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의지 받치는 최재훈 박세혁 최용제
선의의 경쟁으로 더 강해지는 두산 안방
두산 베어스 안방에는 리그 최고의 포수인 양의지(29)가 버티고 있다. 포수 출신인 김태형 감독은 주전 포수에게 확실히 힘을 실어주는 스타일.

김 감독의 든든한 신임을 등에 업은 양의지는 기대에 걸맞은 활약을 보이며 2년 연속 골든글러브를 차지했다. 포스트시즌에는 엄지발가락 미세골절이라는 부상에도 투혼을 발휘하며 한국시리즈 우승, 그리고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고 프리미어12 우승까지 이끌었다.
타율 3할2푼6리, 20홈런 93타점을 수확한 양의지가 공수에 걸쳐 1년 내내 맹활약한 가운데 백업 포수인 최재훈은 타격에서 부진한 성적을 보여 상대적으로 입지가 좁아졌다. 타율 1할5푼2리라는 성적은 프로에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이래 가장 낮았다.
지금은 9월에 상무에서 제대한 동갑내기 친구 박세혁과도 1군 엔트리 한 자리를 놓고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상무의 박치왕 감독이 극찬한 박세혁은 타율 3할5푼, 12홈런 73타점으로 퓨처스리그를 정복했다. 그 뒤에는 육성선수로 입단한 대졸 3년차 최용제도 있다. 그는 지난해 퓨처스리그 59경기에서 타율 2할7푼6리를 기록했고, 기량이 급성장했다는 평을 듣는다.
일단을 명예회복을 노리며 굵은 땀을 흘리는 최재훈, 퓨처스리그에서의 돌풍을 1군 무대로 이어가려는 박세혁의 경쟁 구도다. 김 감독이 포수 3명을 쓰기로 결정하면 둘 다 1군에 남을 수 있다. 육성선수 신분인 최용제는 제도상 5월이 돼야 정식선수로 전환될 수 있다.
두산의 1차 전지훈련이 막바지에 접어든 지난 13일 호주 시드니 블랙타운 인터내셔널 스포츠파크에서 이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강인권 배터리코치가 소중한 시간을 허락했고, 함께 훈련하던 양의지도 후배들을 위해 웃으며 흔쾌히 자리를 떴다.

다음은 포수 3인방과의 일문일답.
- 호주 전지훈련이 막바지인데 어떤가?
재훈 : 세혁이도 왔고, 지난 시즌에 부진해서 안 밀리기 위해 올해 더 집중하고 있다. 세혁이는 동갑 친구라 더 편하고 수월하게 같이 운동할 수 있어서 좋다.
세혁 : 1군에서 오래 뛰었던 것도 아니고, 가끔 재훈이가 아플 때나 1군에 왔다. 준비만 열심히 했는데, 경쟁하면서 열심히 하다 보면 포수진이 탄탄해지는 것이니 더 좋을 것 같다.
용제 : 선배들이 워낙 잘한다. 육성선수 신분이라 배운다는 자세로 따라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선배들을 뒷받침할 수 있도록 하겠다.
- 다른 선수들보다 자신 있는 점, 배울 점은?
재훈 : 원래 어깨였는데, 세혁이한테 밀렸다(웃음). 실력은 다 비슷한 것 같다. 세혁이는 상대를 잡아먹어야겠다는 눈빛이 보인다. 어깨나 체력도 닮고 싶다. 용제는 나와 비슷하다. 순진하고 착하다.
세혁 : 주위에서 공을 잘 던진다고 하는데 그런 면도 있는 것 같다. 타격도 군대에서 많이 좋아졌다. 재훈이는 1군 경험이 많다. 경기 운영능력도 나보다 한 수 위다.
용제 : 송구는 부족하지만 캐칭과 안정감은 자신 있다. 세혁이 형은 열정적이고, 재훈이 형은 성실한 점이 배울 부분이다.
- 양의지와 경쟁하려면 필요한 것은?
