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잔한 바다는 훌륭한 선장을 만들지 못한다.'
'빙속 여제' 이상화(27, 스포츠토토)가 아픔을 딛고 정상에 우뚝 섰다. 이상화는 지난 14일(한국시간) 러시아 콜롬나서 열린 2016 국제빙상연맹(ISU) 스피드스케이팅 종목별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500m서 정상을 차지했다. 이상화는 1, 2차 레이스 합계 74초85를 기록하며 브리트니 보(75초66, 미국)와 라이벌 장훙(75초68, 중국)을 여유있게 따돌리고 2012, 2013년 이후 3년 만에 대회 세 번째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지난 16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이상화는 그간의 마음고생이 고스란히 전해질 정도로 허심탄회한 속내를 밝혔다. 이상화는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서 500m 2연패의 위업을 달성한 뒤 숱한 악재를 맞았다. 1년간 소속팀을 구하지 못해 캐나다에서 훈련했다. 올 시즌 고질적인 왼 무릎 부상으로 대표팀 선발전에 불참, 월드컵 5차대회에 출전하지 못했다. 종목별 세계선수권은 이상화가 지난 2013년 이후 정상에 서보지 못한 대회였다. 새 라이벌로 떠오른 장훙(중국)의 무서운 성장세도 부담으로 다가왔다.

이상화는 모든 악재를 털어내고 정상에 우뚝 선 뒤에야 온전히 미소를 지었다. "이번 대회를 위해 집중을 많이 했다. 그동안 1위만 했었는데 2위권 밖으로 밀려나 부담이 컸지만 또 다시 1위 자리를 놓치기 싫어 준비를 잘했다. 심적으로 많이 힘들고 고생도 많이 했는데 오랜만에 정상을 되찾으니 감회가 새롭다."
그간 정상에서 숱한 영광을 경험했던 이상화이지만 수많은 악재들을 딛고 한 뼘 더 성장하는 계기가 됐다. "선수 생활을 하는 동안 몰랐던 부분을 하나하나 배우는 경험이 됐다. 소속팀이 있고 없고의 차이는 크다. 지지하는 팀이 있어 도움이 됐다"는 그는 "라이벌들로 인해 부담감이 컸지만 중국 선수들의 기복이 심해 신경쓰지 않았다. 내 기량만 생각했다"고 웃었다.
이상화는 오랜 시간 자신을 괴롭혀 온 무릎 부상에 대해서도 의연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운동선수라면 누구나 부상을 안고 있어 신경을 안썼다"면서 "수술 계획은 전혀 없다. 재활이 중요하다. 무릎 주변 근육을 키워서 아프지 않도록 재활과 지상 훈련을 계속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내달 11일 네덜란드서 열리는 월드컵 파이널 참가를 놓고 고심하고 있는 이상화의 무한도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2018년 평창 올림픽서 3연패의 대업을 조준하고 있는 그는 "2년 동안 차근차근 기량을 쌓고 기술을 보완해야 한다"면서 "100m 기록을 향상시키고, 400m를 끌고 올라가는 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dolyng@osen.co.kr
[사진] 인천공항=이동해 기자 eastsea@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