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침체 선수단 반성
의욕적 자세, 코칭스태프도 흐뭇
지난해 극심한 정체에 시달리며 고개를 숙였던 SK 타선이 명예회복의 깃발을 들었다. 선수들 사이의 각오가 남다른 가운데, 서로간의 대화와 토론을 통해 발전 방향을 스스로 모색하다는 점도 예년과는 다른 점이다.

지난해 타격 부진으로 기대만큼의 성적을 내지 못했던 SK다. 물론 좋은 흐름으로 한 시즌을 이어갈 수는 없다. 타격에 기복은 항상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SK는 지난해 전체적인 타격 흐름이 바닥에서 계속 이어졌다. 타격 코치를 바꾸기도 했고, 충격 요법을 쓰기도 했지만 멈춰 있는 심장은 좀처럼 뛰지 않았다. 최정 김강민이라는 간판 타자들의 부상도 컸다.
선수들 나름대로 자존심이 상한 시즌이었다. 각자 자신이 해야 할 몫을 하지 못했다는 데 죄책감을 느끼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미 플로리다주 베로비치에서 열리고 있는 이번 1차 전지훈련에서 타자들의 각오가 남다르다는 이야기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정규 훈련 시간은 물론, 식사 후나 야간 훈련까지 틈만 나면 방망이를 돌린다.
정경배 타격코치는 “최근 우리 팀 타자들의 고민이 많다. 하루 종일 방망이만 잡고 산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서로서로 알아서 조언해주는 모습도 있다”라고 전했다. 좀 더 나은 타격을 하기 위해 스스로 연구하고 노력한다는 뜻이다. 때로는 의욕이 과해 정 코치가 직접 선수들의 훈련량을 조절해주기도 할 정도다.
의욕은 연구로, 연구는 발전으로 이어지고 있다. 정 코치는 “영상을 보면서 각자 연구들을 많이 한다. 때문에 어떤 것을 이야기했을 때 귀담아 듣고 고민하며, 또 잘 수용한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라고 선수들을 칭찬하면서 “그 때문인지 최정 박정권 김강민 박재상 김성현 정의윤 최승준 김동엽 등 타자들이 전체적으로 타격 컨디션이 더 좋아졌다. 선수들이 적극적으로 달려들고 있다”고 평가했다.
정 코치도 나쁜 것을 이야기하기보다는 좋은 장점을 살려주려 신중하게 지도 중이다. 정 코치는 “웬만하면 나쁜 것을 이야기하려 하지 않는다. 여러 가지를 고치려고 하다보면 장점이 희석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가급적이면 폼 수정도 하지 않는다. 각자 가진 틀 안에서 장점을 살리고자 한다. 선수가 너무 크게 폼을 바꾼다거나 달라졌다 싶을 때 한 번씩 이야기하는 정도”라고 지도방향을 설명했다.
SK는 올해 마운드 전력이 약해졌다. 정우람 윤길현이라는 핵심 불펜 요원들이 팀을 떠났고 든든한 우완 선발인 윤희상은 재활 중이다. 기대를 모으는 투수들이야 많지만 어디까지나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 물음표가 많다는 점은 시즌 전략을 짜는 데 있어 그렇게 좋은 징조가 아니다.
하지만 타선은 이에 비해 누수가 적다. 오히려 부상자들의 복귀, 새로운 선수들의 가세로 지난해보다 더 나은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는 기대도 적지 않다. 선수들의 의욕과 발전하고자 하는 자세에서 더 큰 희망까지 찾을 수 있는 SK다. 구장 효과를 충분히 살리며 팀 스타일 변화를 앞에서 이끌 수 있을지 주목된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