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진하면 위로격려상, 두산의 호주 힐링캠프
OSEN 조인식 기자
발행 2016.02.11 08: 57

연습경기 부진 박세혁에 위로격려상 수여
선수단 분위기 올린 김태형 감독 아이디어
 호주 시드니에서 전지훈련을 진행 중인 두산 베어스 캠프에는 특별한 상이 하나 있다. 연습경기 성적이 부진한 선수에게 주어지는 ‘위로격려상’이다.

두산은 지난 10일까지 총 두 번의 자체 청백전을 치렀다. 매 경기마다 MVP 1명과 우수선수 2명(투타 각 1명씩)을 선정했고, 10일 있었던 2차전에서는 김태형 감독의 아이디어로 신설된 ‘위로격려상’을 받은 선수도 있었다. 첫 주인공은 상무에서 제대한 포수 박세혁이었다.
10일 호주 시드니 블랙타운 인터내셔널 스포츠파크에서 벌어진 두산의 자체 청백전(7이닝 경기)에서 박세혁은 청팀의 7번타자(포수)로 나서 2타수 무안타 1삼진에 그쳤다. 6-2로 백팀이 승리한 이 경기에서 홈런 포함 3타수 2안타 1타점을 올린 최주환이 MVP에 올랐고, 우수선수상은 최재훈과 박진우가 가져갔다.
사실 박세혁이 아닌 다른 선수가 위로격려상의 첫 수상자가 될 수도 있었다. 바로 최고참 홍성흔이었다. 청팀 5번타자(지명타자)로 나선 홍성흔은 두 타석에서 1루수 파울플라이와 1루 땅볼에 그쳤다. 그러자 김 감독은 세 번째 타석에서도 (안타를) 치지 못하면 위로격려상을 주겠다는 경고 아닌 경고 메시지를 던졌다.
하지만 홍성흔은 한 번의 스윙으로 김 감독의 마음을 돌렸다. 7회초 자신의 세 번째 타석에서 허준혁을 공략해 좌측 담장을 넘어가는 추격의 솔로홈런을 터뜨린 것. 3타수 무안타가 됐다면 박세혁을 제치고 위로격려상을 가져갈 위기였으나, 가슴을 쓸어내렸다.
두산 관계자는 홈런을 친 홍성흔이 경기 후 약간 억울해했다는 농담도 전했다. 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지 못한 선수를 위로하는 동시에 격려해주기 위한 이 상이 선수와 코칭스태프 모두를 웃게 만들며 팀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데 도움이 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스프링캠프에서 보내는 시간은 희망을 보는 기간이다. 연습경기에 불과한 경기, 특히 자체 청백전에서 잠시 감을 잡지 못했다고 해서 좌절할 필요는 없다. 김 감독이 독특하지만 참신한 상을 새로 만들어낸 것도 이와 같은 의견이기 때문일 것이다. 기분이 좋지만은 않을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마음 따뜻해지는 상을 받은 선수들이 앞으로 캠프에서 어떤 모습을 보일지도 궁금해진다. /nick@osen.co.kr
[사진] 두산 베어스 제공.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