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전은 비교적 확고, 백업 후보들 급부상
김태형 감독도 긍정적 평가
두산 베어스의 전지훈련지 호주에서 화수분의 싹이 트고 있다.

두산의 호주 스프링캠프 일정은 이제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호주 시드니 블랙타운에 위치한 인터내셔널 스포츠파크에서 선수들은 연일 땀을 흘리고 있다. 예정됐던 연습경기들이 호주에서 벌어지는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예선으로 인해 취소되며 두산은 두 번의 자체 청백전을 제외하면 실전도 갖지 않고 담금질을 계속하고 있다.
지난해 우승을 차지했던 만큼 두산은 전체적으로 전력이 탄탄한 팀이다. 주전 자리 역시 확고하다. 신입 외국인 선수인 마이클 보우덴, 닉 에반스를 제외하면 지난해 1군에서 눈도장을 찍지 못한 채로 시드니행 비행기에 몸을 실은 선수들의 1군 엔트리 진입은 장담할 수 없다. 그만큼 빈자리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존 1군 선수들과 경쟁할 잠재적 가능성을 지닌 얼굴들은 조금씩 보이고 있다. 마운드에서 가장 눈에 띄는 자원은 채지선이다. 고졸 2년차인 그는 지난 두 번의 청백전에 모두 출전해 2이닝 동안 한 명도 출루시키지 않고 3탈삼진 호투했다. 2경기에서 최고 구속도 각각 146km, 145km에 달했다.
2차 드래프트에서 두산이 뽑은 3명 중 제일 먼저 지명된 박진우도 2경기 모두 나와 3이닝 동안 피안타 없이 볼넷 1개만 내줬고, 2차전 우수선수가 됐다. 느리지만 까다로운 공을 던진다는 평가다. 이외에 지난 시즌 중 투수로 전향한 오장훈, 상무에서 제대한 안규영, 지난해 시범경기에서 십자인대가 파열되며 시즌 아웃됐다가 돌아온 최병욱 모두 2경기 연속 등판했다.
언젠가 화수분의 후예가 될 야수들도 하나씩 드러나고 있다. 신인 신분임에도 코칭스태프의 부름을 받은 외야수 조수행, 내야수 서예일은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서예일의 경우 1차전 우수선수에 뽑히기도 했는데, 두산 관계자에 따르면 수비할 때 기존 선수들의 감탄사를 자아낼 정도로 좋은 플레이를 보여주고 있다.
군에서 제대한 타자들도 기회를 기다리고 있다. 경찰청 생활을 끝낸 김인태, 상무 출신인 박세혁, 이우성이 캠프에서 꾸준히 코칭스태프의 눈도장을 받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제대 직후 1군에 포함되어 포스트시즌 엔트리에 들어갔던 김동한도 예비역 중 하나다.
김태형 감독은 지난 8일 1차 청백전을 마친 뒤 “전반적으로 준비를 잘 해가고 있는 모습이다. 기존 선수들과 더불어 신인급을 비롯한 백업선수들도 생각보다 좋은 모습이 보인다. 열심히 준비하는 모습과 진행되는 과정이 좋아 보인다”고 긍정적인 느낌을 전했다. 이들이 시즌 초 당장 선발 출장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주전 뒤에 대기할 수준까지 올라온다면 김 감독도 시즌 구상이 한층 편해질 것이다. /nick@osen.co.kr
[사진] 두산 베어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