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고로 신인들의 활약이 미미한 시즌이다. 그래도 신인상은 뽑아야 한다.
프로농구가 6라운드 막판 순위경쟁이 한창이다. 오랜만에 전주 KCC, 울산 모비스, 고양 오리온 3팀이 마지막 3경기를 남겨둔 순간까지 우승을 놓고 각축을 벌이고 있다. 6강 진출이 좌절된 팀들도 다음 시즌에 대한 희망을 엿보며 최선을 다하고 있다. 특히 전자랜드와 LG는 본격적으로 ‘신인왕 만들기’에 나선 모양새다.
신인왕 요건을 충족한 선수들 중 돋보이는 선수는 전자랜드의 슈터 한희원(23, 전자랜드)과 LG의 포인트가드 정성우(23, LG)다. 신인상은 사실상 두 선수의 2파전 양상으로 좁혀졌다.

드래프트 전체 2순위로 전자랜드에 입단한 한희원은 득점에서 단연 돋보인다. 한희원은 평균 5.26점으로 신인 중 1위를 달리고 있다. 그는 13일 삼성전에서 주전으로 나와 33분을 뛰면서 20점을 쏟아부었다. 올 시즌 신인이 20점을 넘긴 것은 한희원이 최초다.
한희원은 리바운드도 1.83개로 신인 1위지만 미비한 차이라 크게 의미는 없다. 올 시즌 신인 중 총득점이 100점을 넘는 선수는 한희원(184점), 정성우(145점), 최창진(107점) 3명이 전부다.
한희원은 10월 26일 드래프트서 2순위로 지명된 후 곧바로 다음 날 오리온을 상대로 데뷔전을 치렀다. 2점으로 부진했던 한희원은 “아무 생각 없이 뛰어다녔다. 정신이 없어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몰랐다. 내가 상상했던 데뷔전은 이기고 싶은 마음이 컸다. 뭐가 뭔지 몰랐다. 부족했다”고 고백했다. 프로의 맛을 본지 네 달이 지난 이제 한희원은 비로소 대학시절 득점력을 뽐내기 시작했다.
득점을 제외한 나머지 부문에서는 단연 정성우의 존재감이 압도적이다. 올 시즌 신인들은 소속팀에서 꾸준히 뛰는 것조차 쉽지 않다. 정성우는 평균 20분 58초 뛰면서 신인 중 가장 출전시간이 많았다. 정성우는 어시스트 2.8개, 스틸 1.14개로 2위를 크게 앞지른다.
가드가 부족했던 LG는 정성우와 한상혁을 뽑아 시즌 내내 핵심전력으로 활용했다. 특히 활동량이 많은 정성우는 수비에서 큰 도움이 되고 있다. 김진 감독은 “아마 신인들 중 팀 공헌도와 비중은 정성우가 가장 높을 것”이라며 신인상 수상을 자신했다. 주장 김영환은 “정성우가 특히 수비가 좋아서 기록 외 팀 공헌도가 진짜 높다. 공헌도도 신인 중 1위로 알고 있다”며 막내를 챙겼다.
정성우는 1월 27일 SK전에서 3점슛 3개를 터트리며 17점, 3어시스트, 3스틸을 기록했다. 약점이었던 슈팅도 점차 나아지는 추세다. 그는 2월 5일 kt전에서는 주전으로 나와 40분 풀타임을 뛰기도 했다. 올 시즌 신인 중 좀처럼 보기 드문 활약이었다.

한편 전체 1순위 신인 문성곤(KGC)은 강병현의 부상을 틈타 뒤늦게 기량을 뽐내고 있다. 문성곤은 14일 kt전에서 올 시즌 가장 많은 19분 58초를 뛰면서 8득점을 기록했다. 출장시간이 늘어나면서 문성곤의 활약은 눈에 띄게 좋아지고 있다. 이날 경기출전으로 문성곤은 신인왕 후보가 되기 위한 최소경기수를 충족했다. 하지만 신인상을 타기에는 너무 발동이 늦게 걸렸다.
KBL 최초의 고졸 로터리픽 송교창(KCC)은 최근 활약이 눈에 띄지 않는다. KCC가 9연승을 달리며 우승을 노리다보니 신인을 중용할 여유가 없기 때문. 송교창은 1월 20일 오리온을 상대로 10득점을 올리기도 했다. 이밖에 최창진(kt)과 한상혁(LG), 이동엽(삼성)도 쏠쏠한 활약을 하는 신인들이다. / jasonseo34@osen.co.kr
[사진] KBL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