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야 수비가 재미있다. 스트레스 훈련으로 푼다.”
“아프지 않고 1군 남아 팀에 꼭 필요한 선수될 것.”
LG 트윈스 외야수 안익훈(20)의 등장은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한 신인이 드넓은 잠실구장을 마음껏 활보하며 호수비를 펼쳤다. 3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좌절, LG 팬들은 다시 차가운 가을바람을 맞으면서도 안익훈의 등장에 위안을 삼았다.

현재 안익훈은 1군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서 굵은 땀을 흘리고 있다. 가장 막내인 만큼, 바쁘게 하루하루를 보내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다. 현지시간으로 11일 안익훈에게 처음으로 1군 스프링캠프에 임하는 것과 올 시즌 목표 등을 들었다.
먼저 안익훈은 프로 입단 후 첫 캠프였던 작년 2군 대만 캠프를 돌아봤다. 캠프를 지휘한 김동수 2군 감독은 “처음부터 익훈이는 돋보였다. 특히 수비가 아마추어 선수라고 믿기 힘들 정도였다. 1997년 이병규의 신인 시절을 보는 것처럼 외야 수비를 잘 했다. 좌중간이나 우중간을 가를 수 있을 것 같은 타구도 익훈이는 다 잡아냈다”고 말했다.
안익훈은 “당시 대만 캠프에서 나한테 오는 공은 무조건 다 잡겠다는 마음으로 훈련하고 경기에 임했다. 딱히 프로에서 내 수비가 통하겠다는 확신이 들지는 않았다. 그저 열심히하려고만 했던 기억이 난다”며 “시즌이 시작되고 양상문 감독님께서 기사로 나를 칭찬해주신 것을 보고는 자신감이 많이 생겼다. 어릴 적부터 수비에 대해선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아마추어 때 인정받는 것과 프로 와서 인정받는 것은 다르다. 프로에서 감독님께 이런 이야기를 들으니까 자신감이 높아졌다”고 이야기했다.
실제로 양상문 감독은 지난해 5월 “고졸 신인 안익훈이 1·2군 통틀어 수비는 가장 좋다”고 했다. 당시 안익훈이 고등학교를 졸업한지 3개월이 안 된 신인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양 감독의 발언은 다소 놀라웠다. 그런데 안익훈은 얼마안가 양 감독의 말을 증명했다. 빠른 타구 판단과 스피드로 외야로 향하는 안타성 타수를 모두 잡아냈다.
안익훈은 “초등학교 때부터 외야수였고 수비를 좋아했다. 수비를 항상 즐겼다. 솔직히 나는 치는 것보다 수비가 좋다. 그래서 어릴 때부터 심심하면 수비 연습을 했다. 타격으로 스트레스 받을 때 수비 훈련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풀었다. 지금도 여전히 수비 훈련이 재미있다”고 외야수비에 대한 애정을 보였다.
LG는 이번 스프링캠프에서 활발한 주루플레이에 비중을 두고 있다. 유지현 주루코치는 앞으로 주루플레이의 중심이 될 선수로 안익훈을 지목, 안익훈이 빠른 다리로 공격에서도 팀에 보탬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안익훈은 “작년에 주루사가 굉장히 많았다. 주루사만 4, 5번 있었다. 그렇게 주루플레이를 못하는 편은 아니었는데 1군에 올라가서 긴장을 많이 했던 것 같다. 베이스에서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멍하게 있었던 적도 있다. 작년에 2군에선 도루 10개를 했다. 그런데 1군에 올라오니 확실히 포수들의 송구와 투수들의 퀵모션, 그리고 전체적인 내야수비가 확 다르더라. 2군에서 되던 게 1군에선 전혀 안 통했다”며 “이제는 유지현 코치님 지시대로 할 수 있을 것 같다. 지난해 미야자키 캠프부터 유지현 코치님이 많이 가르쳐주셨고, 많이 늘었다고도 해주셨다. 많이 배우고 연습한 만큼, 자신감도 생기고 있다”고 웃었다.
지난해 안익훈은 수비만큼이나 타격에서도 인상적인 모습을 남겼다. 1군에서 50경기 74타석 소화에 그치긴 했지만 타율 3할3푼9리를 기록, 타자로서 가능성을 보였다. 안익훈은 “잘 쳤다고 만족하지 않는다. 1군에서 100경기를 뛴 것도 아니다. 50경기 70타석 정도 나가서 재미있게 했다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 타율 3할3푼9리가 아직은 내 실력이 아니다. 잘 치면 운, 못 치면 실력이라고 본다”며 “지난해 후반기 때 타격폼을 바꿨다. 전반기보다 간결해졌다. 이 폼을 계속 유지하면서 서용빈 코치님, 손인호 코치님이랑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다. (임)훈이 형이랑 룸메이트를 하면서도 굉장히 많이 배우고 있다. 훈이형이 옆에서 계속 이야기하고 도와주고 계신다”고 전했다.
덧붙여 안익훈은 “서용빈 코치님이 앞으로 갈 방향을 이야기해 주신다. 코치님께선 팀이 네게 원하는 부분이 있는 만큼, 꼭 1군에 살아남아야 한다고 하셨다. 팀에 필요한 선수가 되기 위해선, 짧게 치고 공 많이 보면서 그라운드를 휘젓는 선수가 되라고 강조하셨다. 항상 코치님의 말씀을 기억하면서 연습하고 있다”고 밝혔다.
롤모델도 서용빈 코치가 제시한 방향에 맞췄다. 안익훈은 “이용규 선배님을 롤모델로 삼고 있다. 사실 어릴 적 롤모델은 정수빈 선배님이었다. 프로와서 해보니까 내가 우리 팀에 필요한 선수가 되려면 이용규 선배님처럼 돼야 한다고 느꼈다. 그래서 이용규 선배님의 영상을 꾸준히 보고 있다”고 했다.
이번 스프링캠프에서 가장 치열한 외야진 경쟁에 임하고 있는 것을 두고 “솔직히 경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팀이 더 필요로 하는 선수가 경기에 뛰게 되어 있다. 더 잘 하는 선수가 경기에 나가는 게 당연한 것이다”며 “솔직히 아직 경쟁이란 단어가 와닿지 않는 것일지도 모른다. 물론 잘 하는 사람이 되려고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상대를 의식하기 보다는 선배님들에게 배우면서 더 나아지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마지막으로 안익훈은 “이번 스프링캠프가 정말 좋다. 선배님들이 어린 선수들을 계속 챙겨주신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나면 눈치도 많이 보고 행동 하나하나를 조심하게 되는 데 선배님들이 먼저 와서 말 걸어주시고 편하게 해주신다. 지금은 오히려 후배들이 훨씬 편하게 야구를 하고 있다. 작년 1군에 올라왔을 때보다 분위기가 훨씬 좋다”며 “올해 목표는 아프지 않고 1군에 있는 것이다. 1군에서 우리 팀에 필요한 선수가 되고 싶다. 아프지 않으면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각오를 다졌다. / drjose7@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