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진 딛고 새 출발 다짐 '기대감'
전천후 활용성 여전, 몸 상태 자신
세대교체라는 단어가 화두가 된 SK의 전지훈련이다. 그러나 인위적인 세대교체는 없다. 경쟁에서 지지 않으려는 베테랑 선수들의 몸놀림도 덩달아 빨라지고 있다. 지난해 아쉬운 시즌을 보냈던 ‘베테랑 스윙맨’ 채병룡(34)과 고효준(33)의 각오도 남다르다. 올해는 반드시 스스로에게 납득될 만한 시즌을 만들겠다는 각오다.

채병룡과 고효준은 SK 왕조를 이끈 마운드의 일등공신으로 손꼽힌다. 선발·중간·마무리를 가리지 않고 말 그대로 전천후로 활약하며 ‘벌떼 야구’의 핵심이 됐다. 그러나 최근 성적은 그렇게 만족스럽지 못했다. 채병룡은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평균자책점이 치솟았다. 고효준도 군 복무를 마친 뒤 지난 2년의 성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자신들도 만족하기는 어려운 성적이었다.
다양한 포지션을 오고가며 팀을 위해 희생한 것은 분명했다. 언제 등판 기회가 있을지도 모를 패전조에서 몸만 풀고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선발 자리가 빌 때는 당장 그것에 맞춰 마운드에 올라야 했다. 모두가 인정하는 공헌도였다. 그러나 성적이 따라 오지 않아 공헌도가 퇴색됐다. 이에 겨울도 그다지 따뜻하지 않았다. 채병룡은 예상보다 적은 액수에 FA 계약을 했고, 고효준은 연봉이 깎였다.
하지만 지나간 것은 지나간 일이다. 그리고 그 지나간 일에서 나름대로의 의미도 찾을 수 있었다. 요약하면 반성을 많이 했다. 채병룡은 “모두에게 확실한 믿음을 심어주지 못했다. 그래서 스스로도 반성을 많이 했다. 작년보다 더 확실한 믿음을 심어주겠다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고효준 또한 “자신감이 많이 떨어졌다. 내 색깔을 조금 잊어버렸던 것 같다. 전체적으로 마음을 편하게 먹지 못했고, 그러다보니 조급함만 앞섰다”라고 돌아봤다.
최근 아픔의 시간이 길었던 만큼, 올해를 앞둔 각오도 그만큼 깊다. 몸도 착실하게 잘 만들었다. 겨울 동안 쉬지 않고 따뜻한 나라를 찾아 개인훈련에 매진했다. 채병룡은 “기술 훈련보다는 몸을 유연하게 만들기 위해 스트레칭 위주로 몸을 만들었다”라고 그간의 준비 상황을 설명했다. 고효준 또한 “현재는 80% 정도의 컨디션이다. 컨디션과 밸런스 모두 좋다. 비활동기간 중에는 웨이트에 집중했다. 근력이나 하체 등 몸 전체적으로 힘이 느껴진다. 만족스럽다”며 미소를 드러냈다.
두 선수의 활약상은 올 시즌 SK 마운드의 크나큰 변수다. 두 선수가 예전의 모습을 찾아 부지런히 뛴다면 SK 마운드의 안정감은 예상보다 훨씬 좋을 수 있다. 채병룡은 여전히 선발과 롱릴리프를 소화할 수 있는 전천후 매력이 있다. 어느 보직이든 전혀 이질감이 없다. 고효준 또한 마찬가지다. 여기에 SK는 정우람의 이탈로 왼손 전력에 대한 목마름이 커졌다. 세대교체 이슈 속에서 두 선수의 이름이 뒤로 밀린 감은 있지만 여전히 자리를 두고 경쟁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활용도와 경험은 젊은 선수들의 추종을 불허한다.
채병룡은 “다른 해와 크게 다른 포부는 없다. 팀 모두가 하나만 바라보고 있고, 나 또한 마찬가지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언제나 그랬듯이 팀을 위한 최선 뿐이라고 생각한다”며 올해도 백의종군의 자세로 팀에 기여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고효준은 “작년과 같은 상황을 되풀이하지 않겠다. 가장 좋았을 때의 모습을 되찾아보겠다”고 의욕을 숨기지 않는다. 이를 악문 두 베테랑 스윙맨의 출사표 속에 총성 없는 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있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