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선수 MVP, 양동근·전태풍·함지훈 과연 누구?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6.02.17 06: 31

올 시즌 가장 뛰어난 외국선수는 안드레 에밋(33, KCC)이다. 하지만 국내선수 MVP가 누가 될지는 아직 오리무중이다.
전주 KCC는 16일 전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5-2016 KCC 프로농구 6라운드 고양 오리온과 경기서 종료직전 역전 3점포를 터트린 전태풍의 활약에 힘입어 73-71로 승리했다. 10연승을 달린 KCC는 34승 18패를 기록, 모비스와 공동 1위를 이어갔다. 같은 날 모비스 역시 동부를 70-66으로 꺾고 우승경쟁을 계속했다.
KCC와 모비스는 각각 SK, KGC 그리고 KGC, 전자랜드와 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6강에서 탈락한 SK와 전자랜드가 우승후보를 잡기는 어렵다는 것이 중론. 사실상 동일한 상대 KGC를 누가 꺾느냐에 따라 우승향방이 갈린다. KCC와 모비스가 전승으로 동률을 이루면 상대전적에서 4승 2패로 앞서는 KCC가 16년 만에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하게 된다.

▲ 진정한 리그 MVP는 에밋
MVP(Most Valuable Player)는 말 그대로 리그에서 가장 가치가 있는 선수에게 주어지는 상이다. 국내선수냐 외국선수냐를 구분하는 의미는 포함돼 있지 않다. NBA에서 덕 노비츠키(독일, 2007)와 스티브 내쉬(캐나다, 2005 2006)는 외국선수로서 MVP를 수상했다. 실력만 좋다면 국적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KBL은 상의 의미를 제대로 모른다. 2011-12시즌부터 3시즌 간 KBL은 외국선수상을 폐지하고, 국내선수와 외국선수 MVP를 하나로 통합했다. 진정한 MVP 한 명에게 제대로 상을 주겠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정규리그 우승에 압도적으로 공헌한 외국선수를 배제하고, 무조건 국내선수가 MVP를 탔다. 2011-12시즌 로드 벤슨(19.6점, 12.9리바운드)을 제치고 윤호영(12점, 5.2리바운드)이 MVP를 수상했다. 2012-13시즌 애런 헤인즈(19.1점, 8.4리바운드) 대신 김선형(12.1점, 4.9어시스트)이 상을 탔다. 2013-14시즌에도 선택은 데이본 제퍼슨(17점, 6.9리바운드)이 아닌 문태종(13.5점)이었다.
리그에서 가장 잘하는 선수가 아니라 정규리그 우승팀에서 돋보인 국내선수가 MVP를 타는 구조였다. 외국선수를 차별한다는 논란이 제기됐다. 어차피 외국인에게 MVP를 주지 않을 바에는 다시 외국선수상을 부활시켜야 한다는 여론이 조성됐다. 결국 KBL은 지난 시즌 4년 만에 다시 외국선수상을 부활시켰고, 리카르도 라틀리프에게 상을 줬다.
자, 솔직해지자. 올 시즌 KCC가 정규리그에서 우승한다면 MVP는 에밋이다. 4쿼터 가장 중요한 순간마다 ‘빅샷’을 터트리며 승리에 절대적으로 공헌한 선수가 MVP가 아니라면 대체 누군가? 오리온전 마무리는 전태풍이 했지만, 에밋은 37점, 12리바운드, 4어시스트를 기록했다. 그는 올 시즌 25.4점(리그 2위), 6.7리바운드, 2.8어시스트를 기록 중이다. 
▲ 전태풍, 빅샷 한 방으로 MVP?
KCC가 우승하면 에밋은 외국선수상에 만족해야 한다. 국내선수 중 MVP를 줘야 하지만, 딱히 눈에 띄는 선수가 없다. 김태술, 전태풍, 김효범, 하승진은 팀에 고르게 기여했다. 다 팀에 중요한 조각들이지만, 누구를 핵심이라고 지목하기 매우 애매하다. KCC는 에밋의 팀이기 때문이다.
전태풍은 ‘빅샷’ 한 방으로 MVP 경쟁에서 한 발 앞섰다. 16일 오리온전 마지막에 터트린 역전 3점슛은 전태풍의 ‘인생슛’이었다. 우승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경기의 승패가 달린 순간. 전태풍은 김태술에게서 공을 건네받았다. 전태풍이 지체 없이 점프해 던진 공은 림에 빨려들었다. 전주체육관은 마치 챔프전 7차전에서 역전 우승한 열광의 분위기가 됐다.
이날 전태풍은 단 7점에 머물렀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순간에 터트린 3점슛의 가치는 엄청나게 높다. 이 슛 하나를 넣어준 것만으로 전태풍은 MVP 자격을 획득했다. 전태풍은 “사실 오늘 슛감각이 좋지 않았다. 에밋이 나와 김효범에게 ‘둘 중 한 명이 빅샷을 던질거야. 준비하고 있어’라고 했다. 올라갈 때 감이 좋았다. 김태술의 패스가 기가 막혔다”며 기뻐했다. 지나가던 하승진도 “태풍이 형 사랑해요”라며 기쁨을 더했다.
전태풍은 올 시즌 평균 10.9점으로 팀내 국내선수 중 1위다. MVP로 거론되기에 많이 부족한 기록이지만, 큰 경기서 강한 모습이 강렬한 인상을 심었다.
▲ 양동근? 함지훈? 모비스 집안싸움
모비스가 우승을 차지한다면 양동근은 MVP 자격이 있다. 양동근은 우승을 위해 매우 중요했던 13일 오리온전에서 27점을 폭발시켰다. 16일 동부전에서도 가장 돋보인 선수는 23점의 양동근이었다. 그는 아이라 클라크와 커스버트 빅터를 능가하는 활약을 펼치고 있다. 모비스가 우승한다면 양동근은 통합 MVP시절이라도 외국선수를 제치고 상을 탈 기세다.
올 시즌 양동근은 평균 13.5점, 5.4어시스트(리그 3위)의 변함 없는 실력을 자랑하고 있다. 36세의 나이에도 평균 36분 33초를 뛰는 철인이다. 만약 양동근이 2년 연속 MVP를 탄다면 KBL에서 최초로 정규리그 MVP를 4회나 차지하는 대기록을 세운다. 양동근은 2006, 2007년에도 2년 연속 MVP를 차지한바 있다.
양동근의 팀내 경쟁자는 함지훈이다. 그는 평균 11.4점, 5.9리바운드, 5.6어시스트(리그 1위)로 다재다능함을 뽐내고 있다. 특히 빅맨이 리그 어시스트 1위를 달리고 있다는 점은 엄청난 가산점이다. 다만 최근 중요한 경기서 양동근이 워낙 강력한 포스를 뿜어내며 절대적으로 승리에 기여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함지훈이 묻히는 감이 없지 않다. 함지훈은 2010년 양동근을 제치고 첫 MVP를 탄 적이 있다. / jasonseo34@osen.co.kr
[사진] KBL 제공 / 전주=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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