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꿈치 통증 여파, 2015년 부진
몸 상태 정상, 선발 복귀 기대감 증폭
“쉬자, 나중을 생각하자”. “괜찮습니다. 던질 수 있습니다”

여름의 기세가 한창이었던 지난해 8월. 면담 자리에서는 서로의 고집이 충돌하고 있었다. 김용희 SK 감독은 팔꿈치에 통증이 있었던 윤희상에게 휴식을 권했다. 그러나 윤희상은 “던지겠다”라며 물러서지 않았다. 한 차례 등판이 끝날 때마다 이런 면담은 반복됐다. 그 당시, 윤희상은 “조금 쉬는 것이 낫지 않겠느냐”라는 조심스러운 말에 “코칭스태프에서 그래도 관리를 잘 해주시고 있다. 팀에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팔꿈치 상태가 좋지 않았다. 돌이켜보면 2014년 타구에 맞아 다친 손가락이 원흉이었다. 재활을 잘했다고 생각했지만 알게 모르게 힘은 빠져 있었다. 사람의 몸은 유기적이다. 그 여파는 팔꿈치를 타고 올라가 어깨에 닿았다. 빠른 공 최고 구속이 130㎞ 초반에 머문 날도 있었다. 한 번 던지고 열흘, 한 번 던지고 보름을 쉬면서 관리를 했지만 윤희상의 2015년 시계는 끝내 9월 17일에서 멈췄다.
수술을 권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그러나 윤희상은 재활을 선택했다. 구단도 선수 의사를 존중했다. 그렇게 9월부터 11월까지 두 달 동안 공을 잡지 않고 휴식을 취했다. “어깨 수술을 받았던 당시의 힘든 기억 때문이었나”라는 질문에 윤희상은 “그때만큼 아팠다면 수술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는 않았다. 내 몸 상태를 잘 알고 있었고 트레이너 분들도 많이 도와주셨다”라고 떠올렸다. 그리고 스스로 수술 여부를 결정하기로 마음먹었던 11월. 통증은 말끔히 사라졌다. 자신감을 얻은 윤희상은 다시 뛰기 시작했다.
현재 상태는 좋다. 윤희상은 “통증은 전혀 없다”고 강조한다. 플로리다 1차 전지훈련에 가지는 못했지만 강화에서 착실히 몸을 만들었다. “강화에 있는 투수 중 몸 상태가 가장 좋다”라는 게 퓨처스팀(2군) 코칭스태프의 이야기였다. 그렇게 좋은 징조 속에 12일 퓨처스팀 전지훈련이 열릴 대만으로 떠났다. 김경기 퓨처스팀 감독은 “윤희상은 시범경기에 맞춰 몸 상태를 끌어올리게 될 것이다. 경력이 있는 선수라 더 검증할 것은 없다. 몸 상태만 올라오면 된다”고 설명했다.
너무 욕심을 부렸다고 2015년을 돌아보는 윤희상이다. 윤희상은 “새로운 감독님도 오셨고, 부상에서 탈출했다는 것도 보여주고 싶었다. 그것이 오히려 강박관념을 만들었다. 의욕이 앞섰다. 더 천천히 했어야 했다”라고 담담하게 이야기했다. 결국 지난해 21경기에서 5승9패 평균자책점 5.88에 그쳤다. 승운이 따르지 않은 경기도 적지 않았지만 자신의 모든 것을 보여주지 못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그래서 올해는 더디더라도 완벽하게 가자고 마음먹었다. 최근 SK의 4·5선발 후보군에 윤희상의 이름을 거론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몸 상태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젊은 선수들을 더 주목하는 분위기도 읽힌다. 구단조차 최대한 보수적으로 보고 있다. 섭섭하지는 않을까. 윤희상은 “그런 것은 전혀 없다. 오히려 압박감이 없다는 게 더 좋다. 덕분에 홀가분하게, 천천히 몸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라고 웃어보였다. 사람 좋은 미소지만, 그 미소와 어투 속에는 의지와 투지가 담겨 있었다.
2012년 10승을 거둔 뒤 한창 뻗어나갈 줄 알았던 윤희상은 제동이 걸려 있다. 스스로도 부인하지 않는다. 불운도 겹치면서 힘든 시기를 보냈다. 그 시기를 모두 빠져 나왔다고도 보기 어렵다. 하지만 아직 주저앉을 나이는 아니다. 어깨 수술의 고난에서도 보란 듯이 재기한 윤희상이다. 그때에 비하면, 지금은 차라리 상황이 낫고 희망도 크다. 윤희상의 들려줄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2016년 프리뷰
신체 능력이 급감할 나이는 아니다. 돌려 말하면, 몸 상태가 올 시즌의 모든 것을 쥐고 있다는 뜻이다. 그런 측면에서 통증이 말끔하게 사라졌다는 점은 그 자체만으로도 최고의 희소식이라고 할 만하다. 한국에서 이미 100~110개의 피칭을 소화할 정도까지 몸 상태가 올라왔다. 따뜻한 대만에서 박차를 가해 시범경기 일정에 합류하는 것이 최상의 시나리오다. 몸이 아프지 않았을 때인 지난해 4월 윤희상은 3승1패에 피안타율 2할3푼8리를 기록했다. 기본적인 능력은 여전히 두 자릿수 승수를 기대할 만한 투수임을 확인할 수 있다. 전형적인 선발체질인 윤희상이 정상적으로 합류한다면 SK 선발진은 천군만마를 얻는다. 당장 김광현과 함께 토종 원투펀치를 이룰 수 있다. 그래서 더 신중한 재활이 요구될지도 모른다. 선수 스스로가 이를 잘 알고 있다는 점, 구단도 급하게 생각하지 않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어쩌면 지금 거론되고 있는 그 어떤 젊은 선수보다 더 강한 비밀 무기일 수도 있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