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분전’ 인삼공사, 유종의 미 거둘까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6.02.04 06: 00

사실상 최하위, 헤일리 부상 악재 겹쳐
토종 선수들 분전, 잠재력 확인 계기될까
사실상 올 시즌 최하위가 유력한 상황이지만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팬들은 박수를 보냈다. 외국인 선수도, 토종 거포도 없는 상황이지만 KGC인삼공사는 똘똘 뭉치면 충분히 위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고 있다.

KGC인삼공사는 3일 대전충무체육관에서 열린 ‘2015-2016 NH농협 V-리그’ 여자부 흥국생명과의 경기에서 풀세트 접전 끝에 세트스코어 2-3으로 아쉽게 졌다. 올 시즌 첫 3연승 길목에 들어서는 듯 했으나 막판 체력 저하로 4·5세트를 내리 내줬다. 그러나 선수들은 최선을 다했다. 기량이 조금 모자랐을지도 몰라도, 의지는 결코 모자라지 않다는 것을 보여줬다.
인삼공사는 이날 경기까지 승점 17점을 기록, 5위 GS칼텍스(승점 30점)에도 크게 뒤진 리그 최하위에 머물고 있었다. 여기에 악재도 겹쳤다. 팀 여건상 공격의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했던 외국인 선수 헤일리의 부상이었다. 헤일리는 왼 어깨 상태가 썩 좋지 않아 최근 결장 중이다. 선수는 뛰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지만 이성희 감독은 6라운드에서 정상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게 더 중요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가뜩이나 토종 공격수와 패턴이 부족한 상황에서 헤일리마저 없으니 인삼공사의 답답한 시즌 막판을 예상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데 인삼공사가 힘없이 무너지기는커녕 더 살아나고 있다. 1일 현대건설과의 경기에서 엄청난 수비력을 앞세워 세트스코어 3-2 승리를 거두는 이변을 연출한 인삼공사는 3일에도 3위 수성에 갈 길이 바쁜 흥국생명을 끈질기게 괴롭혔다.
경기 전 “다음 시즌을 생각할 만한 여유는 없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게 우리의 할 일”이라던 이성희 감독의 이야기 그대로였다. 선수들은 체력적인 부담에도 불구하고 최선을 다했고 팬들에게 좋은 경기를 선보였다. 이성희 감독은 경기 후에도 체력적인 점에서 아쉬움을 드러내면서도 경기에 대한 선수들의 의지와 태도에 대해서는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졌지만, 후회는 크지 않았다.
헤일리라는 확률 높은 공격수를 대체할 이는 없다. 팀 공격 성공률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럴수록 어택 커버와 끈질긴 수비로 공격 기회를 한 차례 더 만드는 배구가 통하고 있다. 시즌 중반까지만 해도 공격 가담이 드물었던 문명화 장영은 등 중앙 공격수들도 최대한 활용하며 좀 더 다채로운 옵션도 선보이고 있다. 헤일리의 공백은 역설적으로 토종 선수들의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계기가 됐다.
비록 3연승에 이르지는 못했으나 새로운 가능성도 발견했다. 그간 백업에만 머물러 있던 김진희는 3일 24점을 올리며 자신의 생애 최다 득점을 기록했다. 이성희 감독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울 정도의 맹활약이었다. 문명화는 꾸준히 성장하는 모습을 과시하며 팀 센터진의 장기적인 미래로 떠올랐다. 갈수록 체력이 보충되는 듯한 인상마저 주는 김해란을 비롯한 수비 라인은 분명 큰 자산이다. 비록 사실상 최하위가 확정됐지만 시즌은 계속되어야 한다. 그리고 또 다른 시즌은 반드시 찾아온다. 인삼공사가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을지 주목된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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