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프 토크] 윤지웅, “선발 등판, 긴장보다는 행복”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6.02.16 06: 08

윤지웅, 프로 입단 6년 만에 선발진 후보
6년 동안 꿈꿔온 선발투수..."긴장보다는 행복"
LG 트윈스 좌투수 윤지웅(28)의 꿈은 선발투수다. 하지만 윤지웅은 2011년 프로 입단 후 1군 무대에선 단 한 번도 선발투수로 마운드를 밟은 적이 없다. 아마추어 시절 에이스로 자리했고, 상위 라운드에 지명 받았다. 경찰청 군 복무 당시에도 선발투수로 활약했다. 그럼에도 좀처럼 선발 등판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윤지웅은 포기하지 않았다. 자신의 자리에 충실하면서 6년 동안 꿈을 쫒았다. 선발 등판 기회가 주어지지 않더라도, 스프링캠프에서 자발적으로 선발투수에 맞게 투구수를 늘렸다. 그리고 마침내 기회가 왔다. 올 시즌 LG는 선발진에 공백이 생기면 윤지웅을 선발투수로 투입할 계획이다. 고정된 자리는 아니지만, 마침내 꿈이 보이기 시작했다. 애리조나 스프링캠프를 마친 지난 13일(이하 한국시간) 윤지웅으로부터 선발 등판에 도전하는 소감을 들었다. 
먼저 윤지웅은 지난해보다 나은 활약을 자신했다. 이상적인 투구밸런스를 찾았다며, 어느 역할을 맡든 꾸준한 모습을 보여줄 것을 다짐했다. 실제로 이날 윤지웅은 불펜에서 100개가 넘는 공을 던지며 절묘한 제구력을 자랑했다. 40개가 넘는 공이 연속으로 스트라이크로 들어오며 모두를 놀라게 했다. 
“매년 투구폼도 바꾸고 던지는 느낌에도 좀 변화를 준다. 올해는 드디어 선발투수로도 던질 수 있게 돼서 선발투수에 맞춰 준비하고 있다. 일단 작년보다는 투구 밸런스가 훨씬 좋다. 오늘 불펜피칭을 하면서 세게 안 던져도 밸런스가 좋으면 공이 잘 가는 것을 느꼈다. 47개가 연속으로 스트라이크로 들어갔다. 공을 받아준 (유)강남이와의 호흡도 굉장히 좋았다. 이 감을 계속 이어가야한다.”
윤지웅은 원포인트 릴리프로 1군 무대를 시작했다. 신인이었던 2011시즌 넥센에서도 그랬고, 군 전역 첫 해였던 2014시즌 LG서도 윤지웅의 역할을 좌타자를 잡는 것이었다. 원포인트로 활약하자 불펜 필승조로 올라서 우타자도 상대했다. 그리고 이제는 선발투수로서 경기 전체를 책임지려고 한다. 
“불펜투수로 자리 잡으려 하니 선발투수 기회가 왔다. 언제나 그랬듯 또 내 자리를 찾아야 한다. 사실 이런 일들을 예상하고 항상 남들보다 빠르게 움직여 왔다. 작년 스프링캠프서도 선발투수로 뛸 수 없음을 알면서도 투구수를 선발투수에 맞췄다. 원포인트부터 필승조, 그리고 선발투수까지 점점 신분이 올라가고 있어 기분이 좋다. 하지만 그럴수록 더 내 자신을 낮춰야 한다. 계속 도전한다는 마음을 유지하고 싶다. 나는 단 한 번도 내가 자리를 잡았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매 시즌 내 자리를 지키고 더 올라서야 한다는 생각으로 도전해왔다.” 
윤지웅이 선발진 후보로 올라선 데에는 이유가 있다. 윤지웅은 지난해 서클체인지업의 완성도를 높여 좌우타자를 모두 잡아냈다. 2014시즌 우타자 상대 피안타율이 2할1푼6리였던 것에 반해 좌타자 상대 피안타율은 3할1푼5리로 높았다. 그런데 2015시즌 서클체인지업으로 좌타자의 몸쪽을 공략하면서 해답을 얻었다. 2015시즌 우타자 상대 피안타율 2할1푼, 좌타자 상대 피안타율 2할1푼1리로 좌우균형을 이뤘다. 
“지난해를 준비하면서 좌타자를 상대할 수 있는 무기를 추가했다. 좌타자에게 서클체인지업을 던지기로 했고, 좌타자 기준 몸쪽 코스의 비중도 높였다. 이게 효과가 컸던 것 같다. 재작년에는 좌타자에게 피안타율이 3할이 넘었는데 작년에는 2할1푼까지 떨어졌다. 좌타자의 몸쪽을 공략하면서 체인지업을 섞었다. 130km를 던지든, 120km를 던지든 타자만 잡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윤지웅은 슬라이더’란 고정관념을 깨뜨리면서 좌타자를 잡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제 윤지웅은 오키나와 스프링캠프부터 실전을 통한 경쟁에 들어간다. 실전에서 선발투수로 기량을 증명해야 꿈을 이룰 수 있다. 
“선발투수가 하고 싶었기 때문에  지금까지 힘든 순간도 이겨낼 수 있었다. 사실 원포인트를 할 때는 심적으로 너무 힘들었다. 매번 ‘더 던지고 싶다’고 생각했다. 원포인트는 잘해야 본전, 못하면 역적인 자리다. 공 하나만 던지고 강판될 수도, 2군으로 내려갈 수도 있다. 그래서 선발 등판 기회를 얻게 된 것에 욕심 생긴다. 어떻게 하면 영리하게 선발 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선발진에 포함되면, 선발투수 자리를 지키도록 노력하겠다. 특별히 부담을 느끼지는 않는다. 어차피 프로는 경쟁이다. 어느 자리든 열심히 하는 게 순리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윤지웅은 선발투수로 경기의 시작을 장식하는 순간을 떠올렸다. 
“처음으로 선발 등판하는 순간, 긴장할 것 같지는 않다. 솔직히 지금까지 야구를 하면서 긴장해본 적이 없다. 단지 1회부터 마운드에 올라 있으면 ‘행복하다’, ‘마침내 6년 만에 이 자리에 왔구나’고 생각할 것 같다.” / drjose7@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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