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륜 8단 자동변속기.’ 7년만에 풀체인지로 돌아온 기아자동차 ‘올 뉴 K7’의 특성을 정의하는 키워드가 될만했다.
현대자동차그룹 남양연구소는 2012년부터 전륜 8단 자동변속기 개발에 들어가 작년 10월 성과물을 내놓았고, 그 첫 적용사례가 바로 ‘올 뉴 K7’이다. 현대자동차그룹에 존재하는 ‘기아’로서는 그룹내 브랜드 정체성 유지가 딜레마이다. 때문에 일찌감치 기아자동차는 ‘디자인 기아’라는 슬로건으로 차별화를 시도했고, 상당한 성공을 거뒀다.
‘올 뉴 K7’은 ‘디자인 기아’의 차별성에 ‘전륜 8단 자동변속기’라는 국내 브랜드 최초의 시도로 퍼포먼스에서의 차별화도 꾀했다. 후륜 8단 자동변속기는 현대자동차그룹 내에서도 ‘제네시스’ 브랜드가 이미 장착하고 있다. 지난 연말 출시한 EQ900도 후륜 8단 자동변속기를 달고 나왔다. 후륜과 전륜 트랜스미션은 엔진과의 조합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별도로 개발해야 하는 영역이다.

전륜 8단 자동변속기를 ‘올 뉴 K7’에 최초로 적용 됐고, ‘소프트 카리스마’라는 수식이 붙을 수 있는 배경이 됐다.
2일, 서울 광진구 W호텔에서 출발해 강원도 춘천의 라데나CC를 돌아오는 미디어 시승에서 전륜 8단 자동변속기는 진가를 드러냈다. ‘올 뉴 K7’를 정의하는 ‘소프트 카리스마’에서 ‘소프트’는 전륜 8단 변속기가, ’카리스마’는 달라진 ‘호랑이 코’가 몫을 나눠 담당하고 있었다.
▲ ‘소프트’를 구현한 트랜스미션
‘올 뉴 K7’은 가솔린 세타Ⅱ 2.4 GDi, 가솔린 람다Ⅱ 3.3 GDi, 디젤 R2.2 e-VGT, LPG 람다Ⅱ 3.0 LPi, 하이브리드(올해 하반기 출시 예정) 등 5가지 엔진 라인업을 구성하고 있는데 이 중 3.3 가솔린 모델과 2.2 디젤 모델에 전륜 8단 자동변속기가 장착 됐다. 시승행사에 동원 된 차량은 가솔린 람다Ⅱ 3.3 GDi 모델이다.

‘전륜 8단 자동변속기’는 부품 회사가 아닌, 완성차 업체로는 현대기아차가 최초로 독자개발 해 적용한 사례가 됐다. 총 3년 2개월의 연구 기간 동안 국내 67건, 해외 76건 등 총 143건의 특허도 출원했다. 시승행사에서는 개발팀의 영상 메시지까지 보여주며 뿌듯함을 자랑했다.
이 변속기의 장착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은 변속 충격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주행성능과 연비 개선이다. 대신 잃는 것도 있다. 부품 수가 많아지기 때문에 중량이 늘어날 수 있다. 그러나 기아차가 내놓은 ‘작품’은 무게 조차도 감량 시켰다고 한다.
주행성능의 향상은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출발과 가속이 무단 변속기로 착각할 정도로 부드러웠다. 고단수 자동변속기의 장점 그대로였다. 저단영역에서는 변속상황을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가속성능이 향상 됐고 고속 영역에서는 정숙한 주행감으로 움직임을 매끄럽게 했다. 변속 충격을 최소화 할 수 있으니 연비도 향상 됐다. ‘소프트’한 주행의 요체가 8단 자동변속기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사실은 달리면 달릴수록 뚜렷해지고 있었다.

최고출력 290마력(ps), 최대토크 35.0kgf·m의 람다Ⅱ 3.3 GDi 엔진은 8단 자동변속기를 만나 힘조절이 노련해졌다. 액셀러레이터에서 시작 되는 명령이 시간차 없이 바퀴까지 전달 되는 모습이 속 시원하다. 정부 공동고시 신연비 기준 복합연비가 10.0km/ℓ(18인치 타이어)인데 꽤나 거친 운전에도 10.6km/ℓ 정도의 연비는 기록 됐다.
이날 시승행사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2.2 디젤 모델은 최고출력 202마력(ps), 최대토크 45.0kgf·m의 엔진성능에 복합연비 14.3km/ℓ(17인치 타이어)를 보인다. 주력 모델인 2.4 가솔린은 최고출력 190마력(ps), 최대토크 24.6kgf·m에 11.1km/ℓ(17인치 타이어)의 복합연비를 고시했다.
▲ ‘스포츠 모드’가 달라졌어요
‘올 뉴 K7’도 하나의 차로 몇 가지 다른 감성을 느낄 수 있게 설계 돼 있다. 컴포트, 에코, 스포츠 중 상황에 맞게 모드를 선택해 운전할 수 있다. 깊은 인상은 ‘스포츠 모드’에서 새겨진다. 스포츠 모드가 스포츠 모드 답게 세팅 됐다. 에코 모드는 말할 것도 없고 컴포트 모드와도 반응이 크게 다르다. 종전 버전에서 각 모드 간 특성이 크지 않았기 때문일 터다.
8단의 변속기를 채택함으로써 모드별 변속 범위 적용에서 여유가 생겼다. 컴포트 모드에서 스포츠 모드로 전환하면 기본적으로 2개단이 내려가면서 토크를 높여준다. 운전자가 원하는 움직임을 수행할 준비가 갖춰진다. 동시에 서스펜션도 긴장도를 높임으로써 퍼포먼스 주행을 가능하도록 몸체가 바뀐다. ‘준비 된’ 스포츠 모드는 고속에서도 코너링이 안정적이었다. 급제동 급선회시에는 차량의 자세를 안정적으로 유지시켜 주는 ‘섀시 통합 제어 시스템(VSM)도 있다고 하니 그 덕도 있었을 게다.
▲‘카리스마’ 추구한 디자인
올 뉴 K7이 준대형차이다 보니 대부분의 장치들은 편의성과 안락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차체 주요 부위의 연결구조를 강화하고, 앞유리나 앞좌석 도어 유리에는 이중접합 차음유리를 적용했다. 흡차음재 성능을 강화하고 적용 면적도 넓혔다. 이 같은 다양한 N.V.H(Noise, Vibration, Harshness) 대책으로 정숙성도 높아졌다.

