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격 폼 유지, 그러나 플랜 B는 준비
어느덧 후배들까지 챙기는 중간급 선수
언제나 어릴 것만 같던 정수빈(26, 두산 베어스)이 벌써 8년차가 됐다. 이제는 팀 내에서 중간급이라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프로에 몸담은 것도 꽤 오래됐다. 정수빈 본인도 “이제 여유가 많이 생겼다. 전지훈련도 벌써 8번째다. 처음보다는 지금이 훨씬 편하고, 생활하는 것도 여유가 있다”고 말한다. 그 사이 30도루를 두 번이나 하면서 풀타임 3할 타율도 달성해봤고, 한국시리즈 MVP에도 올랐다. 통산 타율이 2할8푼4리일 정도로 타격도 정교한 편에 속한다.
타격 폼은 바꾸지 않는다. 정수빈은 “지난해 괜찮았으니 시작은 그때 폼으로 할 것이다”라고 이야기했다. 서건창을 닮은 자세로 2014년 자신의 첫 규정타석 3할 타율을 달성한 그는 2015년에 방망이를 어깨에서 멀리 떨어뜨린 타격 폼을 들고 나왔다. 이 폼으로 후반기 타율 3할1푼5리, 한국시리즈 MVP를 거머쥐었다.
하지만 매년 크거나 작게 폼을 바꾸는 정수빈은 이번에도 플랜 B를 준비하고 있다. 물론 기존의 것으로 풀리지 않을 때를 대비하는 것이다. “계속 타격 폼을 준비하고 있다. 좋지 않을 때 다른 시도를 하면 분위기 전환에 도움이 된다. 기본적인 것에서 조금씩 바꾸지만 안 된다 싶으면 크게 바꾼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1년 전에 비해 바뀌는 것은 주루 플레이에 대한 자세다. 2014년 32개였던 그의 도루 숫자는 15개로 줄었다. 이에 대해 정수빈은 “계속 20개 이상 하고 있다가 지난 시즌에 시도 자체가 줄어서 하지 못했다. 다리도 좋지 않았고, 상황에 의해 뛰지 못한 적도 많았다. 올해는 아웃되더라도 뛴다는 생각으로 코치님과 상의해서 많이 뛸 것이다”라고 밝혔다.
통증이 있더라도 참고 뛰겠다는 생각이다. 정수빈은 “다리는 회복되는 중이다. 약간 고질적인 면이 있어서 시즌이 되면 아프겠지만, 프로라면 그 정도 통증은 치료받으면서 뛸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솔직한 마음을 털어놓았다.
이제는 팀 내 중간급 선수다. 후배들을 챙겨야 하는 것도 달라진 부분이다. 정수빈은 “막내였다가 지금은 후배도 많이 생겼다. (조)수행이는 나와 비슷한 스타일이라 노하우도 많이 이야기해준다. 조언을 많이 해주려고 노력한다”는 말로 베테랑의 면모도 살짝 보였다.
좀 더 경험이 쌓이면 ‘잠실 아이돌’이라는 별명도 언젠가는 내려놓아야 한다. 그런 날이 온다면 어떤 기분일 것 같냐는 물음에 그는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홍성흔 선배님도 ‘옛날에 나도 너 같은 시절이 있었다’고 하신다. (인기가) 있을 때 즐기고, 그런 상황이 오면 그때 생각하겠다”며 웃었다. 인기보다 야구에 더 집중하는 모습 역시 바뀌지 않고 여전한 부분이다. /nic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