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전성기’ 여오현, 대체 불가의 품격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6.02.16 06: 00

역대 최고 리베로, 제2의 세터까지 척척
후배들의 든든한 버팀목, '불혹 앞둔 전성기'
여오현(38) 현대캐피탈 플레잉 코치의 이름 앞에는 온갖 화려한 수식어가 붙는다. 대표적인 ‘월드 리베로’라는 표현도 이제 진부할 정도다. 산전수전을 다 겪은 여오현의 프로필이 이 별명 속에 그대로 녹아있다.

기록을 보면 실감이 난다. 삼성화재와 현대캐피탈을 거치며 V-리그 역대 4153개의 디그를 기록했다. 4000개 이상의 디그를 성공한 이는 여오현이 유일하다. 6120개의 리시브 정확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다. 5000개 이상을 기록한 이도 아무도 없다. 그런 여오현의 전성기는 현재 진행 중이다. 새로운 재미와 함께 하는 여오현의 얼굴에도 미소가 가득하다.
여오현은 15일 천안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대한항공과의 경기에서 맹활약했다. 명불허전이었다. 19번의 리시브 시도 중, 16개를 세터 머리 위에 정확히 보냈다. 상대의 강 스파이크도 10차례나 막아냈다. 내년이면 한국 나이로 마흔이 된다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발놀림이었다. 항상 그랬듯, 똘똘 뭉친 투지는 팀의 전투력을 높였다.
그런데 요즘 여오현의 임무는 하나 더 늘었다. 리베로로서의 기본적인 임무는 물론, ‘보조 세터’로서도 맹활약이다. 여오현은 이날 2세트 12-9에서 기가 막힌 토스를 했다. 혼전 상황이라 세터 노재욱이 토스를 할 수 없는 여건. 그때 여오현은 일반적인 리베로가 으레 그렇듯 날개 공격수에게 토스를 하는 것은 아닌, 중앙의 최민호를 선택했다. 빠른 토스는 최민호의 공격 성공으로 이어졌다. B퀵 같은 C퀵을 만들어낸, 여오현의 품격과 수준이 그대로 담긴 명장면이었다.
여오현은 이에 대해 빙그레 웃으며 “훈련 때 연습을 한다”라고 설명했다. 올해 현대캐피탈의 지휘봉을 잡은 최태웅 감독은 ‘전원배구’로 압축되는 스피드 배구를 추구한다. 고정관념적인 공격 루트의 한계를 집어 던졌다. 날개 공격수가 속공에 나서고, 선수 전원이 기발한 토스를 날린다. 팀의 창의력을 극대화시킨 현대캐피탈은 파죽의 13연승을 기록하며 선두 자리까지 올라섰다.
그 중심에는 여오현이라는 든든한 리베로가 있다. 수비는 물론 연결 과정에서의 능력은 단연 V-리그 최고다. 젊은 후배들이 하나둘씩 나오고 있지만 기본기와 센스는 아직 여오현을 따라갈 자가 없다. 여오현도 리베로로 전향한 뒤 느끼지 못했던 배구의 새 재미를 느끼고 있다. 여오현은 “나도 그 토스를 한 뒤 놀랐다. 훈련은 했는데 경기에서 나오니 좋다”라고 미소 지었다. “내 공격 루트에서 몇 가지 안 되는 게 있었는데 그것이 오늘(리베로로부터의 빠른 공격) 나왔다”라고 말하는 최 감독의 표정에도 흐뭇함과 즐거움이 가득했다.
투지의 아이콘이지만 또 유쾌의 아이콘이기도 한 여오현의 표정은 힘든 와중에서도 밝다. 후배들을 치켜세우기도 한다. 삼성화재 시절 V-리그 역대 최다 연승(17연승)을 경험한 여오현은 “그 당시의 느낌이 지금 있다. 지고 있어도 질 것 같지 않은 느낌이 든다. 선수들의 눈을 보면 할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느낌이다. 믿음이 팀에 자리 잡고 있는 것 같다”라고 박수를 보낸다.
겸손하게 공을 주장 문성민에게 돌리는 여오현이지만, 언제나 그 자리에 든든히 서 있는 최후방의 리베로에 절대적으로 의지하는 후배들의 마음은 여오현 혼자만 모르고 있다. 리더십과 신뢰까지, 모든 것이 대체 불가의 품격이다. 그래서 전성기는 ‘아직도’다. 건재한 기량은 물론, 배구에 대한 새로운 재미까지 즐기고 있으니 언제까지 갈지는 아무도 모른다. /skullboy@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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