거리는 달라질 수 있다. 반발계수 때문이다. 리그의 선수들은 “한 공인구 업체의 공이 유난히 멀리 나간다. 단순한 반발계수의 문제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타자들의 자신감과도 큰 영향이 있다. 무의식적인 자신감은 비거리에도 영향을 준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KBO 리그 경기에 사용하는 공이 통일된다.
공인구 업체인 스카이라인은 최근 측정 결과 타 업체에 비해 비교적 반발계수가 적은 범위를 일관되게 유지했었다. 인위적으로 반발계수를 낮게 할 가능성도 있다. 한 관계자는 “기준 범위의 비교적 위에 맞춰져 있는 기존 공들의 반발계수가 타고투저에 영향을 미친다는 지적이 공인구 도입의 이유 중 하나가 됐다”라면서 “반발계수를 통일시킨다면 기준치의 아래쪽에 맞춰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다. 이 말대로 된다면, 홈런 개수가 다소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 각 팀의 전력변화, 무게중심 이동할까
물론 타고투저 자체에 영향을 줄 정도로 전력 변화가 크지 않다고도 볼 수 있다. 이미 KBO 리그는 1~2명의 선수가 리그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수준은 아니다. 그래도 전체적으로 보면 외국인 투수들이 업그레이드됐다. 적응이 문제지만 경력 자체는 확실히 지난해 라인업보다 좋다. 리그를 대표하는 몇몇 타자들이 메이저리그(MLB) 진출을 선언하거나 이런 저런 사정에 지난해에 비해 타격이 약해진 팀 또한 존재한다.
지난해 팀 평균자책점에서 하위권을 기록한 롯데(5.07), 한화(5.11), kt(5.56) 등도 투수진의 보강이 이뤄졌다. 롯데와 한화는 FA 시장에서 불펜을 보강했다. 지난해 신생팀의 한계를 드러내며 초반 동네북 신세가 됐던 kt가 올해도 그런 모습을 ‘똑같이’ 되풀이할 것이라 보기는 어렵다.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지만 호쾌한 타격보다는 다른 쪽에 좀 더 포커스를 맞추는 팀도 있을 수 있다.
▲ 고척돔과 대구 신구장, 투수들 도와줄까
올해 KBO 리그에서 데뷔전을 치르는 고척스카이돔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의 영향력도 흥미롭다. 지난해까지 넥센이 홈구장으로 썼던 목동구장은 전형적인 타고투저의 성지였다. 목동구장 전체 타율은 2할9푼3리였고 홈런이 많이 나온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었다. 이에 비해 고척돔은 목동구장보다 좌우가 1m, 가운데가 4m 크다. 펜스 높이도 2m나 더 높다. 넥센은 같은 조건이라고 하더라도 지난해보다 홈런이 덜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대구도 기본적인 규격은 지난해까지 홈으로 썼던 대구시민야구장보다 크다. 팔각형 형태의 독특한 구조 때문에 좌우중간에 대한 논란은 있으나 기본적으로는 좌우 펜스, 가운데, 좌우중간, 그리고 펜스 높이까지 더 늘어났다. 삼성과 넥센은 리그의 대표적인 강타선 팀이었다. 넥센은 박병호, 삼성은 박석민이 빠진 가운데 구장 효과까지 방망이를 억제한다면 전체 성적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 스트라이크존, 더 넓어질까
한 에이스급 투수는 “공 한 개도 필요 없다. 스트라이크존이 공 반 개만 넓어져도 리그 전체 평균자책점은 0.5 이상 떨어질 것”이라고 장담한다. 다른 투수들의 생각도 다르지 않다. 투수들은 KBO 리그의 스트라이크존이 기본적으로 좁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있다. 스트라이크존은 리그 전체의 투타 양상에 가장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문제다. 타고투저를 맞이해 이 스트라이크존이 좀 더 넓어질지도 관심사다.
지난해도 높은 공을 반 개 정도 확산시키자는 내부적 논의가 있었다. 다만 선수들은 잘 체감하지 못했다. “그런 사실이 있었는지 잊을 만하면 한 개씩 잡아준다”라는 게 전반적인 이야기였는데 “전혀 느끼지 못한다”라는 선수들도 있었다. 아직 스트라이크존 조정에 대한 이야기는 없다. 심판부가 시즌을 앞두고 지난해 데이터 등을 종합하게 면밀하게 분석하고 신중하게 판단을 내릴 것이다. 만약 조정이 있다면, 지난해보다 더 좁게 가져가지는 않을 것이다. 조금이라도 넓어진다면 이는 가장 큰 변수가 될 수 있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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