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주 3박자 갖춘 대형 내야수 각광
힘 붙은 신체, 화려한 1군 입성 기대
신인급 선수들에게 혹자는 이렇게 말한다. “지금 단계에서 너무 건방지면 안 된다”. 그런데 또 다른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프로와 1군 선배들의 벽에 너무 주눅 들어도 안 된다”.

이율배반적인 충고 같지만, 결국 이 두 저울추 사이에서 무게를 잘 잡는 선수가 장기적으로 성공의 길을 밟는다. SK 내야의 차세대 기수로 불리는 유서준(21)은 지금까지 그런 길을 잘 밟아오고 있는 선수다. 그리고 올해 전지훈련을 통해 각이 깔끔하게 잘 잡혀 있는 도화지에 조금씩 그림을 그려나가고 있다. 그럴수록 구단의 기대도, 개인적인 성취감도 나날이 커지고 있다.
2014년 SK의 2차 2라운드 지명을 받은 유서준은 지난해 1군 무대에 데뷔해 주목을 받았다. 비록 시간은 짧았지만, 귀중한 경험을 쌓았다. 주눅 들지 않고 1군 무대에 부딪혀 나갔다. 때로는 벤치의 지시 없이도 과감하게 단독 도루를 감행하기도 했다. 주위에서도 혀를 내두르는 배짱이었다. 그러나 들뜨지는 않았다. 그 부딪힘 속에서 자신의 부족함을 알고 반성했다. 그렇게 보완점을 하나하나 머릿속에 넣어뒀다가 시즌이 끝나자마자 풀어내기 시작했다.
유서준은 가장 보완해야 할 점으로 ‘몸’을 뽑는다. 웨이트 트레이닝의 중요성을 절감했다고 말한다. 아직 앳된 얼굴에도 승부욕이 뛰어난 유서준은 지난해 가고시마 특별캠프에서 하루도 거르지 않고 웨이트 트레이닝에 매진했다. 만족할 만한 성과도 있었다. 유서준은 플로리다 캠프에 가기 전 “체중이 6㎏ 정도 불었다. 살이 쪘다기 보다는, 근육량이 붙은 것 같다”라고 오프시즌 최대 성과를 신체 개조로 뽑았다.
힘이 달리는 것을 몸소 느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군에서 뛰지 않았다면 자만하고 넘어갈 수 있는 부분이었다. 유서준은 “2군 경기가 100경기 남짓인데 2군에서도 한 시즌을 하다 보니 힘이 부쳤다. 1군에서 144경기를 모두 소화한다는 것은 정말 대단하다고 느꼈다”라면서 “가고시마 캠프 때부터 수석코치님께서 웨이트 트레이닝에 대한 중요성을 많이 강조하셨다. 12월에도 마음을 먹고 몸을 만들었다. 웨이트 트레이닝을 싫어하는 사람들은 아무리 들어도 그렇게 하지 못하는데 다행히 개인적으로 좋아한다. 꾸준히 했다”고 지난겨울을 되돌아봤다.
공식 프로필상으로는 178㎝에 75㎏이지만 현재는 80㎏ 정도까지 몸을 불렸다는 것이 유서준의 설명이다. 그러면서도 특유의 장점인 기동력을 잃지 않기 위해 순발력 운동도 착실하게 했다. 그 결과 자신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몸을 만들었다. 이제 자신의 1군 경력을 그릴 도화지와 밑천을 어느 정도 마련한 셈이다. 플로리다 캠프는 스케치를 하고, 물감을 만드는 과정이었다. 오키나와 캠프는 그 그림이 제대로 그려지고 있는지에 대한 실전 테스트다.
코칭스태프가 뽑는 유서준의 장점은 의외로 ‘힘’이다. 김용희 감독은 “작은 체구지만 장타력이 뛰어난 선수”라고 유서준을 평가한다. 정경배 타격코치도 “체구에 비해 힘이 좋다. 그래서 체구에 비해 비행 스윙이 큰 편인데, 탄도 자체를 줄이려고 연습을 했다. 아직 기복은 있는 편이라 몸에 익을 때까지 훈련이 필요할 것이다”라면서 “기본 자질이 좋고 힘이 있어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고 평가한다.
“힘든 훈련을 버텼다는 것에서 내 스스로가 뿌듯했다”라고 지금까지의 과정을 돌아본 유서준은 여전히 담담하게 앞을 내다보고 있다. 자만도, 두려움도 없다. 유서준은 “맨 처음에 가고시마에 갔을 때 19살이었다. 선배님들이 많았다. 그래도 위축되거나 그런 것은 없었다. 오히려 기대된다”라면서 “준비한 것만 제대로 한다면 어느 정도 발전한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각오를 드러냈다. 유서준은 올해 성적과 팀 내 입지 향상에 “욕심이 난다”라고 했다. 그 큰 욕심을 채우는 한 해가 될지 주목된다.
2016년 프리뷰
SK는 올해 외국인 타자로 내야수인 헥터 고메즈를 뽑았다. 2루수·유격수 라인에 걸쳐 있던 모든 국내 내야수들에게 재난 경보 문자가 들어왔다. 유서준도 다르지는 않다. 사실상 나머지 한 자리를 놓고 경쟁해야 하는데, 먼저 치고 나가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고 있는 선배들을 하나라도 더 제치는 것이 올해의 당면 과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 그 목표가 비교적 빨리 이뤄질 수 있다면 그 다음은 가속 페달을 밟을 만한 기회가 올 수 있다. 주루에서는 SK의 중앙 내야수 중 가장 경쟁력이 있고, 장타력이 기대되는 타격에서도 잠재력을 크게 인정받고 있다. 수비가 관건이기는 하지만 사실 ‘도화지’ 자체로만 보면 SK의 내야에서 이만한 선수도 찾아보기 어렵다. 유서준이 잠재력을 터뜨린다면 SK도 내야 세대 교체에 박차를 가할 수 있다. 개인적 경력에서도 중요한 시기가 찾아오고 있다. 이런 기회를 잡아야 스타가 된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