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훈련 마치고도 생각 나면 스윙 연습
김현수 없는 타선에서 3번 활약 기대
민병헌(29, 두산 베어스)은 늘 쫓긴다. 리그를 대표하는 외야수인 동시에 국가대표이기도 하지만 항상 불안하다고 말한다.

불안은 방망이를 손에서 떨어지지 않게 만든다. 13일 호주 시드니의 블랙타운 인터내셔널 스포츠파크에서 만난 민병헌은 “아직도 초조하고 불안하다. 잘 할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 스스로를 낮춰야 더 긴장하면서 집중하게 된다”고 이야기했다. 항상 하던 말의 반복이다.
민병헌은 지난 세 시즌 연속 3할 타율을 올렸다. 그리고 잠실을 홈으로 쓰면서도 2년 연속 두 자릿수 홈런도 달성했다. 이쯤 되면 자신감을 가져도 되는 것이 아니냐고 묻자 그는 동의하지 않았다. 어떻게 보면 끊임없는 불안은 지금의 민병헌을 만든 일종의 루틴이라고 봐도 틀린 말이 아닐 것이다.
그런 부분을 알기에 지금도 틈만 나면 방망이를 잡는다. 그는 “캠프 초반 (정신적으로) 흐트러졌다가 다시 다잡게 됐다. 제대했을 때의 마음을 생각하려고 한다. 지금은 야간훈련까지 끝나고 방에 들어가서도 생각이 나면 방망이를 돌린다”고 전했다.
3년 연속 3할이라는 훈장에 만족하는 모습보다는 후반기 성적이 좋지 않은 점을 개선하려는 의지가 더 크다. “전반기보다 후반기에 집중력이 떨어지는 게 느껴진다. 그걸 보완해야 한다. 우승한 다음 해라 감독님도 신경을 쓰시는 것 같다. 지난해에는 많이 말씀하시지 않았지만 올해는 작전이나 세밀한 야구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신다”는 것이 민병헌의 설명이다.
김현수가 없는 팀에서 민병헌은 3번에 고정될 것이 유력하다. 혼자서 간판타자의 공백을 메우겠다는 욕심은 부리지 않지만, 책임감은 분명 있다. 민병헌은 “현수와는 비교가 불가능하다” 면서도 “현수의 몫을 해야겠다는 생각보다는 내가 못하면 다른 선수들이 해주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든다. 나는 내 몫을 하면 된다”는 말로 자신의 타격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보였다.
“볼넷보다 안타를 많이 치는 게 좋다”는 그는 이제 공을 많이 봐야 한다는 압박감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 1번 타순에 위치할 때는 초구를 치다가 아웃되는 경우를 가정하며 부담감에 빠지기도 했다. 하지만 타순이 변하면 주자를 놓고 타격할 기회가 늘어나고, 원하면 초구도 얼마든지 칠 수 있다.
2013년 27개였던 민병헌의 도루 숫자는 이듬해 16개, 지난해에는 7개로 점차 줄었다. 이번 시즌에는 뛰는 모습도 다시 보여주겠다는 목표가 있다. 그는 “단순히 도루 숫자를 늘리는 게 적극적인 주루는 아니다. 볼이 (포수) 앞에 튀었을 때 빠르게 2루까지 가는 것도 포함된다”며 공격적인 베이스 러닝도 부활시키겠다고 약속했다. /nic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