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선수가 너무 많아도 문제다. 오리온이 그렇다.
고양 오리온은 13일 고양체육관에서 개최된 2015-2016 KCC 프로농구 6라운드서 울산 모비스에게 73-88로 패했다. 3위 오리온(31승 20패)은 정규리그 우승경쟁에서 한 발 밀려났다. 오리온은 모비스와의 상대전적에서도 2승 4패로 밀리게 됐다.
오리온은 애런 헤인즈의 복귀와 최진수의 전역으로 초호화 라인업을 구축했다. 조 잭슨, 이승현, 문태종, 허일영, 김동욱, 장재석까지 주전급 선수가 8명이나 된다. 전정규, 김강선 등 다른 팀에서 핵심으로 뛸 선수들은 출장시간을 받기 매우 어렵다. 문제는 조직력이다. 추일승 감독은 어떤 선수들로 조합을 해서 최고의 성적을 낼지 여간 고민이 아니다.

▲ 헤인즈가 너무 잘해도 문제
모비스전에서 헤인즈는 복귀 후 최다인 39점을 쏟아냈다. 헤인즈는 25개의 2점슛을 던져 16개를 넣었다. 야투율이 64%로 매우 높은 편이었다. 헤인즈가 공을 잡으면 그대로 한 골이라도 봐도 과언은 아니었다.
하지만 헤인즈가 너무 잘해도 문제가 생긴다. 공격적인 성향이 강한 헤인즈는 자신이 공을 잡아 그대로 치고 들어가는 얼리오펜스를 즐긴다. 조직적인 수비를 자랑하는 모비스도 헤인즈를 제대로 막기 버겁다. 헤인즈는 대부분 빠른 시간 안에 득점을 성공시켰다. 하지만 헤인즈가 공을 잡아 바로 골로 연결하다보니 다른 선수들이 공격에 참여하는 비율이 저조할 수밖에 없다. 동료들이 공도 제대로 못 잡아보고 공격이 끝나는 경우가 많았다. 이는 문제가 될 수 있다.
헤인즈는 부상복귀 후 평균 27.8점, 6.4리바운드, 4.2어시스트로 매우 잘하고 있다. 경기당 17개의 야투를 시도해 65.5%의 높은 성공률로 해결하고 있다. 하지만 헤인즈 복귀 후 오리온의 코트밸런스는 깨지는 모양새다. 문태종(4,5점), 김동욱(7.0점) 등 다른 선수들의 득점은 크게 줄었다. 문태종은 모비스전 17분을 뛰면서 무득점을 기록했다. 슈팅시도 자체가 2회에 불과했다는 점이 더 문제다.
추일승 감독은 헤인즈가 뛰면서 득점은 많지만, 코트밸런스가 무너진다는 지적에 “게임을 리딩하는 사람이 조정자 역할을 해야 한다. (헤인즈가) 이기적인 플레이를 했다고 보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유재학 감독은 "헤인즈에 대한 수비는 따로 준비하지 않았다. 여러 명이 터지는 농구가 더 무섭다"고 밝혔다. 헤인즈는 잘했지만, 헤인즈가 뛰는 오리온은 크게 위력적이지 않았다. 오리온이 헤인즈로만 공격해온다면 상대팀 입장에서는 '탱큐'다.
결국 이현민이나 조 잭슨 등 포인트가드가 헤인즈가 받아 먹는 득점을 하도록 공격루트를 안배해야 한다. 하지만 처음부터 헤인즈가 공을 잡고 공격을 시작하는 경우가 많아 해결하기 쉽지 않은 문제다. 오리온에서 헤인즈의 비중은 절대적이다. 헤인즈를 제어할 수 있는 선수도 마땅치 않다.

▲ 잭슨의 흥분, 자제시킬 선수가 없다
헤인즈와 조 잭슨 모두 자신이 공을 갖고 공격을 시작해야 하는 스타일이다. 공존을 위해 서로에게 맞추고 희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하지만 헤인즈가 부상으로 장기간 자리를 비우면서 조정할 시간이 충분치 않았다. 헤인즈의 공백기간에 주전으로 활약했던 잭슨은 다시 부진했던 시즌 초반으로 돌아간 모양새다. 1,4쿼터에 대부분 헤인즈가 주전으로 뛰기에 잭슨은 벤치를 달구는 경우가 잦다.
잭슨은 헤인즈 복귀 후 평균 8점, 4.2어시스트로 기록이 뚝 떨어졌다. 출전시간이 23분으로 크게 줄어든 영향이다. 가장 큰 문제는 턴오버다. 잭슨이 짧은 시간 안에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있다. 모비스전 잭슨은 7턴오버를 범했다. 헤인즈와의 공존에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추일승 감독은 헤인즈와 잭슨의 공존에 대해 “모비스의 수비에 대응을 못했다. 오늘 세트 오펜스에서 두 선수가 안 되는 부분이 많이 나왔다”고 지적했다.
제스퍼 존슨은 오래 공을 소유하지 않고, 골밑에서 나오는 공을 정확한 3점슛으로 처리하는 스타일이다. 존슨은 잭슨에게 주역을 넘기고 이타적인 보조자 역할에 충실했다. 잭슨도 존슨과 뛸 때 주전으로 충분히 공을 만졌다. 존슨-잭슨 조합이 헤인즈-잭슨보다 잘 맞는 이유였다.
심리적인 영향도 크다. 멤피스 동향인 존슨은 베테랑으로서 잭슨에게 많은 충고를 했다. 존슨과 함께 뛸 때 잭슨은 흥분하는 일이 줄어들었다. 하지만 존슨이 kt로 이적한 뒤 잭슨은 또 다시 흥분하고 있다. 잡아줄 선수가 없다.
추 감독은 “잭슨을 버릴 수는 없다. 계속 기회를 줘야 한다. 어리다보니 게임에서 제외하는 것과 기회를 주는 것은 다르다. 마음이 앞섰다”고 평했다.
오리온은 플레이오프 4강 직행은 물론 챔프전 우승까지 넘보고 있다. 이를 위해 헤인즈와 잭슨의 공존과 조화문제를 정규리그 안에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두 선수가 계속 엇박자를 낸다면 오리온에게 2,3쿼터는 오히려 약점이 될 수 있다. / jasonseo34@osen.co.kr
[사진] 고양=박준형 기자 soul1011@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