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호, 첫 번째 목표는 1루 플래툰 경쟁 승리
경쟁상대로 몬테로·산체스·루카스...시범경기서 압도적 활약 필요
돈보다 명예, 대우보다 꿈을 따랐다. 롯데에 입단했을 때처럼 주목받는 상위라운드 지명자가 아니다. 일본 진출 때와 같은 화려한 입단식도 없다. 정점에서 가장 아래로 내려갔다. 최고의 무대에서 뛰고 싶다는 열망 하나로 위대한 도전이 시작된 것이다.

아시아무대를 정복한 이대호(34)가 4일(이하 한국시간) 시애틀 매리너스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체결했다. 이대호는 2월말 초청선수 자격으로 시애틀 스프링 트레이닝에 참가, 3월부터 시범경기를 통해 개막전 엔트리 진입을 위한 경쟁에 나선다.
사실 좀처럼 예측하기 힘들었던 결과다. 일본 언론은 이대호가 지난해까지 뛰었던 소프트뱅크로부터 3년 최대 18억엔(약 183억원)의 대형 계약을 제안 받았다고 했다. 메이저리그 진입시 이대호의 연봉규모가 정확히 밝혀지지는 않았으나, 소프트뱅크의 제안과 비교하면 큰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초청선수 자격으로 스플릿계약을 맺은 선수들은, 메이저리그 진입시 100만 달러(약 12억원)에서 200만 달러(약 24억원) 단년 계약을 체결한다. 그야말로 꿈을 이루기 위해 모험을 택했다.
시애틀 제리 티포토 단장은 “이대호가 우리 팀 1루수 경쟁에 우타 파워히터로서 잠재력을 가져왔다”며 “이대호는 한국과 일본에서 높은 수준의 생산력을 발휘했다. 우리는 이대호가 어떻게 활약을 재현할지 흥미롭게 지켜볼 것이다”고 전했다. 쉽게 말해, 이대호는 1루수 후보 중 한 명이며, 시범경기 활약에 따라 이대호를 메이저리그 로스터에 넣겠다는 이야기다. 지명타자 자리에는 2년 연속 40홈런 이상을 터뜨린 넬슨 크루즈가 있다. 이대호가 가치를 증명하긴 위해선 1루수로서 공수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쳐야한다.
이제 주목할 부분은 경쟁구도다. 이대호의 1차 관문은 우타자 1루수 플래툰 자리를 차지하는 것. 이미 시애틀은 2016시즌 주전 1루수로 좌타자 아담 린드를 염두에 두고 있다. 그런데 린드는 커리어 내내 좌투수에게 현저히 약한 모습을 보였고, 매 시즌 꾸준하지도 못했다. 때문에 시애틀은 린드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1루 우타자를 수집했다.
‘좌상바’ 린드의 편식
2015 좌투수: 112타석 23안타 타율 0.221 출루율 0.277 장타율 0.298 0홈런 10타점
2015 우투수: 460타석 116안타 타율 0.291 출루율 0.380 장타율 0.503 20홈런 77타점
통산 좌투수: 1004타석 199안타 타율 0.213 출루율 0.259 장타율 0.586 21홈런 107타점
통산 우투수: 3294타석 871안타 타율 0.293 출루율 0.354 장타율 0.509 145홈런 499타점
이대호의 경쟁자는 헤수스 몬테로(27), 가비 산체스(33), 에드 루카스(34)다. 셋 다 우타 1루수. 이대호가 메이저리그 개막전 로스터에 들어가기 위해선 시범경기에서 이들을 압도해야만 한다.
시애틀은 2012년 1월 양키스와 트레이드를 통해 특급 유망주 포수였던 몬테로를 영입했다. 하지만 몬테로는 포수로 수명을 이어가지 못했다. 2014시즌부터 포수 마스크를 벗은 채 1루수와 지명타자로 나서고 있다. 타격 성적도 기대와는 정반대의 행보. 2011시즌 양키스에서 OPS 0.996을 기록하며 가치를 높였으나, 막상 시애틀 유니폼을 입고 나서는 마이너리그에서 뛰는 시간이 더 길다. 시애틀은 몬테로를 마이너리그로 내릴 수 있는 옵션도 모두 소진한 상태. 몬테로가 2016시즌에도 부진하면, 시애틀은 몬테로를 포기할 수 있다.
‘거품만 가득?’ 실패한 유망주에 그치나...몬테로 최근 5년 메이저리그 성적
2011시즌: 69타석 20안타 타율 0.328 OPS 0.996 4홈런 12타점
2012시즌: 553타석 134안타 타율 0.260 OPS 0.685 15홈런 62타점
2013시즌: 110타석 21안타 타율 0.208 OPS 0.590 3홈런 9타점
2014시즌: 17타석 4안타 타율 0.235 OPS 0.647 1홈런 2타점
2015시즌: 116타석 25안타 타율 0.223 OPS 0.661 5홈런 19타점
산체스는 커리어 내내 좌투수에게 강했다. 메이저리그 통산 기록만 놓고 봐도 좌투수 상대로는 주전 1루수감이었다. 하지만 우투수에게는 정반대의 성적을 찍었다. 산체스는 지난해 일본 프로야구 라쿠텐에서 고전했는데, 그럼에도 시애틀은 좌투수에 강한 산체스를 플래툰 후보로 삼고 영입했다.
‘우상바’ 산체스의 편식
메이저 통산 우투수: 1557타석 331안타 타율 0.238 OPS 0.691 39홈런 171타점
메이저 통산 좌투수: 714타석 177안타 타율 0.291 OPS 0.863 22홈런 94타점
2015 일본프로야구 성적: 66경기 232타석 45안타 타율 0.226 OPS 0.720 7홈런 18타점
루카스는 이대호와 마찬가지로 초청선수로 스프링 트레이닝 기간 시애틀 유니폼을 입는다. 2013시즌과 2014시즌 마이애미 소속으로 빅리그에서 뛰었으나, 지난해에는 마이너리그에만 머물렀다. 메이저리그에서 보여준 모습만 놓고 보면, 루카스가 개막전 엔트리까지 생존할 확률은 낮아 보인다. 루카스의 최대 장점은 멀티 포지션 소화. 1루수로 한정하면 타격이 많이 부족하다.
‘곧 아시아행 비행기 탈지도...’ 루카스의 최근 3년 성적
2013시즌: 384타석 90안타 타율 0.256 OPS 0.647 4홈런 28타점
2014시즌: 189타석 45안타 타율 0.251 OPS 0.580 1홈런 9타점
2015시즌(트리플A): 442타석 124안타 타율 0.316 OPS 0.809 6홈런 48타점
현실적으로 경쟁구도는 이대호와 몬테로의 2파전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몬테로가 시범경기서 부진해도, 시애틀이 몬테로에게 미련을 갖는다면, 이대호는 어처구니없는 결과를 받을 수 있다. 그만큼 이대호는 어느 때보다 페이스를 빠르게 올려야 한다. 시범경기부터 괴력을 발휘해야 목표를 이룰 수 있다.
이대호 KBO리그·일본프로야구 통산 성적
KBO리그(12시즌): 4048타석 1250안타 타율 0.309 OPS 0.923 225홈런 809타점
일본프로야구(4시즌): 2403타석 622안타 타율 0.293 OPS 0.856 98홈런 348타점
한편 시애틀은 오는 3월 3일 샌디에이고전을 시작으로 4월 2일까지 시범경기로 약 30경기를 치른다. 이대호에게 있어선, 최근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한국선수 그 누구보다 시범경기 매 순간이 중요할 것이다. / drjose7@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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