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민-이민규 부상에 안쓰러움
"이겨내고 더 큰 선수되길" 스승의 진심
“목소리가 나오지 않아 모바일 메신저로 연락드립니다. 수술은 잘 끝났습니다”

4일 오후. 김세진 OK저축은행 감독의 휴대폰에는 하나의 메시지가 들어왔다. 메시지의 발신인은 이날 어깨 수술을 받고 6개월의 재활 장정을 시작한 주전 세터 이민규(24)였다. 자신이 겪었던 힘든 시절이 절로 떠오른 김 감독의 머릿속과 가슴도 착잡해졌다. 코트에서는 냉정해지려고 부단히 노력하는 김 감독이지만 그 순간만큼은 제자의 앞길이 먼저 떠올랐다.
현역 시절 정상의 라이트 공격수로 이름을 날렸던 김 감독이다. 그러나 많이 날아오른 만큼 몸에도 무리가 갈 수밖에 없었다. 김 감독은 “나도 무릎 수술만 네 번을 했던 사람이다. 한때는 무릎은 물론 어깨·허리·발목 등이 모두 좋지 않아 6개월을 쉰 적도 있었다”라고 과거를 떠올렸다. 그래서 지금 병상에 누워있는 이민규의 심정을 누구보다 잘 안다. 김 감독은 “어두운 터널 속에 들어가 있는 느낌일 것”이라고 안쓰러워했다.
김 감독은 “아마 수술을 받기 전 굉장한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이다. ‘수술이 잘못되면 어쩌지’, ‘마취에서 깨어나지 못하면 어쩌지’라는 생각까지 한다. 수술이 잘 돼도 또 고민이다. ‘복귀를 못하면 어쩌나’라는 등 부정적인 생각이 많아진다. 자신의 자리에 대한 고민이 많아지는 것도 어쩔 수 없다. 동료들이 잘 돼 팀이 이겼으면 하는 바람이 절반이라면, 내 자리가 사라지는 것은 아닐까라는 걱정이 절반”이라고 설명했다.
의학기술의 발전으로 부상에서 복귀할 확률은 높아졌지만 인간의 심장까지 강해진 것은 아니다. "재활 선수들이 첫 번째로 거쳐야 할 관문은 심리적인 위축을 떨쳐내는 것"이라는 이야기도 그래서 나온다. 그래서 김 감독은 이민규가 누구보다 굳건히 그 과정을 뚫고 나가기를 바라고 있다. 또 믿고 있다.
목소리가 굳었던 김 감독은 제자의 활기찬 재기를 진심으로 바랐다. 잠시 망설이던 김 감독은 “마음을 편하게 먹어라.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재활에 열중하라”라는 답장을 보냈다. 김 감독은 “민규가 지금껏 앞만 보고 달려왔다. 자신을 차분히 돌아보는 계기가 될 것이다”라면서 “이렇게 됐으니 어쩔 수 없다. 스스로 걸어 나가야 한다. 아마도 외로운 싸움이 될 것이다. 그래도 이를 이겨낸다면 더 큰 선수가 될 수 있을 것이다”고 진심이 담긴 응원을 보냈다.
OK저축은행은 올 시즌 부상자가 많은 편이다. 이민규를 비롯, 주전 센터인 김규민도 무릎 부상으로 정규시즌에는 뛸 수 없을 전망이다. 김 감독은 “부상 선수들에 대해 신경도 써야 하지만, 이 선수들에게 스태프가 모두 달려들 수는 없는 일이다”라며 다시 현실로 되돌아왔다. 2위 현대캐피탈의 파죽지세로 치열해진 선두싸움을 생각하면 사실 감상에 젖어 있을 시간이나 여유는 없다. 부상 선수들을 고려하면 무조건 1위로 올라가야 한다.
그래도 마냥 외면하지는 못하고 이들을 슬그머니 곁눈질하는 김 감독이다. 지금 뛰고 있는 선수들이 승리라는 톱니바퀴를 돌린다면, 다음 시즌 건강하게 팀을 이끌어야 할 두 부상 선수도 재활이라는 톱니바퀴를 돌린다고 할 수 있다. 톱니바퀴는 엇박자가 나면 안 된다. 김 감독이 진심을 담아 재활 선수들을 응원하는 이유일지도 모른다. 창단 당시부터 이 선수들에 대한 애정과 책임감이 막중했던 김 감독이라 더 그렇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