용제 : 장타를 많이 쳐야 경쟁이 될 것 같다. 수비도 당연히 잘해야 한다.
세혁 : 의지 형은 결정적인 순간 타점이 많다. 수비에서 수 싸움도 잘한다. 계속 옆에서 보면서 배워야 한다.
재훈 : 의지 형이 가진 것을 조금이라도 빼앗기 위해 늘 따라다닌다. 그런데도 잘 뺏기지 않는다(웃음). 의지 형이 타격이나 수비하는 것, 웨이트 트레이닝 하는 법까지 가르쳐줘서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 최고의 포수기 때문에 (따라가려면) 우리 색깔이 있어야 한다. 청백전에서 너무 안 맞아서 타격 폼을 바꿔봤다. 의지 형 폼을 따라한지 이틀째 됐다. 한 번 해볼 생각이다.
- 2015 시즌이 힘든 시기였을 것 같은데?(최재훈)
재훈 : 지난 시즌에 부진하면서 비난을 많이 들어 처음으로 야구하기 싫다는 생각까지 했다. 기가 죽어서 야구를 하기 싫었는데 가족을 보니 이러면 안 되겠다 싶었다. 지난해엔 의지 형의 체력 부담이 컸다. 올해는 타격도 잘 해서 우리가 부담을 덜어줘야 할 것 같다.
- 상무에서의 생활은 어땠나?(박세혁)
세혁 : 입대 전보다 10kg 가까이 빠졌다. 상무에서는 혼자만의 시간도 많았다. 코치님들이 젊으셔서 친한 형처럼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했다. 첫 해엔 힘들었는데 코치님들이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셨다.
상무 2년차 때는 겨울부터 준비를 할 수 있었다. 그러면서 100경기에 뛰었는데, 박치왕 감독님께 정말 감사드린다. ‘군대에서 2년 동안 이렇게 변할 수 있구나’ 하고 느꼈다. 아버지(박철우 타격코치)한테도 많이 배운다. 군대에서는 나를 되돌아볼 시간이 많았다. 9월에 시즌이 끝나면 전지훈련까지 거의 5개월 정도 운동을 하며 준비를 했다. 이영수, 정보명 코치님을 비롯한 많은 코치님들도 조언을 많이 해주셨다.
- 양의지라는 확고한 주전 포수가 있는 것이 고민이 되지는 않나?
세혁 : 나이가 곧 서른이 된다. 20대 후반인데 고민이 없진 않지만 자기만의 야구를 하는 것이 고민이다. 자리 때문에 걱정하는 것은 없다.
- 포수들 사이의 전우애도 있을 것 같은데?
재훈 : 강인권 코치님이 시키는 운동 양이 많고 힘들다. 죽을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의지 형도 그렇고 모두 파이팅을 잘 해줘 힘이 되고 포기하지 않을 수 있게 된다.
세혁 : 힘들 때 파이팅을 외쳐주고 서로 수고했다고 해주니 힘이 난다.
- 이번 시즌 각오는?
재훈 : 지난해 못해서 자신감도 떨어지고 어디 숨고 싶었다. 올해는 자신감을 가지려고 한다. 세혁이나 용제에게 밀리지 않고 의지 형이라는 산을 넘으려면 체력과 실력 모두 키워야 한다. 퓨처스로 밀린다면 더욱 칼을 갈고 할 것이다.
세혁 : 제대하고 첫 시즌이다. 준비를 잘하고 나왔다고 생각한다. 재훈이와 선의의 경쟁을 해서 둘 다 잘했으면 좋겠다. 개막 엔트리에 들고 1군에 오래 있고 싶다. 의지 형(이 없을 때) 빈자리를 메워서 팀이 잘할 수 있도록 하고 싶다. 팀이 2연패하려면 우리가 해야 할 몫도 있다고 생각한다.
용제 : (육성선수 신분이라) 퓨처스리그에서 시작해야 하는데, 차근히 잘 만들어서 1군에 올라가는 게 목표다. /nick@osen.co.kr
[사진] 두산 베어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