그렇다면 올 뉴 K7의 또 하나의 정의, ‘카리스마’는 어디서 찾아야 할까? 기아차는 디자인에서 그 답을 찾았다. 룸 미러를 통해 보는 ‘올 뉴 K7’의 전면부 주행 모습은 꽤나 인상적이다. 멀리서도 존재감이 눈에 들어왔다. 상대적으로 후면부는 느낌이 덜하다.
‘호랑이 코’로 불리는 라디에이터 그릴과 영문자 Z 문양이 뚜렷한 LED 주간 주행등의 구실이 컸다. 음각 타입의 수직형 라디에이터 그릴은 꼭 호랑이는 아니더라도 K7만의 형상을 만들어내는 데는 정도 성공한 듯 보였다. 그리고 그 형상은 이전 세대에 비해 한결 강력해진 카리스마를 뿜고 있었다.
▲ ‘소프트 카리스마’ 빼고나니
‘소프트 카리스마’를 뽐내는 ‘올 뉴 K7’이지만 실내로 들어오면 현대자동차그룹의 기준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수평 구조의 대시 보드에 널찍하게 자리한 8인치 내비게이션, 그 아래로 층층이 쌓인 센터페시아. ‘올 뉴 K7’ 세그먼트의 상징성을 보여주는 아날로그 시계 정도가 ‘K7’을 특정하는 배려다.

다양한 편의 사양도 가득하다. 차체가 큰 만큼 어라운드 뷰 모니터링 시스템은 여러 모로 쓸모가 있는데, 그 성능이 개선 돼 선명도가 100만 화소로 높아졌고, 카메라간 사각지대의 단절선이 없어져 사방 360도가 고루 화면에 잡혔다. 내비게이션 길 안내와 속도 같은 정보를 동시에 제공하는 ‘헤드업 디스플레이’도 적용 돼 있다.
곳곳에 숨어 안전한 주행을 지원하는 운전자 주행 보조 기술들도 운전 내내 존재감을 확인시키고 있었다. ‘후측방 충돌회피 지원 시스템(Smart BSD)’은 후측방 시야 사각지대에 있는 차량이나 고속으로 접근하는 차량을 인식해 수시로 운전자에게 경보를 날렸다. 이 시스템은 충돌이 우려될 때 차량 스스로 반대 방향의 앞쪽 휠을 미세 제동한다는데 직접 경험해 볼 기능은 아니었다.
차량 속도와 앞차와의 거리를 자동으로 유지하는 ‘어드밴스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ASCC)’은 충실한 비서 구실을 했다. 내비게이션 정보와 연동돼 고속도로 안전구간 제한속도 초과 운행시 자동으로 감속하는 ‘고속도로 자동 감속 기능’도 들어가 있었는데 지극히 ‘한국적인 기능’에 속했다. 제네시스 브랜드의 EQ900에 먼저 적용 된 시스템이다.
미국의 최상급 오디오 브랜드인 ‘크렐(KRELL)’의 프리미엄 사운드 시스템은 운전자의 오감을 즐겁게 한다.
다양한 편의사양들이 좋긴한데 ‘소프트 카리스마’를 빼고 나니 정작 K7 다운 게 없다. 현대자동차그룹의 백화점식 편의사양의 그늘이다. 흠잡을 데 없으니 칭찬할 곳도 없는 처지랄까? 이래저래 디자인에 힘을 더 실어줄 수밖에 없게 됐다. ‘소프트 카리스마’가 K7의 전부가 되어서는 안 될 일이다.
‘올 뉴 K7’의 판매가격은 2.4 가솔린 모델이 ‘프레스티지’ 3,090만원, 2.2 디젤 모델이 ‘프레스티지’ 3,370만원, 3.3 가솔린 모델은 ‘노블레스’ 3,490만원, ‘노블레스 스페셜’ 3,920만원, 3.0 LPG 택시 모델은 ‘디럭스’ 2,495만원, ‘럭셔리’ 2,765만원, 3.0 LPG 렌터카 모델은 ‘럭셔리’ 2,650만원, ‘프레스티지’ 3,090만원이다. /100c@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